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성은 그렇게 아픔을 호소했다. 그리고, 검은 칼날이 산산히 박살난다. 그리고서는, 당신들을 향해서 눈동자를 돌렸다.
"그래서어─. 물어볼 내용이 뭐라고?"



마지막 남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투덜거림으로 끝맺는다
"나도 아파 죽겠구만....에쎄 아이스밖에 없어서 살살 맞은 줄 알아"



습관적으로 손가락 끝으로 담배를 비볐다가, 불이 붙지 않는 개피를 까딱이고는
여정이와 미정이를 챙기러 등을 돌린다



"소장님. 지혈부터 하십쇼. 피 많이 나던데."



"됐어. 뭐, 물어보면 물어보는거지. 그래서?"

일단은 이것부터겠군.
"이미정. 그러니까, 사무소에 찾아온 여고생. 얘 대체 누구야?"
"어쩌다가 이리된거고, 왜 하필 거기로?"

"명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들은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야."
"서로의 목표가 달랐거든. 저 여자는 이리나의 목표였어."
"생각보다 강하더라. 해결사던가? 정확한 걸 난 몰라. 그렇지만, 일단은 해결사로 보였어."
"당시에, 그 집에서 민석영의 탈출을 도왔던 사람도 쟤고."
"이리나는 저 여자를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고 싶어했어. 왜냐하면, 그러면……쟤가 죽으면, 자기는 자유롭다고 생각했으니까."



"저기에 있는 저 여자는 원래는 이 도시의 사람이 아니야. 우연하게도, 이번에는 이 도시에 있었던거지."
"우리가 일을 저지를 시점에……근처에 있었거든. 어쩌다보니, 포함된 목표물이라는 이야기야."
"……하지만, 실제로는 저 여자는 생각보다 중요한 위치를 가진 거 같았지만. 의미없지? 이미, 기억을 잃었잖아."




"흡혈귀를 인간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어. 너는 각오한거야?"
"그녀의 죽음에 도피하겠다는 그런 어설픈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그의 질문에는 곤란한듯 대답하고는 목을 긁겠군.

"세상에 기억상실이 얼마나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허태성은 가볍게 웃었다.

"그, 뭐야 이리나? 걔가 무슨 암시나. 그런걸 걸었던거같은데."

"흡혈귀는 본래부터 민석영이 목적이 아니였어. 민석영과 인연이 있어서 처리는 해두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흡혈귀는 너희들의 대장님에게 관심이 많던데~?"

"민석영네한테는 왜 그런거냐?"
간단히 머릿속에 메모장에 대답들을 정리하고는 다음 질문을 묻는다.



"나도 기회를 노리던 건 맞았으니까~. 형사쪽은 처리해두고 싶었거든."
"그래서, 죽였어."


"뭐야. 침착하네? 살인범에게 그런 걸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멘탈이 좋았던거야?"
"이야~. 우리 견우 머리가 좀 굵어졌네."


"이미정은 우연하게도 걸린 대어야."
"아, 원래 이름은 이미정도 아니지? 뭐라고 했더라? 기억이……엉, 안나네."

신경도 안썼을법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남자는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어색함은 없다. 하지만, 어색함이 없다는 게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결정하는 역할은 아니었지.

"양모 스웨터가 현장에 남아있던데. 그건 누구? 흡혈귀?"


"세 사람이 만나는것부터 아주 지난한 세월이 걸렸을것같은데."

"8개월이려나."


"원래라면, 죽일 생각은 아니었지만……워낙 촉이 좋아서!"


"자세한 건 몰라. 원래, 우리를 찾아온 쪽은 흡혈귀거든!"



살짝 혀를 차고 잠시 질문을 고르다가 물어본다.
"이미정이한테 씌인 혐의 벗길만한거 뭐 없어?"

"범인에게 그런 걸 묻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저 여자가 이리나가 아니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잖아."
"설마, 내가 감옥을 순순하게 갈꺼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그렇다면, 너는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각오를 해야겠네."

"그 흡혈귀. 걔는 대체 뭐하는 놈이냐?"

"민석영과 구면처럼 보이기는 했는데─. 그걸 떠나서,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야. 그 힘은 진짜야."


"엉? 먹는 걸 되게 좋아하던데."
"으음──. 그리고, 응! 육체가 엄청 강해!"
"걔를 상대할 생각이라면 정면에서 받아칠 생각은 접어. 애초에, 전차를 맨몸으로 막는 격이니까."

잠시 생각해보자.


그 흡혈귀는 많이 강하다고 했으니까.

부산을 날려버린 걸 잊은건가?
일단은 무도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여태까지 공개된 무도희 혈족은 둘. 노스페라투와 카밀라.
나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뒷일은 걔가 할거라던데, 흡혈귀 말하는건가 그건?"
*그녀석
"아니면 이리나? 뭐 정해둔거라도 있나?"

"글쎄? 나는 이리나의 감상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거든. 애초에, 흡혈귀랑 다르게 걔는 아무런 힘도 없지만…"
"그래도, 이 일을 그나마 원래의 우리가 원하던 방향으로 마무리 할 사람이라면 이리나일테니까."

"걸리적 거리는걸 치워버리고 자유로워지기?"
방향이라는 말에 그들의 목적을 확인해보려 했겠군.

"사실, 내가 살아있었어도 흡혈귀는 죽였을테니까. 걔를 놔둘 이유가 없었거든."


"생물학적인 혐오감이라고 해두자."






"원래라면, 당연하게도 그 시점에서 같이 싸우면 너희들을 이길 수 있었는데…"
"얘들이 참을성이 없더라!"

"너랑 이리나한테 연락할 수단이라도 달라고하면 당연히 안주겠지?"



"꼴리는대로 만났는데?"
"말했잖아. 우리들은 그렇게 정교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만나는 장소는? 이리나 집?"

"너는 길고양이들이 무슨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는 걸 본 적 있니?"

"이건 좀 번외질문같긴한데...민석영. 그 사람 대체 뭐냐?"


"해결사였다가, 교사된거까지는 알고있거든?"


철진명이랑 똑같은 말이로군.

"내가 그녀를 연기할 때는 그런 심정으로 하거든. 결국에는, 어쩔 수 없는 착한 사람이지만…"
"그 분류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거야. 독해질 수가 없다고."
"너랑 비슷한 인간이야. 너도, 결국에는 이리나를 살려보냈잖아?"
"너희들의 대장님이라면 태워버렸을껄?"

"그림은 왜 그린거냐."
"아니, 그걸...그림이라 해야하나."

"주목을 끌어야했으니까. 우리들은 이 사건이 오래동안 주목을 받기를 원했거든."
"그래야, 이리나가 범인이라는 프레임이 확실해지잖아? 당연하게도, 너희를 찾아간 이리나가 범인이라는 대중의 시선이 고착화가 될테고."
"이리나의 리퀘스트야."

"우리는, 그게 민석영이 시체로 한 줄 알았지만..."
민석영이는 사실 살아있었지.

"그리고, 민석영이 뉴스에서 보도된 참상을 보고 우리에게 결판을 내자고 먼저 오면 우리는 땡큐니까."
"어찌됐던, 우리로는 손해볼 게 없었지?"

"이천승 걔는 또 뭐냐."
"지원을 했다는게 무슨 소리인지 잘...모르겠는데."

"걔는 나를 찾아왔어. 그리고, 나를 대신해서 감옥을 가게 해달라고 했을뿐이야."


"걔라는 제물이 알아서 굴러들어왔을때는 뭐, 이것도 좋겠지~. 하면서 넘겨줬을뿐이야."

"그럼, 저 연꽃. 저건 대체?"
"무슨, 초상입자를 오염...오염 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나라에서 만든거야. 초상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놈이지."
"지금은 어떨려나──. 내가 가져온 건 꽤나 구식이거든."


"선택에 꽤나 고생했지."
"당연하게도, 태희나 여의주도 가지고 있을껄? 나보다는 훨씬 좋은걸로."

별게 다 있군. 사실, 과학적으로 어느정도 해명이 된 시점에서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은 해본적 있지만.

"태희라면 충분히 너를 저걸로 죽일 수 있어."
"여의주는 뭐──. 말할것도 없고."



"너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거냐?"

"나는 빠르게 탈락했어. 내가 탈락할 때는 너희들은 꽤나 인원이 남아있었어."
"하지만,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인원이 죽었다는 점에서 나도 의문이 드는거야. 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한거야?"

떠오르는것은 있지만...


"...좋아. 그럼."
"기록말소는 무슨 소리야."

"아니면, 의도적으로 여기에 팔린 아이들."
"당연하게도, 그런 연고가 없는 아이들을 모아와서는 기록을 날려버렸으니까?"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는 그 때 참가한 아이들의 존재는 이 세상의 누구도 모를껄?"
"당연하게도, 죽어도 누구도 슬퍼해주지 않아. 챙겨주지도 않고."


"우리들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거기를 향했을 뿐이야."
"나는 빠르게 탈락했지만."

"옛날에 나는 어땠지?"

"그래서 문제였어. 영리해서 교활한 부분과 착하다는 부분은 언제나 성립되기 어렵거든."
"요령이 너무 좋아서──. 응. 그래서 문제였다. 라고 하면 믿을래?"


"니가 하다가 결국에는 돌아버려서 전부 죽였나보지."

"애초에 우리 왜 친했던거냐?"

"그래도, 우리들은 상당히 친했어. 같은 방을 사용했으니까."

이제 불편한 얘기를 꺼내야할 시간이였다.
"내가 너의 역할을 빼았았다는건 무슨 소리야."

"너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역할도 전부. 그리고, 당연하게도……"
"연기라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해서 쓸 사람도 나였다. 라는 이야기지."

"애초에 전부 조작된거다?"

"우리들은 그 소원을 이루고 어디를 갈지를 미리 뽑았어. 문제는, 모든 인원들이 배부받을 수 있는 건 아니였거든."
"나는 거기서 너한테 그걸 빼앗긴거야. 너는……소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고."
"없는 사람은 탈락이지."

"탈락되면 어떻게되는건데?"

"나는 살아남았어. 다른 애들은 모르겠다. 나의 경우에는……"
"스페어라고 했어."
"남겨둘 가치가 있다던가~."

"반복이 실험과 관련있다는건, 그 소원을 이루어준다...그것과 관련있는 얘기겠네."

"그런 게 가능했다면, 흑야를 벌써 되돌렸겠지. 안 그래?"


"흑야가 중요한 게 아니야. 애초에, 인간의 손으로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너는 결국에는 무언가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뿐이야."
"실제로는 그게 아닌거지."
"그게 정말로 초능력……그래. 그런거였다면, 내가 벌써 사용했겠지. 안 그래?"

"여튼."
"말하는 바는 알겠다. 뭔가 이상하다 이거군."

"그런 걸……뭐, 이런 걸로 만들었을수는 있지."



"과학으로 구현된 초능력──과 유사한 것. 이라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겠지."
검은색의 작은 상자는 손짓에 따라서 다시 가루가 되어서는 대지로 흘러내렸다.

"그거...원하면 막 아무데서나 만들 수 있는건가."

"그렇다면, 초상입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지."

"모자 쓴 소녀라고 해야하나."
"혹시 나랑 친한 사람중에 그런애가 있었나?"


"이래도?"



"나는 몰라."





"그게 능력인가?"



"태희를 그 이후에 본 적은 거의 없고. 애초에─. 걔랑 나는 전여친과 전남친과 같은 관계니까."


"무엇이든 연기할 수 있는 능력."
"무엇이든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
"이론상으로는 최강이잖아?"
"내가 탈락하기 전에는 그런 콤비였다는 이야기야."

"그래. 흠, 혹시 나 담구고싶어할 애들도 더 있나 물어보려고했는데 어차피 모르겠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겠군.
"넌 소원이 뭐였냐?"

"잊어버려서 모르겠어."
"꿈은 꾸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
"길고양이는 길고양이의 삶이 있는거야. 쓸데없이, 별을 바라봐서는 떨어져서 추락하는거지."
"내 앞에 있는 가로등도 충분히 밝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해."

남자의 몸은 아까보다 나아있었다. 자세하게 보면…검은 가루가 스며들어서는, 계속해서 상처를 아물게하고 있었다.

실 없는 생각을 잠깐했겠지.

"끝났어? 이제 가도 되는거야?"



"어떻게 나올지도 알고있으니, 글쎄. 한 7번? 많이하면 10번? 그 정도면 어떻게 혼자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기억은 못해도 지은 죄가 너무 많은것같아서 더 지랄은 못하겠다."




"비극적이지."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물건들은 다 그래. 결국에는, 영구적인 동력은 어디에도 없어."
"너의 반복은 무엇을 댓가로 움직이고 있는걸까?"


"막말로, 어딘가의 실험실에서 타인의 생명을 대가로 반복하고 있는 거 아냐?"


"왜냐하면, 감옥에 가면…나, 죽거든!"


"알아서 할께. 뭐, 길고양이가 되어서 다시 돌아다니면 될뿐이지."


그렇게, 남자는 자신의 미래와 닮아있는 어둠의 안으로 걸어갔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손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차로 돌아간다.
축 쳐져있는건 난장판이 된 원룸에서 혼자해도 충분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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