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것이 존재한다. 싫어하는 것이 존재한다. 각자의 판단과 실수가 존재한다. 그게 우리들이 사람이라는 증거다.
과거의 색상은 붉은 주홍빛의 액체와도 닮았다. 물들어버린 과거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흔이 되었다.
당신은 손을 뻗었다. 평소라면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루의 끝을 보여주는 하늘의 색깔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예쁘게 그려놓은 그림과 같아서 바라볼지도 몰라겠지.
하지만, 오늘의 당신이 보는 주홍빛에 물든 하늘과 언덕의 끝에서 벌어질 일은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이 죽는 게 일상이 되던 무렵.
모든 게 망가진 시절. 그 때의 하늘도 지금과 같았다. 이윽고, 당신의 속내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갈망이 술병을 채우듯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당신이 보낼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갈망이…
그래. 망가진 모든 것에 대한 강렬한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행동을 이끌었다.

차량의 운전자가 뭐라고 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당신들의 입장에서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
갑작스러운 이변의 연속은 이견우를 당황하게 했다. 민시현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모두의 예상을 박살내고 가로수를 박살내서 도로를 막았다.
그것만이 명확한 사실이었다.

흐린듯한 웃는 표정에서 놀란 표정으로 바뀌며 민시현을 바라봤겠지.

멍청한 표정으로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급박한 상황을 잊어버릴 정도로
"이게 지금 무슨짓이야! 사고날 뻔 했잖아! 어!?"

그리고는 일단...인명 피해는 없는지 확인해봤겠지.

당신의 소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가로수가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이견우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회전했다. 뱉을 수 없는 걱정이 산과 같이 쌓였다. 앞에 있는 현실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견우라는 남자의 용량은 명확하게 한계까지 몰리고 있었다.
이윽고, 이견우가 가로수를 수습하려고 해도 당연하게 사람의 혼자의 힘으로는 될리가 없다. 애초에, 수습을 해서는 어떻게 할 셈인가?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을 멍하게 만드는 망치와도 같은 의문이 자신의 머리를 강타할 때쯤에 민시현은 이견우의 앞에 도달했다.


"견우야, 괜찮냐. 아. 혹시 다친 사람 없습니까? 놀라셨죠"
남자의 차량에는 손상이 없었다. 가로수에 닿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남자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의 놀란 감정과 행동의 연유를 짐작할 수 없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남자는 운전대를 잡아서 돌렸다. 이 일에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그런 의사의 표현이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이 장소에 조금 있으면 경찰이 올테니까.

"실례했습니다. 저희 사무소 신입인데, 밤샘 근무했더니 피로했나 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물론.



"이견우. 핸드폰 가져가더니 뭐하냐"

"핸드폰...아." 그래. 그랬었지. 민시현의 휴대폰이였다.
가지고 있던것을 꺼내 잠깐 바라보며 짧은 순간 수 없이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건넨다. 그녀도...어느정도 상황을 알아야할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그러니까...죄송합니다. 소장님."
살짝 마른 목소리로, 힘 없이 입을 열었다.
"제가 좀...사고를 쳐서요."

"누구한테 죄송한거야. 음. 어차피 크게 친 것 같으니 부담없이 말해라"

"화정이가 튀겠다더군요."
"이리나한테 기회를 줄거라고 말했더니, 그게 자신과 이리나를 위해서라도 나을거라면서..."


횡설수설하며 통화내용을 절제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신고좀 하고 듣자"
"마실거라도 사와"
오천 원 짜리 지폐를 한 장 내주고는, 단말기에 112를 누른다

받아들고는 아직 멍한 상태로 기계적이게 마실것을 사오러 잠시 움직였다.
실론티면 되겠지.
"네. 112입니다."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어설프게 묻는 것보다는 자진신고 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았으니까


조서가 필요하면 따로 연락이 오겠지. 잠시 기다렸다가 안내원이 더 이야기가 없다면 통화를 끊는다


돈 샐 덴 많은데 의뢰인은 날먹해버리네
"아이고~ 소장 해먹기 힘들다"
낄낄거리며 웃어버리곤, 견우를 기다린다



가로수 쪽에 시선을 던지며 물어본다.

"자진신고 했지 뭐. 치우러 올 거랜다"
"자리나 옮기자. 차로 갈까"

얼굴을 세수하듯 쓸어내리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평범한 운전대. 평범한 광경. 박살난 나무가 신경쓰일지도 모르지만 해야할 일은 전부 했다. 그런 와중에 당신들이 자리에 착석하면 침묵이 감쌌다.
이윽고, 누가 먼저 입을 열었을까?



"어차피 매 순간 잘못하면서 사는데"

"그냥, 좀 더 나은 길이 있지않을까 했는데 자꾸. 그냥...달빛사무소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목이 타는지 음료를 한 모금 축였다.


"전정? 전정가위 할때 그 전정?"

"어쨰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섭다고, 미친놈이냐는 말같은걸 들을려고 이 일을 하고싶었던건 아니였는데."
"왜 저를 받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폐만 끼치는군요. 허태성도 그렇고..."
스스로가 뭐라고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가능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고있었는데 계속해서 우울한쪽으로 생각이 새어나고 있었다.

"전정 옘병하고 있네.... 근데 알던 사이였냐?"

"근데 어떻게 아냐...그게 궁금하신거죠?"


계속 이 사무소에 있는다면, 언젠가는 알아차리거나 말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렇지만...그럴 수가 있을까? 스스로 의문이 들었겠지.
"...소장님, 면접 말입니다. 왜 통과한겁니까?"


"달빛사무소때처럼 될것같으면...그냥 묻어두는게 좋을것같아서말입니다." 아는 사람이 늘어야 좋을게 없다. 나도 모르는 과거의 일을 꺼내들어야했으니까.
시트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힘 없이 그리 말했겠군.

"뭐, 그런 것보단....."
"면접 보는데, 누가 내내 도와달라고 악을 쓰더라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이야. 하마터면 못 들을 뻔 했지 뭐냐"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치 못한 말에 등받이에서 조금 몸을 일으킨다.
"누가 말입니까?"

"긴장한 척 하려고 노력하더라"


"사람은 나쁘잖은 것 같아"

"다들 제가 쓰레기라고 하던데요."

"뭐 어때. 쓰레기같은 딱성냥도 성냥팔이 소녀에겐 최후의 동반자였어"

"...그럼,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도와줄만해요?"



"들어볼까"

"하지만..."
잠깐 눈을 감고, 이 사건의 의뢰인을 떠올린다.

처음에 문을 열고서는 들어온 그 소녀를.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한다는 그 소녀를. 타인을 위해서 직접 뛰어든 그녀를. 당신에게 강렬한 한 방을 먹여준 그녀를.
생각해보면 이틀. 이틀동안 그녀를 중심으로 많은 일이 생겨났다.
소녀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고 어려웠을터다. 결국에는 칼에 찔리고 의식을 잃었지.
하지만──, 소녀는 도망치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통화는 그랬다.

정말로, 그걸로 괜찮은걸까?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이 소녀는 이렇게 사라지면 그만인가?

그도 그럴게, 마무리를 짓고싶다고 한것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후회는 영원히 남고.
누군가는 슬퍼하는걸 그냥 지켜볼 수 없다고 말한것도 그녀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그 여자는 사회에서 섞여 살고 있었어요."
"문득...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잘해보려고 하는중이였다면..."

"솔직히, 흡혈귀라는 소리에 눈이 돌아갔던것이니까요."
"그래서 일단 미안하다고 하려고했습니다. 뭐, 사실...나쁜놈이였다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하고.."
"그게 제 결론입니다."



"알아서 미룰 줄 안다는 거다"
"최선이 아니라도, 가끔은 최악이기도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거부할 수 있는 것"
"그게 도덕의 출발점이야"
"합격이다 애송아"

"박수라도 칠까요?"
"정말, 이런걸로 괜찮습니까?"

"최소 비용 최대 산출로 유능하고 섹시하게 일하려면 내가 PCF들어갔지 소장 한다고 생고생 하겠냐"
꽂아둔 차키를 돌린다
"현장 가기 전에 할 일 있어?"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말을 했지.
그렇다면...그녀가 사라지기위해 갈만한곳은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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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그렇다면…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당신이 예상하는 각본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라고 해도…짚이는 장소가 없는 건 아니다.
그녀가 이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소…
그녀와 이리나는 저번 세계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 대화를 했을것이다. 마지막이니 더더욱.
그러면……이리나와 이화정이라는 인물이 만날 장소는 하나뿐이다.






"소장님. 운명을 믿으십니까?"


"저는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실패한 미래죠."
"어떻게 된건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번에 허태성 덕분에 정부에서 뭔가...했구나 정도만 추측할 뿐이죠."
"그래도 효과는 확실히 있습니다."


"그 미래를 그대로 맞이해 본 적은?"

우스운 상황에 웃지않을 수 없었다.



"뭐 좋아. 무슨 미래인지는 모르겠다만"
"태워버리러 갈까"
손을 옮겨 핸들 위에 올린다
새삼스럽게 뭘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시동은 걸려 있으니까
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게, 그대들의 방식이다.
당신들의 차는 이미 시동이 걸려있다. 이윽고, 시동이 걸린 차가 출발한다.
이 때는 몰랐다. 이 이후에 마주하게 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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