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생은 그랬다. 흘러가는 물길과도 같은 흐름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정해진 결말을 맞이하고서는 정해진 결말을 따라간다.
그 책에 적혀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연하게 태어나며, 당연하게 살아가고, 당연하게 죽는다.
우리가 보았던 결말은 결국에는 도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나 과정이 있었더라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 운명이 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긍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은 살아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운이 좋았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운명대로 가슴에 파고드는 탄환은 아슬아슬하게 막혀있다. 누군가의 차량에서 꺼냈던 사소한 우연에 의해서.
[ - ]:그제서야, 당신은 탄환의 뜨거운 열기와 격통이 달려오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도, 충격만으로 끝났지만.
루치에 베스페텔로:"....크읍..!"
루치에는 세어나오는 공기를 내뱉으면서도 정면을 노려본다.
그녀가 무엇을 믿고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애초로 이것이 그녀의 선택인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이 공간에 서 있는 것은, 맺히는 눈물을 머금고서도 빛을 잃지 못한 빛나는 두 눈이다.
에르니오 빌데:"흠."
총리는 시선을 당신에게서 돌렸다. 그리고서는 섬광이 일어났던 구조물에 시선을 돌린다. 그의 눈동자는 감정의 조각도 담고 있지 않았다.
"───오류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게 너가 정한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냐. 데우스."
[ - ]:그리고, 이윽고 다시 총성이 울렸다. 누구의 총성이냐고 물으면 총리라고 답할 수 없었다. 토오카는 그를 향해서 총을 격발했다.
토오카 레넌클리프:5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구가 불을 뿜고서는 총리에게 그 이빨을 드러내지만 ───.
에르니오 빌데:7
총리는 그냥 그 총알을 보지도 않고서 피했다. 아니, 읽어냈다. 라는 표현이 올바를까. 그리고서는, 토오카를 무시하고서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운이 좋구나. 꼬맹아."
루치에 베스페텔로:"...당신도요."
"..."
"괜찮아 토오카.. 여기까지는."
토오카 레넌클리프:토오카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총구를 약간 내렸다. 양손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은 다음번의 격발을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
에르니오 빌데:"이야기를 할 자격은 되겠어. 소녀여. 어떻게 하겠는가?"
루치에 베스페텔로:"당신이 한 말도.. 일리가 있어요."
그녀는 품 안쪽에 손을 넣고서는, 곧 일그러진 작은 탄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옛날 제 주변 사람들이 하려고 하는 일.. 막아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커다란 구멍, 소멸, 장막.. 평소 봐오던 하늘은 언제부턴가 뒤틀려 있어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라도.. 옛 교단원들과 대화를 하고 나침반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지금부터, 앞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총리님."
에르니오 빌데:총리는 기묘한 미소를 보였다. 그것은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게획대로 되었다는 미소일까. 어느쪽이든, 총리는 권총을 거두었다.
"과연. 그런가. 아가씨가 당돌하구만. 협조만 해준다면 나도 총을 들이밀 필요는 없지."
토오카 레넌클리프:"미친 놈...!"
루치에 베스페텔로:"저어,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동시에 토오카를 말린다.
"협조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도 이용할 생각입니다."
"이 건물, 이 기계, 시계. 저 바깥.."
"제 손을 잡는건 거절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건 총리님이 생각하는 그런 협력이 아닐거에요."
"물론 총리님에겐 선택지도 없겠지만요. 안 그래요?"
에르니오 빌데:"좋은 말이군. 마음에 들어. 그게 협력이지. 안 그런가? 서로를 이용하는 일은 익숙하거든."
"그렇지만, 아가씨. 본인의 삶을 돌아보는 게 좋을꺼야."
"여기에 도달하는 이는 결정된 숙명이 있다. 전 총리가 지긋지긋하게 말했던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서는, 총리는 어깨를 으쓱.
루치에 베스페텔로:"...당신도 참 나쁜 사람이네요."
에르니오 빌데:"대화를 더 하고 싶다면 장소를 바꾸지. 아니면, 내려가도 좋네."
"어차피, 이 도시에서 나한테서 벗어나는 건 불가하니까.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렇게, 이 남자는 당당하게 체크메이트를 선언하는듯한 말투로 그리 말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맘만 먹으면 제가 어디 사는지도 찾을 수 있으신거 아녜요?"
"아니면, 이미 아실까?"
루치에도 그렇게 웃었다. 그 모습엔 경계라곤 찾아볼 수 없다.
에르니오 빌데:"그럼~, 내가 뭘 모르겠나. 자네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알 수 있지."
"그러니, 여기를 떠나도 좋다고 하는 게 아니겠나. 아가씨?"
루치에 베스페텔로:"그들이 원하는건.. 어떤 책일거에요. 아니면 어떤 책'들'이거나."
"그 책에 대해서 조사해볼 수 있게 저랑 토오카에게.. 필요한 권한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거기서부터 시작하죠. 어때요?"
에르니오 빌데:"──책인가. 좋네. 그 정도는 해줘야 서로에게 신용을 얻을 수 있겠지."
"그에 관해서는 따로 사람을 보내지. 여기서 일일히 결정하기 귀찮기도 하고. 내가 그리 성실하지도 않으니."
루치에 베스페텔로:"어머, 마지막은 좋은 소식이네요. 배려심도 있으셔라."
에르니오 빌데:"이거 정말 미움받는구만. 뭐, 방금까지 총구를 겨눴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루치에 베스페텔로:총구가 문제일까. 눈 앞에서 남자친구를 줘팬 주제에 말이다. 루치에도 그것을 아는지 고개를 저으며 토오카에게 향한다.
"고마워."
토오카 레넌클리프:루치에의 그 말에 토오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총리에게 한 말이었나? 어느쪽이든. 다만, 토오카는 입술을 깨물고서 총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시는겁니까. 당신은 원래 이런 걸 하는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에르니오 빌데:"할 말이 없군. 토오카 레넌클리프. 자네의 아버지가 좀 더 다루기는 좋았는데."
"의미없는 질문이야. 그건. 자네도 알잖나?"
그리고서, 총리는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오기 시작했고, 당신들을 지나쳤다. 이제는 볼일이 없다는듯이.
토오카 레넌클리프:"....내려가자."
루치에 베스페텔로:"지인짜 무신경한 사람이다. 마음 속이 태엽 투성이인가봐."
루치에도 그렇게 총리의 흉을 본다.
이미 총리라기보다는, 동네 아저씨 대하는듯한 태도다.
"토오카.. 많이 놀랐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걸로 한 단계 움직인 것 같아. 나도 이 감각.. 잘은 모르겠지만."
별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루치에 베스페텔로:하지만 저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면, 천구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으레 별도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시계탑을 내려가서 처음 보는 밤하늘은 참으로 낯설고 새로울 것임을.
루치에는 그런 생각을 하며, 토오카와 함께 시계탑을 내려왔다. 내려가는 동안은 아무 말이 없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시계가 있던 공간을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 - ]:───종소리가 들린다.
울리는 소리는 확실히 있었다. 어디에서 그것이 들려오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은 시계탑을 내려오면서 종을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하늘을 가르키는 시계는 그 종을 울리고 있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많은 것이 달라졌다. 밤하늘을 기리는 상복과도 같이.
우직하게 서 있는 하늘의 등대는 고함친 뒤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의 박람회가 끝났다.
토오카 레넌클리프:토오카는 생각이 많아보였다. 오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인가 깊은 생각속에 잠겨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것은, 당신들의 집에 문의 앞에 도착했을때였다.
"...도착했네."
루치에 베스페텔로:"예전에 친구들이, 박람회 갔다오니까 세상이 달라보인다고 자랑 진짜 많이 했는데."
"오늘은 걔네들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지?"
"..."
"토오카랑 나.. 역시 나아가야 하는 길이 다른 걸까?"
"진짜.. 생각도 하기 싫지만... 우리, 언젠가는 헤어질 수도 있는걸까...?"
토오카 레넌클리프:"그렇지 않아!"
그러면, 토오카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듯이 대답했다. 그 대답에는 여러가지의 복잡한 감정이 있었다.
토오카는 당신을 향해서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그럴리가 없잖아. 절대. 그런 일은 없어."
루치에 베스페텔로:토오카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어느새 눈물 범벅이 되어 있는 루치에의 모습이겠다.
"...하.. 하지만 나..."
"타.. 탑에서도 토오카를 위해서...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맨날... 혼자고.... 나... 으흑... 괜찮은걸까...?"
토오카 레넌클리프:토오카는 당신의 두 손을 잡았다. 그리고서는,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은 없어. 절대로."
루치에 베스페텔로:"아무도.. 아무도 몰라! 이 기분 아무도.. 이해 못해준다고... 히윽. 그.. 그 총리도오.."
"이런.. 사람인데..... 토오카도 지쳐버리면 어떡해..."
토오카 레넌클리프:그 말을 듣고서는, 토오카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당신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것을 당신은 느낄 수 있었다.
루치에 베스페텔로:루치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못한다에 가까울까.. 쥐어짜듯 그녀의 심정을 대변해주던 말 하나하나는 실이 풀리듯 풀어져
바람 앞에 흐느끼는 실비단처럼 늘어질 뿐이다.
토오카 레넌클리프: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 남자는 큰 결심을 했다.
당신의 손을 잡고서는, 다른 손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서는, 말하는 것이다.
"...들어와."
루치에 베스페텔로:"으아아앙! 토오카아아.."
토오카 레넌클리프:"...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그렇지만, 루치에. 나는."
"....너를 지켜줄꺼야. 너가 어떤 길을 걷는다고 해도. 나는 널...."
"사랑해."
루치에 베스페텔로:루치에는 그저 흐느낄 뿐이다. 불안감이 사그라들때까지 토오카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본 미래의 해석이 교차하고 꼬여버린 날.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뒤틀린 심상은 어떨까.
지금까지, 원래 그랬을 일이라며 흘려보낸 수많은 무책임이 되돌아와 자신을 비추는 공포는 또 어떨까.
여전히 미래는 보이지만, 별은 움직인다. 어지러움. 본능. 그리고 미약한 희망까지.
어쩌겠나, 그럼에도 오늘도 밤하늘은 빛나고 토오카의 품은 여느때처럼 따뜻했기에..
아마도 쓰러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 흘러가는 물길과도 같이 내일도 평소와 같은 기분을 반복하기 위해.
[ - ]:──토오카는 그저 당신이 안정될 때까지 달랬다.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미래를 보는 힘도 없었으며, 진실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출생도 아니며, 특별한 숙명도 없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연인을 위해서─────.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박람회의 일이 끝났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을 마주했다. 아마도, 영원히 잊을 수 없겠지. 이 날은.
페이지가 닫힌다. 첫번째의 막은 이렇게 끝났다. 어쩌면, 싱거웠을지도 모른다.
[ - ]:어쩌면, 원하는 바가 아니였을지도. 독자가 원하는 결말은 아닐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위해서.
───────────────────
'이단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ISODE 08 (0) | 2022.07.31 |
---|---|
EPISODE 07 (2) | 2022.05.01 |
EPISODE 06 (0) | 2021.12.18 |
EPISODE 05 (0) | 2021.02.04 |
EPISODE 01 (0) | 2020.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