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의 이야기

EPISODE 09

 
 
────────────────────
 
[ - ]:……허태성은 자신의 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서는, 근처의 아직은 훼손되지 않는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이 남자의 등뒤에서 환하게 그 빛을 태우고 있었다.
 
허태성:"아파아아~."
허태성은 그렇게 아픔을 호소했다. 그리고, 검은 칼날이 산산히 박살난다. 그리고서는, 당신들을 향해서 눈동자를 돌렸다.
"그래서어─. 물어볼 내용이 뭐라고?"
 
민시현:견우의 번호에 반드시 들어야 할 정황들을 송신하며, 입을 연다
 
이견우:염동력으로 움직인 잔해의 타격으로 쑤시는 몸을 주무르면서 잠시 휴대폰을 확인했을것이다.
 
민시현:"그건 견우한테 듣고..."
마지막 남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투덜거림으로 끝맺는다
"나도 아파 죽겠구만....에쎄 아이스밖에 없어서 살살 맞은 줄 알아"
 
이견우:"아이스...."
 
허태성:"하하…그게 뭐야. 말보루였으면 죽었다는 이야기야?"
 
민시현:"잘 아네"
습관적으로 손가락 끝으로 담배를 비볐다가, 불이 붙지 않는 개피를 까딱이고는
여정이와 미정이를 챙기러 등을 돌린다
 
이견우:민시현은...다친데는 지혈했나?
 
민시현:지질 새는 없었다. 뭐, 상비용 구급함도 차에 있으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싶을지도 모르고
 
이견우:그렇군. 그러면 제 몸도 챙기라는 의미에서 등을 돌린 민시현에게 말한다.
"소장님. 지혈부터 하십쇼. 피 많이 나던데."
 
민시현:알았다는 듯 등 뒤로 손을 흔든다
 
이견우:그러면 보이지않겠지만 손을 흔들고는 민시현이 보낸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허태성을 바라보겠군.
 
허태성:"…뭐야. 의외로 시원하네? 사실, 저 사람도 궁금한 건 많을……아니, 너가 묻겠구나."
"됐어. 뭐, 물어보면 물어보는거지. 그래서?"
 
이견우:"그런셈이징. 보자..."
일단은 이것부터겠군.
"이미정. 그러니까, 사무소에 찾아온 여고생. 얘 대체 누구야?"
"어쩌다가 이리된거고, 왜 하필 거기로?"
 
허태성:"글쎄……라고 말하면, 올바른 대답은 아니려나."
"명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들은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야."
"서로의 목표가 달랐거든. 저 여자는 이리나의 목표였어."
"생각보다 강하더라. 해결사던가? 정확한 걸 난 몰라. 그렇지만, 일단은 해결사로 보였어."
"당시에, 그 집에서 민석영의 탈출을 도왔던 사람도 쟤고."
"이리나는 저 여자를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고 싶어했어. 왜냐하면, 그러면……쟤가 죽으면, 자기는 자유롭다고 생각했으니까."
 
허태성:"……라는 정도인데, 적절한 대답이 됐어? 우리 견우찡."
 
이견우:"흐으음...뒤집어 쓰게하려했다...니들이 민석영네 들어갔을때부터 이미정이가 있던거고?"
 
허태성:"저 여자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이리나는, 저 여자와 이미 구면이었어."
"저기에 있는 저 여자는 원래는 이 도시의 사람이 아니야. 우연하게도, 이번에는 이 도시에 있었던거지."
"우리가 일을 저지를 시점에……근처에 있었거든. 어쩌다보니, 포함된 목표물이라는 이야기야."
"……하지만, 실제로는 저 여자는 생각보다 중요한 위치를 가진 거 같았지만. 의미없지? 이미, 기억을 잃었잖아."
 
이견우:"그 기억말인데. 어쩌다가 잃은거지? 물려서?"
 
허태성:"흡혈귀에게 물리는 인간은 인간성을 잃는다…당연한 이야기야. 인간성에는 기억도 포함되었다는 이야기지."
 
이견우:"허어. 하루도 안됐는데 그렇게 되는건가.."
 
허태성:"물어본 놈의 말에 따르면 꽤나 소질이 있는 편…이라고 했으니까."
"흡혈귀를 인간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어. 너는 각오한거야?"
"그녀의 죽음에 도피하겠다는 그런 어설픈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이견우:"글쎄. 아직 고민중이라고만 해둘게. 몰랐는데 알고보니 기억상실자 동지던거 아니겠어."
그의 질문에는 곤란한듯 대답하고는 목을 긁겠군.
 
허태성:"하하. 그럴리가 없지~."
"세상에 기억상실이 얼마나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허태성은 가볍게 웃었다.
 
이견우:"마침 걔가 찾아온곳에 그런 사람이 있었지. 왜 네오 에티카로 보낸거야?"
"그, 뭐야 이리나? 걔가 무슨 암시나. 그런걸 걸었던거같은데."
 
허태성:"흡혈귀가 볼일이 있었거든."
"흡혈귀는 본래부터 민석영이 목적이 아니였어. 민석영과 인연이 있어서 처리는 해두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흡혈귀는 너희들의 대장님에게 관심이 많던데~?"
 
이견우:"흐음. 짚이는건 없으시다더니...그렇군."
"민석영네한테는 왜 그런거냐?"
간단히 머릿속에 메모장에 대답들을 정리하고는 다음 질문을 묻는다.
 
허태성:"엉? 세상의 모든 비극이 이유가 있지는 않아."
 
이견우:"그거야 그렇지만. 이건 다분히 개연성과 계획됨이 넘쳐보이지않니."
 
허태성:"형사는 아직도 사건에 대해서 추적하고 있었걸랑. 민석영에게는 원한을 가진 흡혈귀가 있었고."
"나도 기회를 노리던 건 맞았으니까~. 형사쪽은 처리해두고 싶었거든."
"그래서, 죽였어."
 
이견우:"...그래. 그러면 이리나는? 마침 목표라는 이미정이가 있어서 겸사겸사 도운건가?"
 
허태성:허태성은 기분이 나쁘게 웃었다.
"뭐야. 침착하네? 살인범에게 그런 걸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멘탈이 좋았던거야?"
"이야~. 우리 견우 머리가 좀 굵어졌네."
 
이견우:"오늘 넌 나가 죽는게 나을편이란 소리를 세 번이나 들었거든." 별 말은 않고 농담처럼 대답한다.
 
허태성:"이리나는 민석영과 연관이 있었거든. 실제로, 민석영을 처리를 하고 싶다고 했었지."
"이미정은 우연하게도 걸린 대어야."
"아, 원래 이름은 이미정도 아니지? 뭐라고 했더라? 기억이……엉, 안나네."
 
이견우:사실처럼 보였을까?
신경도 안썼을법하다고는 생각하지만...
 
[ - ]:모르겠다. 그게 솔직한 견우의 감상이었다.
남자는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어색함은 없다. 하지만, 어색함이 없다는 게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결정하는 역할은 아니었지.
 
이견우:영 탐탁치않은 기색으로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겠군.
"양모 스웨터가 현장에 남아있던데. 그건 누구? 흡혈귀?"
 
허태성:"엉. 그 여자야."
 
이견우:"그렇군...언제부터 계획된 일인거냐 이거?"
"세 사람이 만나는것부터 아주 지난한 세월이 걸렸을것같은데."
 
허태성:"음……"
"8개월이려나."
 
이견우:"8개월 전 부터 민석영네를 노렸다고?"
 
허태성:"엉. 꽤나 오래 지켜봤으니까…사실, 진짜로 죽여야겠다고 마음은 먹은 건 대략……4개월?"
"원래라면, 죽일 생각은 아니었지만……워낙 촉이 좋아서!"
 
이견우:"허어, 셋이서 의기투합한건 언제부터야 그러면."
 
허태성:"으음…글쎄? 저 때(4개월)라고 생각되는데? 내가 보기에는 말이야."
"자세한 건 몰라. 원래, 우리를 찾아온 쪽은 흡혈귀거든!"
 
이견우:"우리라니, 흡혈귀가 따로따로 불러서 모여보니 세 사람이였다 그런건가?"
 
허태성:"그래. 당연하잖아?"
 
이견우:능력도 좋은 흡혈귀구만.
살짝 혀를 차고 잠시 질문을 고르다가 물어본다.
"이미정이한테 씌인 혐의 벗길만한거 뭐 없어?"
 
허태성:"엉? 진짜 이리나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범인에게 그런 걸 묻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저 여자가 이리나가 아니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잖아."
"설마, 내가 감옥을 순순하게 갈꺼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이견우:"뭐, 그건 그렇지..." 감옥에 보내는건 반쯤 포기하고있었다. 차라리 죽으려 들거같으니까.
 
허태성:"이리나도 별로 감옥에 가려고는 안하겠다. 애초에, 그 여자는 속박되는 걸 별로 안 좋아해."
"그렇다면, 너는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각오를 해야겠네."
 
이견우:"골 때리는 전개네 진짜." 복잡한 고민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일단은 정황을 마저 듣기로 한다.
"그 흡혈귀. 걔는 대체 뭐하는 놈이냐?"
 
허태성:"몰─라."
"민석영과 구면처럼 보이기는 했는데─. 그걸 떠나서,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야. 그 힘은 진짜야."
 
이견우:"초혈능력이나, 혈족도 불명이고?"
 
허태성:"어디서 튀어나왔냐? 같은 건 나는 몰라.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거지."
"엉? 먹는 걸 되게 좋아하던데."
"으음──. 그리고, 응! 육체가 엄청 강해!"
"걔를 상대할 생각이라면 정면에서 받아칠 생각은 접어. 애초에, 전차를 맨몸으로 막는 격이니까."
 
이견우:혈족은 노스페라투말고는 아는것도, 알려진것도 없던가?
잠시 생각해보자.
 
허태성:……혈족은 무수하게 많다. 당신이 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견우:무도회...라고 불리는 이들이였겠지.
그 흡혈귀는 많이 강하다고 했으니까.
 
[ - ]:글쎄. 흡혈귀의 강함이 정말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사태를 다시 재고해보는 게 좋겠군.
부산을 날려버린 걸 잊은건가?
일단은 무도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여태까지 공개된 무도희 혈족은 둘. 노스페라투와 카밀라.
나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이견우:그렇군. 그러면...
"뒷일은 걔가 할거라던데, 흡혈귀 말하는건가 그건?"
*그녀석
"아니면 이리나? 뭐 정해둔거라도 있나?"
 
허태성:"응? 이리나를 말한건데?"
"글쎄? 나는 이리나의 감상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거든. 애초에, 흡혈귀랑 다르게 걔는 아무런 힘도 없지만…"
"그래도, 이 일을 그나마 원래의 우리가 원하던 방향으로 마무리 할 사람이라면 이리나일테니까."
 
이견우:"그게 아무 힘도 없는거면 나는 아인이겠구만..근데, 너희들이 원하던 방향이라니."
"걸리적 거리는걸 치워버리고 자유로워지기?"
방향이라는 말에 그들의 목적을 확인해보려 했겠군.
 
허태성:"민석영의 사망…그리고, 뭐, 흡혈귀의 처리까지."
"사실, 내가 살아있었어도 흡혈귀는 죽였을테니까. 걔를 놔둘 이유가 없었거든."
 
이견우:"처리?"
 
허태성:"응? 당연하게도, 우리랑 계보가 다른 놈이니까? 계보……라고 하면 이해가 안되려나."
"생물학적인 혐오감이라고 해두자."
 
이견우:"음...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겠군."
 
허태성:"비정상적인 인간들도 전부 같은 분류는 아니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흡혈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걸랑!"
 
이견우:"그러면 뒤통수를 치려고했던거구만."
 
허태성:"응. 그게 이상해?"
 
이견우:"아니. 인질극하더니 갑자기 딴 말하는거보고 오합지졸이구나 싶었으니까 뭐."
 
허태성:"에이~. 그건 봐주라. 원래는, 정말로 그렇게 시간을 들일 생각이었다고."
"원래라면, 당연하게도 그 시점에서 같이 싸우면 너희들을 이길 수 있었는데…"
"얘들이 참을성이 없더라!"
 
이견우:"와 그렇구나!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였어요." 휴대폰을 집어넣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너랑 이리나한테 연락할 수단이라도 달라고하면 당연히 안주겠지?"
 
허태성:"몰라. 걔도 폰이 없을껄?"
 
이견우:"니들끼리 뭔가 연락할 수단이 있...설마 얼굴보고만 의견 교환한거냐?"
 
허태성:"엉? 뭐…"
"꼴리는대로 만났는데?"
"말했잖아. 우리들은 그렇게 정교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이견우:"허어."
"만나는 장소는? 이리나 집?"
 
허태성:"엉. 거기였어. 있으면 운이 좋고, 아니라면…그냥, 대충 다른 곳 가는거지."
"너는 길고양이들이 무슨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는 걸 본 적 있니?"
 
이견우:이런 놈들 떄문에 정말 몇 사람이나 고생하는건지.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겠군.
"이건 좀 번외질문같긴한데...민석영. 그 사람 대체 뭐냐?"
 
허태성:"뭐가?"
 
이견우:"뭘하고 다녔길래 흡혈귀에, 이리나까지 다 표식 박았나 싶어서."
"해결사였다가, 교사된거까지는 알고있거든?"
 
허태성:"글쎄. 어설픈 사람?"
 
이견우:"어설프다."
철진명이랑 똑같은 말이로군.
 
허태성:"어디까지나……내가 본 이미지는 그랬어. 실제로, 어설프게 사람을 구하려고 했지. 그리고, 어설프게 사람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어."
"내가 그녀를 연기할 때는 그런 심정으로 하거든. 결국에는, 어쩔 수 없는 착한 사람이지만…"
"그 분류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거야. 독해질 수가 없다고."
"너랑 비슷한 인간이야. 너도, 결국에는 이리나를 살려보냈잖아?"
"너희들의 대장님이라면 태워버렸을껄?"
 
이견우:"..." 왠지 기분이 묘해지는 평가로군.
"그림은 왜 그린거냐."
"아니, 그걸...그림이라 해야하나."
 
허태성:"엉? 뭐…"
"주목을 끌어야했으니까. 우리들은 이 사건이 오래동안 주목을 받기를 원했거든."
"그래야, 이리나가 범인이라는 프레임이 확실해지잖아? 당연하게도, 너희를 찾아간 이리나가 범인이라는 대중의 시선이 고착화가 될테고."
"이리나의 리퀘스트야."
 
이견우:"...뭘로 그린건데?"
"우리는, 그게 민석영이 시체로 한 줄 알았지만..."
민석영이는 사실 살아있었지.
 
허태성:"현장에 남은 피와 흡혈귀가 어디선가에서 가져온 혈액과 피부."
"그리고, 민석영이 뉴스에서 보도된 참상을 보고 우리에게 결판을 내자고 먼저 오면 우리는 땡큐니까."
"어찌됐던, 우리로는 손해볼 게 없었지?"
 
이견우:"후. 이건 좀 번외질문인데."
"이천승 걔는 또 뭐냐."
"지원을 했다는게 무슨 소리인지 잘...모르겠는데."
 
허태성:"모른다니까."
"걔는 나를 찾아왔어. 그리고, 나를 대신해서 감옥을 가게 해달라고 했을뿐이야."
 
이견우:"대뜸 찾아와서 제가 대신 잡혀갈래요 하고 지원했다 그런건 아닐....엉?"
 
허태성:"글쎄. 동경이라도 되나봐? 나는 잘 모르겠는데. 당시의 나는, 어차피 사람을 죽이는 일에 전념해서."
"걔라는 제물이 알아서 굴러들어왔을때는 뭐, 이것도 좋겠지~. 하면서 넘겨줬을뿐이야."
 
이견우:"...진짜 영문을 모르겠는 애군. 그래."
"그럼, 저 연꽃. 저건 대체?"
"무슨, 초상입자를 오염...오염 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허태성:"아아──.초상구현기동장치? 글쎄."
"나라에서 만든거야. 초상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놈이지."
"지금은 어떨려나──. 내가 가져온 건 꽤나 구식이거든."
 
이견우:"네가 원래 챙기고 다니던건가 그러면."
 
허태성:"나는 당시에 저게 적합률이 그나마 맞았거든. 나는 자질이 최악이여서──."
"선택에 꽤나 고생했지."
"당연하게도, 태희나 여의주도 가지고 있을껄? 나보다는 훨씬 좋은걸로."
 
이견우:"..."
별게 다 있군. 사실, 과학적으로 어느정도 해명이 된 시점에서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은 해본적 있지만.
 
허태성:"내가 태희가 너를 죽이지 않았다. 라고 말한 이유도 그래서야."
"태희라면 충분히 너를 저걸로 죽일 수 있어."
"여의주는 뭐──. 말할것도 없고."
 
이견우:"...개인적인 질문 좀 하자. 나에 관해서."
 
허태성:"드디어─. 꽤나 오래걸렸네."
 
이견우:"천태희랑 여의주는 말할 수 없다. 내 처지가 좆같다 그런 소리를 하던데."
"너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거냐?"
 
허태성:"글쎄. 그건 나한테 물어보는 게 잘못된 게 아닐까──."
"나는 빠르게 탈락했어. 내가 탈락할 때는 너희들은 꽤나 인원이 남아있었어."
"하지만,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인원이 죽었다는 점에서 나도 의문이 드는거야. 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한거야?"
 
이견우:"나도 몰라."
떠오르는것은 있지만...
 
허태성:"그래서, 그 질문은 틀린거야. 애초에, 나한테 물어볼 질문은 아니였던거지."
 
이견우:그것이 진실인가? 그것은 고민해볼 사항이였다.
"...좋아. 그럼."
"기록말소는 무슨 소리야."
 
허태성:"고아들만 모아왔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고아가 아니면 죽어야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여기에 팔린 아이들."
"당연하게도, 그런 연고가 없는 아이들을 모아와서는 기록을 날려버렸으니까?"
 
이견우:"기록상 세상에서 없는 존재로 만든건가."
 
허태성:"그래."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는 그 때 참가한 아이들의 존재는 이 세상의 누구도 모를껄?"
"당연하게도, 죽어도 누구도 슬퍼해주지 않아. 챙겨주지도 않고."
 
이견우:"왜 그런짓을 한건지는 모르고?"
 
허태성:"글쎄?"
"우리들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거기를 향했을 뿐이야."
"나는 빠르게 탈락했지만."
 
이견우:"소원..."
"옛날에 나는 어땠지?"
 
허태성:"영리했어. 하지만, 착했어."
"그래서 문제였어. 영리해서 교활한 부분과 착하다는 부분은 언제나 성립되기 어렵거든."
"요령이 너무 좋아서──. 응. 그래서 문제였다. 라고 하면 믿을래?"
 
이견우:"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네. 일단, 태희랑 의주 두 사람은 아주 나쁜놈이라고 말했는데..."
 
허태성:"나도 모른다니까. 자꾸 내가 만능의 답변기마냥 여겨주지 말아줄래?"
"니가 하다가 결국에는 돌아버려서 전부 죽였나보지."
 
이견우:"아- 나도 답답해서 그래! 쓰으..."
"애초에 우리 왜 친했던거냐?"
 
허태성:"거기에서 지낼 시간이 꽤 있었거든. 실제로는, 일주일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상당히 친했어. 같은 방을 사용했으니까."
 
이견우:"...같은 방이라."
이제 불편한 얘기를 꺼내야할 시간이였다.
"내가 너의 역할을 빼았았다는건 무슨 소리야."
 
허태성:"──그거야. 달빛사무소로 향할 예정은 원래는 나였으니까."
"너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역할도 전부. 그리고, 당연하게도……"
"연기라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해서 쓸 사람도 나였다. 라는 이야기지."
 
이견우:"나는...흠. 이 기억도 사실인지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판단으로 달빛 사무소에 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초에 전부 조작된거다?"
 
허태성:"그래."
"우리들은 그 소원을 이루고 어디를 갈지를 미리 뽑았어. 문제는, 모든 인원들이 배부받을 수 있는 건 아니였거든."
"나는 거기서 너한테 그걸 빼앗긴거야. 너는……소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고."
"없는 사람은 탈락이지."
 
이견우:"이게 대체 뭔..."
"탈락되면 어떻게되는건데?"
 
허태성:"몰라."
"나는 살아남았어. 다른 애들은 모르겠다. 나의 경우에는……"
"스페어라고 했어."
"남겨둘 가치가 있다던가~."
 
이견우:"세상이 미쳐돌아가는구나. 원래 그랬나 싶기도하고.."
"반복이 실험과 관련있다는건, 그 소원을 이루어준다...그것과 관련있는 얘기겠네."
 
허태성:"인간의 손으로 그런 건 불가능해. 결론적으로, 무언가의 편법이야."
"그런 게 가능했다면, 흑야를 벌써 되돌렸겠지. 안 그래?"
 
이견우:"...조작된 기억은 흑야 이전으로는 되돌아 갈 수 없었다고 말하고있어서 무언가의 초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허태성:"되돌린다는 게 애초에 무리라니까."
"흑야가 중요한 게 아니야. 애초에, 인간의 손으로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너는 결국에는 무언가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뿐이야."
"실제로는 그게 아닌거지."
"그게 정말로 초능력……그래. 그런거였다면, 내가 벌써 사용했겠지. 안 그래?"
 
이견우:"아니, 뭐. 인간의 손으로 피도 조작하고 불꽃도 허공에서 만드는 세상이잖냐."
"여튼."
"말하는 바는 알겠다. 뭔가 이상하다 이거군."
 
허태성:"불가능해. 시간에 간섭하는 초능력은 없었어."
"그런 걸……뭐, 이런 걸로 만들었을수는 있지."
 
[ - ]:……대지에서 검은 가루가 다시 솟아오른다. 그리고서는, 허태성의 손에서 작은 상자가 된다.
 
이견우:"무슨 초능력이야 그건 또."
 
허태성:"검은 연꽃인데?"
"과학으로 구현된 초능력──과 유사한 것. 이라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겠지."
검은색의 작은 상자는 손짓에 따라서 다시 가루가 되어서는 대지로 흘러내렸다.
 
이견우:"흠."
"그거...원하면 막 아무데서나 만들 수 있는건가."
 
허태성:"그래. 애초에, 초상입자는 어디에나 있잖아?"
"그렇다면, 초상입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지."
 
이견우:이것에는 신기함을 지울 수 없었겠지. 그렇지만 드러내긴 또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적당히 큼큼-하고 헛기침을 하고 다른 질문을 꺼낸다.
"모자 쓴 소녀라고 해야하나."
"혹시 나랑 친한 사람중에 그런애가 있었나?"
 
허태성:"몰라."
 
이견우:그 소녀의 외형묘사를 조금 더 해주었다.
"이래도?"
 
허태성:"내가 기억하는 인원은 100명이 넘는데? 설마, 다 기억하라고 말하는 거 아니지?"
 
이견우:"다 기억하는게 신기할 수준이네."
 
허태성:"당연하게도, 다 못하지. 태희라면 몰라도─."
"나는 몰라."
 
이견우:"...태희는 되나?"
 
허태성:"걔는 절대 잊지 않아. 무엇이든."
 
이견우:"뭐든지 알고있다- 라고 기억은 있었는데."
 
허태성:"그래서 무서운거야."
 
이견우:"잊지 않는다..."
"그게 능력인가?"
 
허태성:"글쎄?"
 
이견우: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겠군.
 
허태성:"개인의 체질인가. 능력인가. 그 부분은 나도 모르겠는데-."
"태희를 그 이후에 본 적은 거의 없고. 애초에─. 걔랑 나는 전여친과 전남친과 같은 관계니까."
 
이견우:"에엥..?!"
 
허태성:"아냐아냐. 연애를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무엇이든 연기할 수 있는 능력."
"무엇이든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
"이론상으로는 최강이잖아?"
"내가 탈락하기 전에는 그런 콤비였다는 이야기야."
 
이견우:"듀오였다. 그런거군."
"그래. 흠, 혹시 나 담구고싶어할 애들도 더 있나 물어보려고했는데 어차피 모르겠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겠군.
"넌 소원이 뭐였냐?"
 
허태성:"글쎄?"
"잊어버려서 모르겠어."
"꿈은 꾸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
"길고양이는 길고양이의 삶이 있는거야. 쓸데없이, 별을 바라봐서는 떨어져서 추락하는거지."
"내 앞에 있는 가로등도 충분히 밝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해."
 
[ - ]:……금발의 남자는 그렇게 붉은 눈동자로 미소지었다. 그리고서는, 가볍게 읏차! 하는 말과 함께 벤치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몸은 아까보다 나아있었다. 자세하게 보면…검은 가루가 스며들어서는, 계속해서 상처를 아물게하고 있었다.
 
이견우:아니, 저 연꽃 너무 대단한거 아닌가?
실 없는 생각을 잠깐했겠지.
 
허태성:"아파아. 오래걸리겠네. 이건…"
"끝났어? 이제 가도 되는거야?"
 
이견우:"그래. 얘기 끝나고 기절시키란 소리도 안하셨고."
 
허태성:"하하. 나를 기절시킬 자신은 있고?"
 
이견우:"막말로, 어차피 얘기도 다 들었는데 돌아가서 한 번 더 싸우고 그대로 기절시키면되는거 아니냐."
"어떻게 나올지도 알고있으니, 글쎄. 한 7번? 많이하면 10번? 그 정도면 어떻게 혼자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기억은 못해도 지은 죄가 너무 많은것같아서 더 지랄은 못하겠다."
 
허태성:"───결국, 죽는다는 전제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는거네."
 
이견우:"그래."
 
허태성:"어설프게, 가능할 거 같다고 말하면 찌를 생각이었는데. 됐어."
 
이견우:"너무 많이 죽었잖냐. 오늘은."
"비극적이지."
 
허태성:"명심해. 세상에는──. 공짜는 없어."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물건들은 다 그래. 결국에는, 영구적인 동력은 어디에도 없어."
"너의 반복은 무엇을 댓가로 움직이고 있는걸까?"
 
이견우:"내 하찮은 목숨 하나로는 수지가 안맞는 짓이긴하지."
 
허태성:"그말은 당연하게도─. 다른 게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네."
"막말로, 어딘가의 실험실에서 타인의 생명을 대가로 반복하고 있는 거 아냐?"
 
이견우:"그럴지도. 찾아보긴 해야겠다만. 감이 안잡히는건 사실이고."
 
허태성:"──그리고, 나를 법으로 심판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저쪽에 전해줘."
"왜냐하면, 감옥에 가면…나, 죽거든!"
 
이견우:"이제 어쩔거냐?"
 
허태성:"글쎄에."
"알아서 할께. 뭐, 길고양이가 되어서 다시 돌아다니면 될뿐이지."
 
이견우:"그러냐. 가봐. 나는...그래. 너한테서 가져온 만큼 열심히 내 몫을 해야겠지."
 
허태성:허태성은 그 말에 실소했다. 그리고서는, 당신을 스쳐갔다. 어두운 밤의 어둠속으로 자신의 발걸음을 향했다. 그의 앞에는 어떠한 빛도 없었다.
그렇게, 남자는 자신의 미래와 닮아있는 어둠의 안으로 걸어갔다.
 
이견우:그가 떠나가는걸 보고는, 깊게 한숨을 내쉰다. 혼란스러운 하루였다. 저 어둠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손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차로 돌아간다.
축 쳐져있는건 난장판이 된 원룸에서 혼자해도 충분할테니까.
 
────────────────────

 

'사람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ISODE 11  (0) 2025.01.28
EPISODE 10  (0) 2025.01.28
EPISODE 08  (0) 2025.01.28
EPISODE 07  (0) 2025.01.28
EPISODE 05  (0) 202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