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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야기

EPISODE 16

 
 
───────────────────────
 
[ -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이다. 객관적인 사실과 명확한 행동을 우선해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심장이 뛰고있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것이 존재한다. 싫어하는 것이 존재한다. 각자의 판단과 실수가 존재한다. 그게 우리들이 사람이라는 증거다.
과거의 색상은 붉은 주홍빛의 액체와도 닮았다. 물들어버린 과거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흔이 되었다.
당신은 손을 뻗었다. 평소라면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루의 끝을 보여주는 하늘의 색깔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예쁘게 그려놓은 그림과 같아서 바라볼지도 몰라겠지.
하지만, 오늘의 당신이 보는 주홍빛에 물든 하늘과 언덕의 끝에서 벌어질 일은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이 죽는 게 일상이 되던 무렵.
모든 게 망가진 시절. 그 때의 하늘도 지금과 같았다. 이윽고, 당신의 속내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갈망이 술병을 채우듯이 스며들었다.
 
[ - ]:그 감정의 시작은 어디에서 왔는가. 갑작스럽게 생긴 원망과 이상하게 비틀어진 현실이──.
그리고, 당신이 보낼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갈망이…
그래. 망가진 모든 것에 대한 강렬한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행동을 이끌었다.
 
펑!
 
끼이익────
 
[ - ]:거대한 나무에 구멍이 생겼다. 견우는 강렬한 탄내를 맡았다. 그리고서는, 시선을 돌려보면…당신을 향해서 달려오던 차량의 앞에 가로수의 중간이 박살나서 무너져서 길목을 막고있었다.
차량의 운전자가 뭐라고 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당신들의 입장에서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
갑작스러운 이변의 연속은 이견우를 당황하게 했다. 민시현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모두의 예상을 박살내고 가로수를 박살내서 도로를 막았다.
그것만이 명확한 사실이었다.
 
:"이게 뭐야!? 갑자기 나무가……!"
 
이견우:어지러웠던 사고가 강렬한 탄내와 브레이크 소리에 잠깐이나마 깨어난듯 했다.
흐린듯한 웃는 표정에서 놀란 표정으로 바뀌며 민시현을 바라봤겠지.
 
민시현:갑작스럽게 세상이 움직였다. 나만 빼고. 마치 VR라이브 스트리트 뷰를 보는 듯한 진한 이질감. 거기서 가장 이질적인 것은 난장판의 한복판, 마치 지시등마냥 그 한복판을 가리키고 있는 검지손가락이었다. 그건 내 것이 분명했지만 내가 모르는 것이었다
멍청한 표정으로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급박한 상황을 잊어버릴 정도로
 
:"이게 대체……야! 이런 망할! 설마 네가 한 짓이야?! 엉?! 미쳤어!? 나무를 박살내고 도로를 막고서는 한복판에 서있어?"
"이게 지금 무슨짓이야! 사고날 뻔 했잖아! 어!?"
 
이견우:"아니, 그게-" 당황한 기색으로 일단은 도로에서 비켜선다.
그리고는 일단...인명 피해는 없는지 확인해봤겠지.
 
[ - ]:인명피해는 없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태에 당신이 언덕을 내려가는 도로의 아래쪽을 보면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당신의 소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이견우:"죄송, 죄송합니다." 운전자에게 사과를 건네고 어찌해야될지 몰라 일단 가로수부터 길에서 치워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한다. 일이 이렇게 된 원인은 명백해보였다. 또 나였다.
가로수가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민시현:영화 필름을 보는 듯한 비현실감 속에서 가장 이질적인 것을 바라보다 그것을 한 차례, 그리고 두 차례 구부려본다. 내가 움직인 대로 움직이는 그것을 기이하다는 듯 뒤집어보고는, 그제서야 현실이 된 시야 속으로 발을 딛는다.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놀랄 정도로 쉬웠다. 마치 원래 현실이었다는 것처럼
 
[ - ]:민시현을 걸음을 옮겼다. 당신이 이견우의 앞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거리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견우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회전했다. 뱉을 수 없는 걱정이 산과 같이 쌓였다. 앞에 있는 현실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견우라는 남자의 용량은 명확하게 한계까지 몰리고 있었다.
이윽고, 이견우가 가로수를 수습하려고 해도 당연하게 사람의 혼자의 힘으로는 될리가 없다. 애초에, 수습을 해서는 어떻게 할 셈인가?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을 멍하게 만드는 망치와도 같은 의문이 자신의 머리를 강타할 때쯤에 민시현은 이견우의 앞에 도달했다.
 
이견우:식은 땀일까? 아니면 조금 힘 좀 썻다고 땀이 났나? 어찌됐건 늪에 빠진듯 축축한 불쾌감에 휩쌓여 가로수를 옮겨보려다가 다가온 민시현을 올려다본다.
 
민시현: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그것은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이질감 속에서, 필름 속에 있던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심장이 그래야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견우야, 괜찮냐. 아. 혹시 다친 사람 없습니까? 놀라셨죠"
 
:"미친! 잘못하면 죽을 뻔 했잖아요─. 아이구, 이걸 어째. 사고는 안 났는데 이게 뭡니까?"
남자의 차량에는 손상이 없었다. 가로수에 닿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남자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의 놀란 감정과 행동의 연유를 짐작할 수 없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견우:"저, 저도 괜찮습니다." 결국에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혼날까 두려운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내렸다.
 
:"아이고─. 난 몰겠다. 알아서들 하슈!"
남자는 운전대를 잡아서 돌렸다. 이 일에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그런 의사의 표현이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이 장소에 조금 있으면 경찰이 올테니까.
 
민시현:그런 남자에게 깍듯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여전히 머리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장이 그렇게 시켰다
"실례했습니다. 저희 사무소 신입인데, 밤샘 근무했더니 피로했나 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는 운전대를 돌리고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량이 떠나간다. 그리고, 그제서야 두 사람은 이 광경을 지켜보는 시선이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견우:아마도, 주변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나 행인들이었겠지?
 
:사람이 만든 사회라는 틀은 언제든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기에, 견우의 시선에 잡히는 다른 평범한 가게들과 행인들의 시선은 자신의 잘못을 찌르는 흉기와도 같았다.
물론.
 
민시현:차량이 떠나가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가, 훅 숨을 내쉰다. 그제서야 머리가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마치 차가운 물을 뒤집어써 물감을 씻어내는 것 같은 기분
 
이견우:멍하니 차량이 떠나가는것을 보다가, 시선을 알아차리면 불안한듯 초조하게 목을 긁어댄다.
 
민시현:완전히 현실감이 돌아온 손바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견우의 등짝을 때리는 것이었다
"이견우. 핸드폰 가져가더니 뭐하냐"
 
이견우:"소ㅈ...악!"
"핸드폰...아." 그래. 그랬었지. 민시현의 휴대폰이였다.
가지고 있던것을 꺼내 잠깐 바라보며 짧은 순간 수 없이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건넨다. 그녀도...어느정도 상황을 알아야할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그러니까...죄송합니다. 소장님."
살짝 마른 목소리로, 힘 없이 입을 열었다.
"제가 좀...사고를 쳐서요."
 
민시현:핸드폰을 받아들며 묻는다
"누구한테 죄송한거야. 음. 어차피 크게 친 것 같으니 부담없이 말해라"
 
이견우:"...." 입술을 깨물었다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화정이가 튀겠다더군요."
"이리나한테 기회를 줄거라고 말했더니, 그게 자신과 이리나를 위해서라도 나을거라면서..."
 
민시현:".....엉?"
 
이견우:"막아야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야. 미래를 그리겠다고하는데 어떻게-"
횡설수설하며 통화내용을 절제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민시현:검지와 중지로 견우의 이마를 짚었다가, 딱밤을 튕긴다
 
이견우:"전 그냥, 좀 더 잘해보려고했는ㄷ-" 딱밤에 말이 끊어진다.
 
민시현:"본인이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그래도 의뢰비는 좀 내고 갔으면 좋겠다만....."
"일단 신고좀 하고 듣자"
"마실거라도 사와"
오천 원 짜리 지폐를 한 장 내주고는, 단말기에 112를 누른다
 
이견우:"예? 아, 네."
받아들고는 아직 멍한 상태로 기계적이게 마실것을 사오러 잠시 움직였다.
실론티면 되겠지.
 
:신호음이 울린다. 이윽고, 연결되는 음성은 전형적인 범죄신고를 받는 안내원의 목소리다.
"네. 112입니다."
 
민시현:"xxx길 x인데. 사고를 내서 좀 신고하려고 하는데..."
 
:"네. 자세한 상황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민시현:"4급 해결사 민시현이고, 실수로 가로수를 파손해서...아. 초능력으로요"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어설프게 묻는 것보다는 자진신고 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았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피해자는 있습니까? 그 외에 해당하는 장소에 문제가 있습니까?"
 
민시현:"피해자는 없고, 가로수로 도로가 막혀서 치워야 하는데 장비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촬영해서 전송할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해당하는 장소에 인원을 파견하겠습니다."
 
민시현:"예. 수고하십니다"
조서가 필요하면 따로 연락이 오겠지. 잠시 기다렸다가 안내원이 더 이야기가 없다면 통화를 끊는다
 
[ - ]:통화가 끊겼다. 민시현은 이런 절차에 대해서 알고있다. 추후에 상황을 확인하고서는 조서를 보내올터다. 당신의 경찰쪽의 언니쪽이 나중에 무마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시현:피해자가 자리를 떠 버렸으니 벌금이나 조금 나오고 말겠지. 허리에 주먹을 얹고는 한숨을 쉰다
돈 샐 덴 많은데 의뢰인은 날먹해버리네
"아이고~ 소장 해먹기 힘들다"
낄낄거리며 웃어버리곤, 견우를 기다린다
 
이견우:그 즈음에 실론티와 복숭아맛 아이스티를 하나 들고 뛰어서 돌아온다. 둘 다 캔이였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실론티를 건네주면서 거스름돈을 건네주겠군. 계산해보면 실론티 한 개의 가격이였겠다. 아이스티는 본인 돈으로 사왔으니까.
 
민시현:"거 참, 사준대도 그러네"
 
이견우:"아니, 괜찮습니다...그것보다 그, 어떻게 됐습니까?"
가로수 쪽에 시선을 던지며 물어본다.
 
민시현:거스름돈을 받아 갈무리하고, 코 끝을 훔치며 답한다
"자진신고 했지 뭐. 치우러 올 거랜다"
"자리나 옮기자. 차로 갈까"
 
이견우:"..예."
얼굴을 세수하듯 쓸어내리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민시현:어깨를 으쓱이곤, 역시 차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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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들은 차로 돌아왔다.
평범한 운전대. 평범한 광경. 박살난 나무가 신경쓰일지도 모르지만 해야할 일은 전부 했다. 그런 와중에 당신들이 자리에 착석하면 침묵이 감쌌다.
이윽고, 누가 먼저 입을 열었을까?
 
민시현:"그래서...어떻게 된 거냐"
 
이견우:"...제 잘못이죠 뭐." 정말이지, 되는 일이 없다.
 
민시현:"잘못이 뭐 대수라고"
"어차피 매 순간 잘못하면서 사는데"
 
이견우:"아까 말한대로입니다. 이리나는 자기한테 정해진 전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전 그게 어쩔 수 없어서 포기한 제가 생각이 나서. 기회를 줄거라고 화정이한테 말했더니..애초에 기억도 조작된걸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자신을 이루는 과거에 매달리려는걸지도 몰랐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확립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냥, 좀 더 나은 길이 있지않을까 했는데 자꾸. 그냥...달빛사무소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목이 타는지 음료를 한 모금 축였다.
 
[ - ]:말이 빠르다. 민시현이 보기에는 이견우의 말은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심리적 불안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민시현:역시 캔을 따 한 모금 마시곤, 뜬금없다는 듯 되묻는다
"전정? 전정가위 할때 그 전정?"
 
이견우:"예. 그녀는 스스로를...장미. 푸른장미라고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본인은 이제 잘려나갈 수 밖에 없다 그냥 그렇게..."
"어쨰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섭다고, 미친놈이냐는 말같은걸 들을려고 이 일을 하고싶었던건 아니였는데."
"왜 저를 받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폐만 끼치는군요. 허태성도 그렇고..."
스스로가 뭐라고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가능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고있었는데 계속해서 우울한쪽으로 생각이 새어나고 있었다.
 
민시현:이리나가 여기서 왜 나오는지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린다. 푸른 장미에 전정? 무슨 개소리지 이건. 로맨스 소설을 서가 하나쯤 읽고 뒤늦은 사춘기가 왔나 이게.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내용이 아닌 화자였다
"전정 옘병하고 있네.... 근데 알던 사이였냐?"
 
이견우:"...아는 사이는 아니지요." 그래, 그렇다. 내가 되돌렸으니까. 이 세계에서는 정말로, 교회의 근처에서 잠깐 만난게 전부일테지.
"근데 어떻게 아냐...그게 궁금하신거죠?"
 
민시현:"비밀이면 말 안 해도 된다"
 
이견우:"그건..."
계속 이 사무소에 있는다면, 언젠가는 알아차리거나 말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렇지만...그럴 수가 있을까? 스스로 의문이 들었겠지.
"...소장님, 면접 말입니다. 왜 통과한겁니까?"
 
민시현:"통과 아닌데. 아직 반만 통관데"
 
이견우:"반이라도 말입니다. 사실 어떤 대답을 가져와도 오케이라고 하셨으니.."
"달빛사무소때처럼 될것같으면...그냥 묻어두는게 좋을것같아서말입니다." 아는 사람이 늘어야 좋을게 없다. 나도 모르는 과거의 일을 꺼내들어야했으니까.
시트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힘 없이 그리 말했겠군.
 
민시현:"거기서 어땠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뒷조사는 작작 하는 주의라 말이다"
"뭐, 그런 것보단....."
"면접 보는데, 누가 내내 도와달라고 악을 쓰더라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이야. 하마터면 못 들을 뻔 했지 뭐냐"
 
이견우:"...도와달라고요?"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치 못한 말에 등받이에서 조금 몸을 일으킨다.
"누가 말입니까?"
 
민시현:"누가? 글쎄. 흠.... 초면에 면접에서 말 놓는 좀 당찬 녀석이었어"
"긴장한 척 하려고 노력하더라"
 
이견우:"그, 건..." 무어라 말을 하려했지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않았다. 안되면 정보를 모아 좀 더 고민해서 다시 하면 된다고 당시에는 생각했으니까.
 
민시현:"우리 사무소 찍고 와서 그렇게 도와 달라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하냐. 일단 도와줄 수 있나 좀 보기나 하자고 했지"
"사람은 나쁘잖은 것 같아"
 
이견우:"나쁘지않...다라."
"다들 제가 쓰레기라고 하던데요."
 
민시현:"어차피 사람은 누군가에겐 쓰레기야"
"뭐 어때. 쓰레기같은 딱성냥도 성냥팔이 소녀에겐 최후의 동반자였어"
 
이견우:신기하게도 별거없는 그녀다운 말에 태양빛 아래처럼 조금 마음이 녹아드는것을 느꼈다.
"...그럼,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도와줄만해요?"
 
민시현:"아 그거야 남은 반을 봐야 알지"
 
이견우:"그건, 사실. 이미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에게는 이미 이 일은 한 번 끝났지만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한것이였으니까.
 
민시현:"나야 도와주고 싶지. 근데 남 돕는 것도 맘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오, 그래?"
"들어볼까"
 
이견우:"저는...흡혈귀가 여전히 싫습니다. 그치들이 나오는곳은 대체로 비극이 벌어지니까요."
"하지만..."
잠깐 눈을 감고, 이 사건의 의뢰인을 떠올린다.
 
[ - ]:──당신은 떠올렸다.
처음에 문을 열고서는 들어온 그 소녀를.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한다는 그 소녀를. 타인을 위해서 직접 뛰어든 그녀를. 당신에게 강렬한 한 방을 먹여준 그녀를.
생각해보면 이틀. 이틀동안 그녀를 중심으로 많은 일이 생겨났다.
소녀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고 어려웠을터다. 결국에는 칼에 찔리고 의식을 잃었지.
하지만──, 소녀는 도망치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통화는 그랬다.
 
[ - ]:그녀는 그녀답지 않은 말을 뱉었다.
정말로, 그걸로 괜찮은걸까?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이 소녀는 이렇게 사라지면 그만인가?
 
이견우:...당연히 괜찮지 않겠지.
그도 그럴게, 마무리를 짓고싶다고 한것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후회는 영원히 남고.
누군가는 슬퍼하는걸 그냥 지켜볼 수 없다고 말한것도 그녀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그 여자는 사회에서 섞여 살고 있었어요."
"문득...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잘해보려고 하는중이였다면..."
 
이견우:"어설프게나마 미래를 그리려 했던게 아니였나라고."
"솔직히, 흡혈귀라는 소리에 눈이 돌아갔던것이니까요."
"그래서 일단 미안하다고 하려고했습니다. 뭐, 사실...나쁜놈이였다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하고.."
"그게 제 결론입니다."
 
민시현:"우리가 컴퓨터보다 나은 게 뭔지 알아?"
 
이견우:"컴퓨터를 만들었다?"
 
민시현:"아니"
"알아서 미룰 줄 안다는 거다"
"최선이 아니라도, 가끔은 최악이기도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거부할 수 있는 것"
"그게 도덕의 출발점이야"
"합격이다 애송아"
 
이견우: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묻는다.
"박수라도 칠까요?"
"정말, 이런걸로 괜찮습니까?"
 
민시현:"괜찮지 않으면?"
"최소 비용 최대 산출로 유능하고 섹시하게 일하려면 내가 PCF들어갔지 소장 한다고 생고생 하겠냐"
꽂아둔 차키를 돌린다
"현장 가기 전에 할 일 있어?"
 
[ - ]:시간은 늦었다. 면회는 이미 지나갔다. 하지만, 다른 일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견우:잠시 고뇌한다. 화정이는 기억을 잃을때나, 되찾았을때나 사람은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도망치겠다고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말을 했지.
그렇다면...그녀가 사라지기위해 갈만한곳은 어디였을까?
 
[ - ]:고찰로 난이도 3.
 
이견우:각본예측을 적용하겠다.
 
[ - ]:그러세요.
 
이견우:
rolling 4df+3+1
(
0
0
0
0
)
+3+1
 
=
4
진행.
 
[ - ]:──당신이 생각했을 때 그녀는 이 사태에서 도망칠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당신의 이기적인 판단에 동의할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당신이 예상하는 각본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라고 해도…짚이는 장소가 없는 건 아니다.
그녀가 이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소…
그녀와 이리나는 저번 세계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 대화를 했을것이다. 마지막이니 더더욱.
그러면……이리나와 이화정이라는 인물이 만날 장소는 하나뿐이다.
 
[ - ]:이리나의 집.
 
이견우:"...이리나의 집으로 갑시다. 거기에, 아마 이화정이 있을거에요."
 
민시현:단말기를 열어 시간을 확인해본다. 이리나의 집에 들릴 시간이 있을까?
 
이견우:"그리고, 아까 말한 비밀..에 대해서도."
 
[ - ]:문제없다. 애초에, 이 지경까지 왔으면 선택지가 없는 게 아닐까?
 
이견우:고뇌는 길었지만 말은 금방 나왔다.
"소장님. 운명을 믿으십니까?"
 
민시현:"운명?"
 
이견우:"예 저는, 적어도 그러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금...이상한 능력같은게 있거든요."
"저는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실패한 미래죠."
"어떻게 된건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번에 허태성 덕분에 정부에서 뭔가...했구나 정도만 추측할 뿐이죠."
"그래도 효과는 확실히 있습니다."
 
이견우:"...그리고 이번에 제가 본 미래에서는 민석영씨도 결국 죽고, 이리나도 화정이의 손에 죽었죠."
 
민시현:"미래를 본다고"
"그 미래를 그대로 맞이해 본 적은?"
 
이견우:"그야, 물론 있죠."
우스운 상황에 웃지않을 수 없었다.
 
민시현:"대개 맘에 안 들었나보구나"
 
이견우:"그런셈이죠."
 
민시현:견우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헝클었다
"뭐 좋아. 무슨 미래인지는 모르겠다만"
"태워버리러 갈까"
손을 옮겨 핸들 위에 올린다
새삼스럽게 뭘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시동은 걸려 있으니까
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 - ]:────운명은 정해지지 않는다. 운명을 개척하는 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그래. 자신을 가로막는 고난은 태워라. 그리고, 전진하라.
그게, 그대들의 방식이다.
당신들의 차는 이미 시동이 걸려있다. 이윽고, 시동이 걸린 차가 출발한다.
이 때는 몰랐다. 이 이후에 마주하게 될 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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