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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도시의 잔향은 여전하다. 그리고, 흩어지는 많은 일상과 사람들이 여기에서 나눠지고 모여진다.
그런 많은 사람들중에서도 당신은 일부에 속했다. 하지만, 각각의 인생은 다들 다른 법이었다.
예시로 들자면. 당신이 그 탑에서 겪었던────. 충격적인 진실이라던가.
그 이후로 시간이 흘렀다. 대략적으로 14일의 시간은 흐른 것으로 판명되는 가운데. 당신은 도시의 가운데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브런치를 즐기기에는 의외로 포멀하다고 할 수 있는 단정한 의상, 그럼에도 코트 아래로 가려지는 다소 짧은 스커트가 충동적이기도 하는 성격과 살결을 동시에 드러내리라.
몸과는 다르게 얼굴은 카페테리아 파라솔이 만들어낸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위치를 선호한 것 같다. ...실제로도, [전 포모플로로교 성녀] 라는 독특한 배경을 지닌 그녀이니만큼 모습을 드러내면 항상 무언가 사로고 끝나고는 하였으니까.
뭐, 지금은 일단 14일에 대한 이야기와 성녀에 대한 이야기는 놓아두고 루치에가 주시하고 있는 여성을 함께 살펴보자. 꽤 단아하게 앉아 아까부터 무언가 신경쓰는 것이 있는 듯이 초조한듯 다리를 떨고 있는데. 그녀는 누구지?

그녀는 당신에게 신경이 쓰이는 내용을 언급했었다. 토오카는 당신이 그 내용에 대해서 접촉하는 것을 그리 꺼려했지만.
하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연으로 마주했던간데. 그녀는 자신의 예민한 성격을 숨기지 않는 다리를 멈추고서는 입을 열었다.

"대략적으로 14일. 이제는 그 기한이 지나갑니다. 다만, 토오카 레넌클리프 경감은 당신을 만나보는 게 좋다. 라고 저에게 말했어요."
"지금의 입장은 당신의 추가적인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만남이기도 합니다만. 일단은 서장님의 지시에 따라서 상태를 보기 위해서───."

루치에는 은 도금으로 장식된 조그마한 포크로 방울 토마토를 찌르더니 한 동안 멍하니 너머를 바라보려는 듯 뜸을 들인다. 표정은 퍽 밝지많은 않은게 지금 상황이 꽤 지루하다는 것인데, 굳이 숨기려 들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도, 저번에 부탁드린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나머지 이야기는 아마 곧 알게 되실 것이기도 하고.."
"굳이 지금 설명해도.. 어짜피 납득하지 못 하실테고, 나중에 그 아저... 아니, 관련된 분께 직접 들으시는 편이 확실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루치에는 입에 방울토마토를 넣고 우물거린다.

그녀는 경찰서에서도 가장 규율에 엄격한 사람이다. 그 몸에서는 고위의 관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예법이나 태도가 자연스럽게 보여지고 있다.
그녀는 손가락을 탁자에 두드리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 책을 마주하고 싶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계신건지?"

책 이야기가 나오자 루치에는 고개를 들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 책.. 처치 곤란한 상태로 알고 있어요.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없지만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하고 얽힌 중요한 단서구요."
루치에는 대로를 향하고 있는 오른손을 펴 거리를 가리킨다. 다양한 행인의 모습이 보인다. 우산을 들고 중절모를 쓴 신사, 오토마톤, 강아지, 어린애..
그 개개별보다는 전체를 포괄하려는 듯, 손을 과장되게 손짓하고서는 다시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리고선 말을 잇는다.
"그 책에 한해서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아니, 도움이 되게 해 주세요."




"물론이에요! 그 정도만 해주셔도 충분하지요. 아아- 정마알."
방긋 웃으며 아까와는 다르게, 기분 좋은 듯 파란색으로 빛나는 음료를 집어 꼴깍, 마시고는 단정히 내려놓는다.
"정말이에요. 그 절차만 진행해주셔도.. 말씀드렸듯이 지금 전부를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말입니다. 듣는 사람에 대해서 배려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저는 마법사이기에 더더욱 그런 당신의 말에는 유감을 표할 수 밖에 없군요."
"....해명될 수 없는 진실은 없습니다. 경감이라는 경찰의 입장에서도. 미지를 연구하는 마법사의 입장에서도."
"그렇기에, 설명할 수 없다. 라는 단어는───."
"변명일뿐입니다."

루치에는 이번에는 정말로 미안하다는듯 고개를 살짝 내린다.

마법사라는 족속에 대해서 설명해볼까. 마법에 보편화되어 있지만. 마법에 대해서 심도가 깊게 연구하는 학자들이 없지는 않다.
공학자와 연구자의 입장은 다른 법이라서. 공학자들은 마법을 어떻게 하면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마법을 공부하거나 개발하는 자들은 공학자의 입장에서 전제되어 움직이지만. 이룰 수 없는 진리나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기기 위해서 달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연구자다. 그렇기에, 그녀의 발언에서 엿보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연구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이라는 점이 확실해진다는 점이겠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무안하게 웃는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저도 아무런 생각 없이, 부탁받아 떠밀려서는 아니구.. 그러니까.. 이런게 익숙하지 않아서 말예요."
"지금까지는.. 설득했거든요. 아니지, 이걸 설득이라고 해야할까, 감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 아시죠?"
어느덧 포크질은 멈추고 루치에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진중해진다.

어떠한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당신의 말에 집중한다. 그런 와중에도 시원한 바람이 저 먼 동쪽에서 당신과 마주하고 있는 엘리스 경감의 머리칼을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오토마타로 이뤄진───. 강아지. 그래, 인조적인 수단으로 만들어진 강아지가 당신들의 옆에서 짖으면서 다가온다.
아마도, 이 가게에서 구매해서 관리하고 있는 종류겠지.

그러면, 엘리스는 그 강아지를 보고서는 순간 멈칫거렸다. 자신의 다리에 닿은 차가운 강철의 감각에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것을 밀어내거나 차버리지는 않았다.


"오늘 날씨가 이래도, 곧 비가 올거라는 것을 알아서 우산을 두 개 준비하는 것도.. 우산 없으시죠?"

그리고, 엘리스는 당신의 말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경우에는 관련된 마법을 지니고 있지 않은지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는 마법은 간소한 편입니다만."

"내리는 비라는 것에 맞춰서 내가 준비하고 변하는 것 같으니까."

이것은 흥미다. 당신은 마법에 대해서 얼마나 정통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마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이 세계는 마법은 대중적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지. 결국에는 대중화가 된 마법들은 대부분은 소소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취미의 영역이다. 물론, 하나도 사용할 수 없다. 라면 특이하게 보는 사람도 꽤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러한 마법에 대해서. 그리고, 이러한 사회에 대해서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이런 곳에서도 굳이 우산을 준비한 것을 보면 나름의 생각이 있지 않을런지? 실제로 엘리스가 비슷한 것을 물어왔음에도, 루치에는 마다하는 그녀에게 기필코 우산을 그녀에게 쥐어주었다.
결국 그녀가 질려서는 알았다며 그 우산을 가방에 넣어야만 만족하고서는.. 다리 밑에서 알랑거리는 개를 어루만지며 말한다.
"무언가를 미지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한다는 것은 저한테는 어려운 말이에요. 저는 그것을 하는 제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쪽이니까요."
"그렇기에.. 설명해도 납득하실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서 있는 길이 다르니까요."
"그래도.. 우산이랑 마법이랑. 어느걸 사용하는게 더 낫다고 하긴 힘들잖아요?"



정해진대로 움직이고. 정해진대로 살아가는 그런 기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신의 태도에 움직이는 이 존재는 실제로 진짜처럼 여겨지게 된다.
당신의 손길에 반응하고, 그 얼굴을 비비는 행위를 보게 된다면 묘한 귀여움이 있다고 느낄수도 있겠지.
엘리스는 그렇게 당신이 건네준 우산을 자신의 가방에 넣어두고서는 자리에서 천천히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루치에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 손으로 입을 가린다.
"으으응. 아니에요. 그럼 말씀대로 내일 뵐게요?'



그렇게, 그녀는 자리를 떠난다. 당신도 이대로 돌아가는가? 그리고, 확실히 날이 흐려지고 있다. 이 상태라면 비가 오겠지. 비를 맞는 건 별로 선호되는 일이 아니기는 하고.

"정말.. 요즘 덜렁대는게 늘었어.."
그녀가 떠난 자리에 홀로 앉은 루치에는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의 양 볼을 비빈다. 눈도 몇 번 깜빡이고서는 몇 번 남은 음식에 포크질을 하고난 뒤 개를 내려놓는다.
시간으로 따지면.. 엘리스가 떠난지 10분 정도 됐을 터이다. 지금 떠나기에는 이곳에서 생길 나머지 하나의 만남이 더 있었다.
평범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의 시발이 될 아주 중요한 만남. 그야말로, [감춰진 것을 밝히는 자]기에 마주할 수 있는 세계에 있어서는 이단과도 같은 조우.
평범.. 평범이라고 말했나? 참나, 그 만남이란 것은 생각보다는 평범하지 않은 큰 소란과 함께 일어났다.


'너도 친구로 해 줄게. 아직도 붙어있는 걸 보니까.'

──당신은 학교를 다닐 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었는가?


도로시는 평범하게 결혼했지. 애초에, 그녀는 그런 삶을 평범하게 원해왔으니까.
그리고 레니는────. 특이한 괴짜였고. 농담으로 말하기도 어려운 친구였다. 다만, 기술에 큰 흥미를 보였던 친구였고. 오늘의 만남은 그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군.
애초에, 그는 당신이 토오카에게 구해지기 전의 사정을 알던 인물이었으니까.

이 난리, 그러니까 저기서 들려오는 폭음이라는 사건을 돌아보아.. 그의 이야기를 한 번 옆에서 들어보도록 하자.

너무너무 커다랗고 신기한 기계! 지금껏 11년간 이 도시에 살아오면서 이런 건 처음이라 너무 두근두근거려서요, 저는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모른 채 만져보려고 손을 뻗고 있어요!
"아그.. 아그? 네마?? 이게 그거에요? 이 튀어나온 빨간거!"

그런 생각의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애초에,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하면 질색하고 돌아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른이면 다야?!"
너무 짜증나서 그렇게 따져요!!


저 답답한 사람은 분명 계급도 그 속처럼 좁을거야!
그래서 그렇게 만져달라고 부탁을 해보는거에요!


레니는 본인의 성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꼬마의 경우에는 큰 벌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똑같은 세계를 바라보는 괴짜들뿐이다.
그렇기에, 레니는 소년을 잠시 바라보았고. 핵심로의 전원을 내렸다. 다만, 핵심로가 실제로 꺼지는 과정에서는 시간이 걸렸으니.
───당연히 이 소년이 건드리면 폭발하겠지. 하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위험은 덜하겠다.
"....좋아요. 어디 해봐요."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저씨가 신경써줬어!
신경.. 신경을 써줬는데.. 아빠가 이렇게 되면 뭐라고 하랬지?
그러니까.. 고맙다는 인사랑... 그... 상대가 누구더라도....
"...아, 아앗. 앗! 미, 미안 아저씨!"
"아, 아빠가 계급으로 사람 놀리는거 아니랬는데..."

그러면, 레니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꼬맹이의 목덜미를 잡아서 들어올렸다.




그저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연기와, 그리 뜨겁지 않은 증기(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루치에도 정확히는 모른다ㅡ 기술자를 찬양하라)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만 보였을 뿐.
"... ...와아."
루치에도 일이 일어날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화려하게 터질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리고서는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들을 버려두고서는 당신이 앉아있는 이 장소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학창시절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외롭게 있었던 그의 경우에는 다소 독특한 시각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당신과 겹쳐지는 면이 있었다. 물론, 그가 당신과 같은 시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라. 지금와서도 이 소동 자체가 너무나도 옛날을 생각나게 해, 루치에는 그만 크게 웃어버렸다.
"레니이.. 아하하하. 뭐야 저게에. 와- 진짜. 너어..."

그렇게 말하면서, 레니는 아까의 엘리스 네버모어가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착석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레니는 당신이 건내주는 손수건을 받고서는 그걸로 자신의 얼굴이나 옷에 묻어있는 폭발의 흔적을 대충 처리했다.

"아하하.. 진짜 배 아프다... ...잘 지냈지?"

"망할 발명품들은 여전히 특허를 허락해주지 않고있어. 여전히 내 기술의 가치를 모르는 놈들이야."
"너는 어때?"

장난스럽게 웃으며 얼굴을 쏙 내민다.
꽤 화사하게 웃는 모습은.. 뭐 그래, 폭발물을 뒤집어 쓴 괴짜 기술자보다는 사정이 나아보인다.

그는 당신의 눈을 게슴츠레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피식, 웃고 말아버리는 것이다.
"토오카는 사실 허벅지가 약해. 이제 너도 그거 아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나중에 핥거나, 꼬집거나, 찌르면 꽤나 반응이 볼만할꺼야."
"오른쪽이 특히 더 약하더라."


"아, 비가 오겠네. 걔도 오라고 하는 게 어때? 요즘 바쁜가?"
흐려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레니는 그렇게 뱉어냈다. 비가 이미 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위에 언급해서 당신도 알고 있다.

"이 자리도 애초로 토오카가 잡아둔거라.. 아마 금방 왔다가 그칠거야."
"어디~ 그칠 때쯤 우리 만남도 그치겠네. 시적이다. 그지?"

"애초에, 그 선생은 대머리라서 항상 맑은 날에는 햇빛이 머리에 비춰지면 번쩍번쩍 빛나는 열광등과 같아서 웃겼지."

"꽃이랑 유리랑은 비슷하잖아. 내가 읽을 땐 유리가 더 어울렸다구. 선생님 잘 지내시려나 모르겠다."
"그 할아버지니까 잘 지내겠지."

"그렇지만, 너의 경우에는 좀 위험했지."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루치에는 그의 손에 시선을 쏠렸을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확인해버린 그의 손은 아까의 엘리스 경감과는 다르게 투박하고 상처가 많았다.
손에 박혀있는 굳은 살은 온갖 고생과 그가 겪어온 나날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손이 성해야 기계도 성하게 만지지. 손 내놔봐. 발라줄테니까."

그렇게 레니는 말하면서 당신의 행위에 거부감을 더 이상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듣기에는 토오카가 탑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고 하던데."
"정확하게는, 니가 알고 있을거라고. 그리 말하던데."

루치에는 레니의 손에 시선을 집중하며 말을 느릿하게 이어간다.
"여기도... 옳지 옳지.. 그러니까, 응... 저번에 토오카랑 박람회에 갔을 때 탑에 올랐었는데.."
그 말을 시작으로, 루치에는 탑에서 본 어떤 기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소 편향적일 수 있는.. 기계를 모르는 소녀가 내뱉는 감각적 설명이었지만, 괴짜같은 레니의 뇌는 그러한 불확실을 주워모아 하나의 확실함으로 조각을 맞춰나간다.
결국 레니의 손이 크림 범벅이 다 되었을 즈음엔 오히려 그 기계에 대해서 레니가 루치에에게 설명을 하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앞날을 예측하는 예지론적인 마법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러한 추정되는 과정에서 확인해본 결과에 따르면 도시의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도시 전체도 맞아."

"좀 말이 안되는데."


"....문제는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이야. 내가 알고 있는 기술로는 그 과정이 성립될 수 없어."
"애초에, 예지론은 명확하게 결정된 학문이 아니야. 실제로 그 효용성이나 실증성에 대해서는 앞날이 불투명해."


"실제로, 관련된 데이터의 검증되었느냐? 그리고, 어떻게 어떤 논증을 걸치고 통계의 신뢰도의 수준은 어떻게 되는가?"
"그런 여러가지 과정을 걸쳐야했고. 그러고서도, 적중률이 심히 낮았는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도시를 유지하고 있다면. 무엇인가 기반이 되는 기술적인 부분이 다를수도 있겠지."
"너가 알고 싶은 것은 그것의 원리야? 아니면, 그것에 영향을 주고 싶은 법? 아니면, 그것에게서 시선을 피하는 법?"
"어느쪽이야?"

루치에는 그렇게 말하며 시계탑이 있는 쪽을 바라본다. 당연하지만 어두운 하늘과 건물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다.
"첫째로, 난 그런 기계... 인정할 수 없어. 그래서 알고 있는게 있다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던 것이고.."
"알고 싶은건.. 그 기계의 예측을 부정하는 법이야."
"...너무 먼 목표려나? 사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조금 막막해. 나한테 있어선... 눈을 감고선 줄을 잡고 걸어가기만 하면 넘어질 일이 없었는데.."
"그 줄을 꼬고 흔드는 장난꾸러기가 나타난 형태야. 그것도 기괴하게.. 내 주변이 이상해지는 형태로."

"그렇지만, 내가 봤을 때 너한테 필요한 건 뭘 할지를 결정해서 움직이는 게 아닌 거 같은데."
"목표부터 확실하게 잡자고."
"정말 그게 전부야?"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듯 뜸을 들이며 말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의도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루치에도 따라 고개를 젓고는 말을 붙여나간다.

"사정좋게 움직여주는 그런 놈과는 좀 다르지."

"....말했지? 그 기계, 내가 잡고 있는 줄을 흔드는 장난꾸러기라고."
"만약에, 만약에 그러면 내가 그 기계의 원리나, 그런걸 통해서 줄을 다룰 수 있게 되면.."
"항상 보는대로 따라하는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나도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미래를 보는게 아니라..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어. ....아하하, 물론 막 세계 정복 이런건 절대 아니구."
"목표.. 를 말하라면 역시 그거려나.."


그리고, 당신이 건내줬던 손수건을 집어넣고. 자신의 손수건을 내밀었다.





"우리가 지금 뭐했지?"
"말해봐."


"여기서, 어떤 의문이나 모르는 게 있어?"
"이해되지 않는 점이나?"


"중요한 건 이 부분이야."
"과정이 확실하다. 결과도 확실하다. 그럼, 원리도 확실해. 그건 절대적인 이치야."
"무슨 이치냐고? 기계의 이치."
"기계는 그 과정과 결과가 있다면 그것을 구성하는 원리가 무조건 있어. 그 원리를 알 수 있다면 어떤 기계라도 조립하고 다룰 수 있어. 분해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니가 말한 건 충분히 가능해. 그 망할 기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했어?"

루치에는 받은 손수건을 꼭 쥐었다.
"고마워. 조금 막 기대는 돼."

"어차피, 기계의 이론만 파악할 수 있다면. 그리고 과정에 대한 증명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너의 그 개념적이고 감각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핵심기관(核心機關)에 기계적인 구조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어. 많은 자료와 정보가 필요하지만."
"내가 구해보기는 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가 좀 알려줘야 할 거 같은데."



그러나 지금 주어진 조건은 어느 쪽이든 불리한 것들 투성이다. 총리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러네. 도와줄 수 있는게 있으면 나도.. 알아볼게."

"내가 추측하는거야."
레니는 그렇게 못을 박았다. 그는 이렇게 확신할 수 없는. 그리고 그러면서도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게 못을 박고는 했다.


"만약에, 그렇게까지 대단한 기계라고 하자.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어디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느냐."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무엇을 통해서 가동하느냐."
"그것에 대해서 해명된 게 하나도 없어."
"그렇게 된다면, 이제 그건 기계의 역할에서 신이나 미신의 역할을 가지게 되는거야."
"왜냐하면,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니까. 당연히 모르는 사람들은 숭배하고, 착각하고, 오해하고, 믿어버리기 나름이지."


루치에는 눈치를 보듯 사심을 털어놓았다.
"나, 기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부 그 기계교.. 믿는 줄 알았거든. 많이 알지는 않아도 그래도 그쪽 이야기는 몇 번 들은 적 있었는데.."
"레니는 완~전 이단이네. 그 사람들한테 잡히면 화형 당할 수도 있겠어."
루치에는 씁쓸하게 웃으며 받은 손수건을 정사각형 형태로 이쁘게 접는다.

"나는 해명하고 탐구하고 밝혀내고 싶어하는 쪽이야. 그리고, 그러한 자들은 미신이나 미지의 것을 전혀 믿지 않아."


"알아."
"그렇기에, 너한테 이 이야기를 하는거야. 그리고, 돕는거고."
레니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서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눈빛을 통해서 당신에게 고했다.
"───나도 널 이해할 수 없어. 나에게 있어서, 니가 말하는 기계나 너나 그리 다르지 않아. 전혀 차이가 없지."
"항상 그렇잖아.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렇기에, 너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이 일을 돕는거야. 더불어서, 니가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영역까지 내려온다면 더 좋고."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봐봐, 비도 그치고 있잖아. 내 말 맞지?"

그래. 당신의 말대로 이제 괜찮았다. 그렇기에, 레니는 조금의 비웃음과 같은 웃음───. 당신은 이 웃음이 그가 드물게 보이는 것임을 안다.


그렇게 말하며 루치에는 곱게 접은 수건을 레니에게 건내려는듯 손을 뻗었다. 받을까, 말까. 일종의 시험을 하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레니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형태와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루치에도 불쾌하진 않은 듯 그렇게 피식 웃으며 자리를 정리한다.
아까 같이 놀고 있었던, 태엽과 나사가 움직이는 개는 비가 그친 것이 좋은지(물론 그것이 개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관찰자가 그리 이입한 것일테지만) 다시금 그늘 아래서 나와 손님을 끌려는 듯 대로로 나선다.
짧은 우천으로 바닥에 고인 물을 참방이는 기계의 모습은 어지간히도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번에 발명품은 작살났으니. 새로운 걸 만들 차례가 왔어."

저어 멀리 보이는.. 아직도 연기가 솔솔 나고 있는 차를 보며 놀라 묻는다.

"몇 번이고 반복할뿐이야. 이미 실패하는 건 익숙해. 중요한 건 한 번만 이기면 내 승리니까."
그렇게 레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박살나버린 자신의 차와 발명품에 대해서 후회는 없었다. 저것도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스럽게 다시 시도해서 만들뿐이겠지.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것은 없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역시 세계를 보는 시야의 차이겠지.

당신은 홀로 남았다. 어쩌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만남이었다. 다만, 당신은 만났던 두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엘리스 네버모어도 탐구자에 속해있었다. 레니 테슬리오도 탐구자에 속해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었고. 기술과 마법이라는 양쪽의 위치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둘 다 관찰한 당신의 생각은?

지금까지 루치에의 주변은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는 사람들이 머물렀다. 실질, 그녀의 역할도 그들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역할이었으니까.
이제는 바뀔 때가 된 걸까? 처음 변화를 실감하여 광장에서 의문의 꼬마를 만난 뒤, 시계탑을 다녀와 14일이 지나고 보니 루치에의 주변은 놀랍도록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어찌되었든간에, 그녀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태엽은 움직이고 있다. 그 태엽의 존재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입장도, 움직인다는 결과에 주목하는 입장도 어느 쪽이든 그들이 내린 공통 답, 현상에 대해서는 사소한 이견마저 없었다.
그야말로 그런듯이 루치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거리로 나선다.
흐렸던 하늘이 흩뿌린 액체는 도시 곳곳에 맺혀, 비가 내리기 전보다도 도시를 화사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높아진 습도에 의해 건물 사이사이에서 올라오는 증기의 모습은 훨씬 더 명료했으며, 들려오는 소리도 생동감이 넘쳐.. 어쩌면 곧 있을 그녀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마냥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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