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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의 이야기

EPISODE 04[Par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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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당신은 공원을 떠났다. 토오카와 함께 박람회로 돌아오면, 회장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군중의 사이에서 튼튼한 구조와 냉철한 이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나열되어 자기 모습을 뽐낸다. 루치에, 당신은 무엇을 보고 싶었는가?

루치에 베스페텔로:루치에는 딱히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들었던 새로운 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관람중에 공중에서 일어난 사건 등.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온전히 다양한 것들을 구경하기에는, 아무래도 흔들흔들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을 본다기보다는 누구와 함께 보고 있는가가 더욱 더 큰 관심사였을까.
기술들, 사람들, 작품등에 대해 토오카와 이야기를 하며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이며, 보고 싶은 것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이어진 발걸음은 어느덧 서서히 시계탑쪽으로 향했으리라.

토오카 레넌클리프:"역시, 집중하기 어려워?"
당신의 산만한 태도를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옆에서 박람회를 구경하던 그가 말을 걸어왔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응. 조금 신경쓰이기는 해."
루치에는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했다.
"처음 들어올 때 큰 소리 났었잖아. 그 때부터 불안하긴 했는데, 역시 여기 어딘에가에서 진짜로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게 보이니까.."
시야의 초점이 맞지 않는 그러한 감각에 가까울 터이다. 눈 앞의 물건을 놔두고선 어쩐지 뒤에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괜찮을까.. 이 장소 말야."

토오카 레넌클리프:"글쎄. 내가 듣기로는 여태까지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고 했었어. "
토오카는 옆 벽면에 걸린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말한다. 당신과 똑같이 그림에 집중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루치에 베스페텔로:"히히. 문제라면 토오카랑 나의 일도 문제 아니야?"
가볍게 놀리듯 옆구리를 톡 건들며 말한다.

토오카 레넌클리프:"응? 어?"
그런 당신의 말에 오히려, 당황했다는 티를 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응. 신경 쓸 수 있는건 어디에나 있지만 그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해."
"이 그림도.."
루치에는 토오카가 바라보는 그림을 같이 본다.
"어째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왜 그리게 됐을까. 이 의미는 뭘까. 라고 생각하면.."
"신경쓰이잖아.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 ]:앞에 놓인 그림의 하단은 거대한 바다가 놓여있고, 바다의 표면은 노랗게 빛나고 있다.
상단에는 별과 달로 빛나는 밤하늘이 생생히 그려지고, 바다와 하늘은 거울처럼 서로를 본뜬다.
두 개의 하늘이자, 두 개의 바다가 혼란스레 얽힌 모습이다. 작가의 발상은 독특했다.

토오카 레넌클리프:"그래. 그렇지."
"신경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루치에 베스페텔로:"난 그래서 지금이 좋아."
루치에는 그렇게 말하며 그림의 제목이 적힌 플레이트를 살며시 바라본다.
'안 그래요 그림?'
그러고선 작품의 이름을 붙여 그림에게 물었다.

[ - ]:그림은 대답하지 않는다. 네 눈에 들어오는 유일한 글자는 그림의 명함에 적힌 내용 밖에 없다.
너와 나의 세계, 그런 이름과 함께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대답은 없어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이것도 대답이 될 지 모르겠다.

루치에 베스페텔로:그렇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기는 방법이다.
무엇을 보아도 지나치고, 사소한 것에서 중요한 것을 볼 수도 있는 법이지.
모든 것이 보이는 루치에 입장에서는, 언제나 초조해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토오카의 몸에 자신의 몸을 살며시 기댄다. 어렴풋이 풍겨오는 그의 향을 맡는다.
"얼마만이람 정말.. 요즘 토오카 바쁘기만 하고."

토오카 레넌클리프:토오카는 당신의 손을 잡았다. 산뜻한 사과를 닮은 향이 퍼지나,
그가 입고 있는 외투에서는 경찰서의 익숙한 담배 냄새가 깊게 배여있다.
"미안해. 이렇게나 바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루치에 베스페텔로:"맞아맞아. 토오카가 더 멋있게 빨리발리 다 해결해버리면 좋을텐데."
루치에는 여전히 이곳을 적진으로 생각하고 있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을 뜨고 다른 작품들을 구경한다.

[ - ]:방금의 그림을 떠나서 둘이 같이 돌아보면, 회장에는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다.
새로운 자원인 소마를 이용한 것이 많았는데, 지루한 예술 작품만 있는 게 아니였다.
예시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나 공학적 이론을 구현한 기계도 다수 보인다.

당신이 복잡하게 움직이며, 회전하는 구체를 보고 있을 때쯤에는 거의 이 장소의 작품들은 끝났다.
당신은 기술자가 아니였으니, 결국에는 그 본질을 이루는 기술에 대해서 짐작할 수 없었겠지만.

루치에 베스페텔로:"이런 것들은 다 어디서 오는걸까."
그렇기에 기술들이 어디서 오는지는 언제나 신기했다.
공방, 연구소, 작업실. 그런 것을 묻는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겠지.
그것은 답을 바라지 않는 경외에 가까웠다.

로사 디아나:"신기하신가요?"
이전에 본 여성이 다가온다. 그녀의 피부는 옥설기를 닮은듯이 하얗고, 흠이 없다. 이목구비에서도 잘 만든 인형을 보는 것 같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복장은 피부와는 반대되는 어두컴컴한 검은 제복이다. 붉은 색으로 수를 놓은 가죽 제복은 반듯했다.
흑백의 색깔에서 오는 대비가 어울리니 네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외견을 보여준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아. 로사씨라고 하셨죠?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로사 디아나:"네. 로사 디아나. 이 행사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답니다."
그녀는 붉은 앵두와 같은 입술로 휘어지게 하면서 미소를 보였다. 좋은 인상을 남기는 미소였다.

루치에 베스페텔로:흥미로운듯 그녀를 바라본다. 바람결에 얼핏 보인 민들레구나.
"덕택에 잘 구경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이런 것들.. 모두가 당연하다는듯이 가질 수 있겠죠?"

로사 디아나:"그럼요. 의회 내부에서는 이런 발전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만, 결국에는 시대의 흐름이랍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서, 이 시대의 모든 분들이 이런 기술들을 당연하다는 것처럼 누리겠죠."

루치에 베스페텔로:"그렇구나. 저는 좋은 것 같아요. 왠지 나아가는 것 같아서요."

로사 디아나:"하지만, 나아간다는 건 잃어간다는 뜻이기도 해요."
"인간이라는 건 나아갈 때마다 과거의 것을 잊어버리기 마련이니까요."

루치에 베스페텔로:"로사씨도 고생이 많으셨던 것 같네요."
루치에는 그런 감상을 내비치며 쓴웃음을 짓는다.

로사 디아나:"설마요. 딱히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죠~."
"오히려, 그쪽 분이 아까의 비행선에서 고생 많이 하신 건 아니셨나요?"

루치에 베스페텔로:"그건 정말이에요.. 그래도, 책임자도 하고 계신데 많이 고민하셨던 내용 같아서요.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요."

로사 디아나:"하하. 아무래도……옛 관습에 젖은 존재들과 자주 마주하다보면 느낄 수 있답니다."
"제가 속한 계급은 프리모제니튬(Primogenitum). 아직도 과거의 향수에 젖으신 분이 많으시니까요."
그녀의 동그란 눈동자에 네 모습이 담겼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신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진짜.. 3초 전도 향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니까."
그녀는 무엇을 살펴보려 했을까? 루치에는 그렇게 말하며 별다른 경계 없이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 - ]:검은 흑요석과 같은 눈동자는 끝을 알 수 없는 보석의 내부를 보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 당신은 빨려들어가는 거 같았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잠시 그 감각에 몸을 맡겨보자.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비교적 급진적이지만 어딘가 쐐기가 박혀 있다.
빛을 가리는 커다란 기둥마냥.. 무언가가 핵심을 관통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을까?

[ - ]:당신은 그녀의 그 흑요석과 같은 눈동자와 깊은 내면에 빠져들기로 결심했나.

루치에 베스페텔로:빠진다일까, 밝혀본다일까.. 빛이 어둠을 감쌀까, 어둠이 빛을 감쌀까는 결과가 말해주겠지.

루치에 베스페텔로:아니, 여기선 결과라기보단 서술자가 쓰는 대로일까. 본질끼리는 어쩌면 그런 것 따위 상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컵에 핏방울이 떨어진다 한들.
물이나 피 어느 한 쪽이 서로를 빠트렸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이는 현상이다.

[ -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체스판이다.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베베 꼬였어."
그렇게 말하며 걸어나간다.

[ - ]:일반적인 보통의 사람은 자기 내면의 형태를 모른다. 당연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도 없다.
네 경우에는 남의 세계를 직접 탐구하기 위해서 진입하는 경우은 흔치 않다. 애초에, 내면이란 서로 합쳐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빠졌다는 표현이 올바르지 않다고 했었다.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장소에는 명확한 규율이 존재한다. 주인과 손님이 명확히 구분된다.
각자가 속한 색깔, 흑과 백.
각자가 속한 역할, 기물과 규칙.
모든 것이 구분되어 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체스판일까, 양 사이드의 비숍을 바라본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이 공간에는 존재하지 않을까?

[ - ]:체스 기물의 크기는 당신보다 높다. 대략적인 크기는 일층 건물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단 하나의 기물을 제외하고 모든 기물이 놓여있다. 그래, 왕은 없다. 왕이란 기물이 없다.
체스라는 게임은 왕을 고립시켜야 끝나는 게임인데, 이 체스판에는 그 어떤 왕도 보이지 않는다.

로사 디아나:"───안녕하세요."

루치에 베스페텔로:비숍은 어떠한 이동을 하더라도 자신이 서 있는 타일이 바뀌지 않는 확고부동한 존재.
그것은 일개 졸병에서부터 왕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루치에가 주목한건 그렇기에 그쪽이겠군.
"안녕하세요. 이쪽도 박람회만큼이나 신기하네요."

로사 디아나:로사는 퀸 위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당신을 본다.
"어라, 놀라시지 않으셨나요?"

루치에 베스페텔로:"놀랐다기보다는.. 죄송해요.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증흥적인 콧노래의 다음 구절이 생각이 안나는 감각일까.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재미있어요?"
그러면서 그녀 앞에 똑바로 산다.

로사 디아나:"무슨 말씀이시죠?"
그녀는 높은 퀸에서 내려왔다. 사뿐하게, 체스판의 가장 낮은 자리로 말이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이야기하신 것들이요. 나아가면서 잃는 것들. 잊어버리는 것들.."
"꽤 즐거워하셨던 것 같은데, 이곳도 마찬가지처럼 보이니까."
"로사씨는... 무엇을 찾고 계시나요?"

로사 디아나:"저는 체스가 좋아요. 규칙이 변하지 않는 말을 움직여서..."
"무언가를 잡아내며, 영향를 발휘하고, 모든 영역을 제가 점해서 상대방을 몰아넣을 때."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어요."

루치에 베스페텔로:"…으읏, 나쁜 사람 대사 같아."

로사 디아나: 그녀는 웃었다. 쿡쿡, 뻐꾸기가 나무를 두드리듯 규칙적이다.
"그럼요. 저는 정복하는 게 좋아요. 저의 것으로 만들고, 저의 색으로 물들이는 게 너무 좋은걸요."
"그래서, 체스를 언제나 좋아했어요."

루치에 베스페텔로:"그런가요. 응. 알 것 같아요."

로사 디아나:"하지만."
"이 세상에 왕은 제가 아니에요. 이 판에서의 왕도 제가 아니죠."
"결국에는, 저도 누군가를 위해서 움직이는 장기말일뿐이에요."
"──당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요. 정확하게, 깨닫고 있다고 할까."
"이 피를 이어가는 혈족들은 이런 부분에서 민감하니까요."

루치에 베스페텔로:"하아.."
루치에는 한숨을 쉰다.
어디선가 많이 봐오던 인물이네.
"아까도 물었죠? 무엇을 찾고 계신걸까요?"

로사 디아나:"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비행선에서 일어난 소란도 신경쓰였고요."
"여차하면, 제가 개입할 생각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책임자니까요?"

루치에 베스페텔로:"그쪽은 그래도 어느 정도 원만하게 해결된 편이랄까…오히려 그 부분은 죄송해요."
"이상하게 옛날 친구들 집착이 말예요. 정말.. 로사씨에게도 폐가 될텐데."
그러며 고개를 젓는다.

로사 디아나:"과연, 옛날 친구들이라고 말하시는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친구들이라고 불릴만한 관계는 아닌 거 같던데요?"

루치에 베스페텔로:"진짜.. 그 말이 맞아요. 어쩌면 저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하긴 하지만 저한텐 아직 친구들이니까요."

로사 디아나:"친구의 조건이 넓으신가봐요. 친구가 아니게 되는 때는 언제부터인가요?"

루치에 베스페텔로:"글쎄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네요.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처럼 조건이나 때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 정도면 아시겠죠?"

로사 디아나:"그럼, 저도 친구가 될 수 있나요?"
그녀는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와, 당신의 앞에서 빤히 바라본다.

루치에 베스페텔로:"그럼요. 악당 같은 대사가 조~금 마음을 무겁게 하긴 하지만요."
농담을 섞어 그렇게 웃으며, 동시에 손을 내민다.

로사 디아나:"후후,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주세요. 나쁜 총리님께서 절 너무 부려먹어서 저도 힘드니까요."
당신이 내민 손을 그녀는 가볍게 잡았다.

"사실, 저도 연약하고, 여리고…"
"평범해지고 싶답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고민이라도 있어요?"

로사 디아나:"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요."
"슬슬, 이렇게 일하는 것도 좀 질리네요. 어릴때부터 이래왔으니까."
"총리님은 야망이 너무 큰 분이라서요. 멈추지 않거든요."

루치에 베스페텔로:"높으신 사람들의 이야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니까."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달래준다.

로사 디아나:"──조심하세요."
"이건 나름의 반항심에 의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당신은 이 도시에 머물지 않는 편이 좋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도시가 안된다면, 탑이라도 나쁘지 않겠네요."

루치에 베스페텔로:"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로사 디아나:그녀는 자신의 작은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올린다. 입술이 소리없이 움직인다. 쉬잇, 말하지 마세요.
"…더 이상은 저도 못 말해요. 들키거든요."

루치에 베스페텔로:"다소간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로사 디아나: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말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당신은 알 수 없었다. 여기는 그녀의 내면이다. 당신을 제외하고, 누가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다른 것을 신경쓰고 있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그녀의 말대로, 모든 발걸음은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신경쓰는 어른들이 있다고도 했지. 말할 수 없는 사정이야 각양각색이다. 사소한 것도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커다란 이유가 될 수 있는 법이다.
"그래도 즐거웠어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토오카 레넌클리프:"……치에,…루치에!"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흐릿하게 들리던 목소리가 명확하게 변할 때쯤에 당신의 정신도 돌아왔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응? 아, 토오카."

토오카 레넌클리프:"괜찮아? 갑자기 말이 없길래."

로사 디아나:"많이 피곤하신가봐요. 잠시 휴식할 곳이라도 가서 쉬시는게 어떨까요?"

루치에 베스페텔로:"그런가아.." 하면서 로사를 보며 살짝 웃는다.
"피곤했나봐요.. 어디가 좋을까요?"

로사 디아나:"글쎄요…, 이 탑은 워낙에 복잡하니까요. 어디가 좋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데..."
"차라리, 위쪽으로 올라가서 바람이라도 쐬시는 게 어떨까요?"

루치에 베스페텔로:"시계탑.. 저도 위까지 올러가볼 수 있어요?"

로사 디아나:"네. 의회는 오늘 공개되어 있으니까요. 의원분들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지만요."
"높은 발코니에서 바람을 쐬는 것도 당연히 허용되어 있죠."

루치에 베스페텔로:"앗, 그럼 거기 가보고 싶다. 안내 고맙습니다~"
루치에는 그렇게 말하며 감사를 전한다.

로사 디아나:그녀는 미소지으면서 당신들을 배웅했다.

토오카 레넌클리프:"괜찮아? 피곤해보이던데."

루치에 베스페텔로:"..이야기를 좀 했어. 저 사람이랑."
"이상하게 경고하더라구. 어째서일까.."

토오카 레넌클리프:"...쓸데없는 짓을. 묘한 사람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토오카는 혀를 찼다.
"...너가 말이 없는 동안, 나하고도 대화를 나눴어. 예전 이야기였지만."
"다시 이쪽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

루치에 베스페텔로:"우.. 그럼 나한테 한 말은 몇 개는 거짓말인가."
"다들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던데. 이대로도 괜찮을까?"

토오카 레넌클리프:"…글쎄. 잘 모르겠어."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직은 괜찮다. 느긋하게 생각해주세요~. 라던가."

루치에 베스페텔로:"이 공간.. 역시 알아봐야겠어."
"그냥 떠나기에는 좀 꺼림찍해.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며 주변을 둘러본다.
"...토오카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감이랄까, 느낌적이고 '이거 사건이야..!' 라고 느끼면 뭐부터 해?"

토오카 레넌클리프:"음."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서 말했다.

"…일단, 먼저 물러나. 그런 직감이 들고난 이후에는, 내가 늦었다는 뜻이거든."
"소설과는 다르게, 보통은 현장에서 그런 생각이 들면 이미 위험하다는 소리야."
"뭐, 단순히 진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 들어가볼만 하지."
"하지만, 사건의 중간에서 그런 감각이 드는 건 위험해."

루치에 베스페텔로:"딱 한 번, 여지는 있어."
"오는 길에 잠깐 보였거든. 잘은 모르겠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 때 맞춰서 풍선 터지는 소리가 들렸어. 그게 물러설 수 있는 마지막 한 번.. 이라고 생각해."
루치에가 말하고도 모호한 말이다. 풍선 터지는 소리가 뭐 어쨌단 말인가.

토오카 레넌클리프:"…그 말은 물러날 수 없다는 뜻이야? 여기서 물러난다면, 잡을 수 없는 게 있으니까?"

루치에 베스페텔로:"…의미를 해석하려 하면 할 수록 더욱 안 보이게 물러나는게 미래이긴 해. 눈에 보이는 먼지처럼.."
"하지만 보였다는건, 있다는 것이니까."

토오카 레넌클리프:"알겠어.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어?"
그는 상냥하게 당신에게 물었다. 당신을 조용하게 응시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내가 알 수 있는건 아마 여기까지일거야. 그치만 지금이 물러날 때는 아니야."
"토오카의 감각에서, 그 직감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확신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할거야?"

토오카 레넌클리프:"그 사람이 믿을 수 있는지 따져볼 거야."
"그 사람이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된 경위를 들어보고, 그 사람의 판단력이 정상인지 살펴본 다음에…"
"올바른 판단을 했다면 따라서 움직일래."

루치에 베스페텔로:"오늘따라 토오카 심술궂어? 으으.. 난 경위도 없고 판단력도 없는걸."
"그래도 믿어줄거야?"

토오카 레넌클리프:"....뭐, 별 수 있나? 언제나, 공주님을 지키는 건 기사의 역할이니까."
토오카는 장난스럽게 농을 들여서 말했다. 불안을 숨긴 얼굴로 입꼬리를 올려 여름 바람과 닮은 상쾌한 표정을 보여준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진짜…"
그 모습에 안심하듯 루치에도 따라 표정이 풀린다.
어디부터 가야 할까…그림자가 가리키는건 시계탑이다.

토오카 레넌클리프:"길을 알려줘. 그러면, 내가 따라갈게."

루치에 베스페텔로:"…시계탑. 아까부터 무언가가 커다랗게 빛나고 있어."
"그래서 거기부터 가보고 싶어. 시계탑의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토오카 레넌클리프:토오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치에가 그렇다면, 진짜로 뭔가 있는거겠지. 좋아. 가볼까!"

루치에 베스페텔로:"응!"
둘만의 모험일까 이런게.

토오카 레넌클리프:토오카는 과감하게 당신의 손을 잡고서는, 먼저 이끌었다.

당신의 뒤에서 보는 그 등은 더 이상 좁지 않았다.
슬픔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후회는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연인을 위하는 그 등은 어느 때보다 듬직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이젠 루치에도 혼자가 아니니까!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찬듯 따라나선다.

토오카 레넌클리프:...그렇게, 닫신들은 시계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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