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멀티방에서 여자둘이서 이렇게 있어본 게 얼마만이더라. 당신은 그렇게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크~ 이게 인생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리나도 결국에는 식욕에는 이길 수 없었던 모양인지.가볍게, 같이 포장해서 담겨온 나무젓가락을 하나 꺼내서는 하나를 집어본다. 꽤나, 신기하게 여기는 기색이군.
아직까진, 자신이 살아있다는 감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의 감탄일까. 아니면, 치킨의 품질과 맛에 대한 상상에 의한 감탄인가. 어느쪽이든, 알 수 없었다.

"뭐- 머리는 몰라도 혓바닥이 기억하겠지"
우물거리며 맥주를 다시 한 모금 들이키고, 캔을 탁자에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먹을 땐 맛깔나게 먹어야지
이리나는 맥주와 콜라 중 무엇에 손을 댈까

그리고서는, 주변에 있는 종이컵을 하나 꺼내서는 컵을 채운다.
"…근데,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안하다는 기색으로 앞에 놓여있는 기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육류를 바라본다.

"마지막은 빼고"

이리나는 콜라를 가볍게 한모금을 들이마셨다. 그리고서는, 치킨을 한 점을 집어서는 냠! 하고서 야무지게 먹었다.

"그냥 미확인 비행소녀 A란 말이지"
"아줌마 인맥 좀 봐야겠는데, 경찰대 나왔으니까 다른 경찰서에 아는 사람 있을거거든"
"그쪽에 소년과에다가 절도 미수로 며칠 좀 들어갔다 나오면 관악서에서 염병 못 할거야"
"흠. 암살은 할수도 있겠네"


"명찰?"


"그래. 그럼 그냥 기억 안 나는 걸로 해"
"넌 그냥 모르는 옷을 입고 모르는 곳에서 정신을 차렸고"
"혼란스러워서 훼까닥 해가지고 우리 사무실로 무작정 뛰어 들어온거고"
"난 그걸 보고 절도범인 줄 알고 아는 형사한테 넘긴거지"
"자세한 건 아줌마 오면 좀 다듬을테지만 대충 시나리오 써봤다"



"말고는 본인한테 들어야지"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넘긴다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의 화제의 언급이 되었던 아주머니는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으면, 그냥 문을 열테지.

"아. 우리 싸랑하는 멋~쨍이 언니 왔어?"
"덕분에 오랜만에 목에 기름칠한다 캬~"

"야, 너도 좀 이 언니한테 돈 좀 많이 쓰면 안되냐? 엉?"
"동생이 말야~. 어? 언니한테도 대접을 하긴 해야지~."

"언니 승진하라고 내조를 이렇게 잘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김순정은 가볍게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을 통해서 안쪽의 광경을 바라본다.

"에이 편하게 실적만 챙기는 일이 어딨어~고생하는 만큼 복이 온다 이거쥐"






"내 얘기 먼저? 아니면 우리 파릇한 미확인 청춘소녀 얘기 먼저?"



"뭐래. 우리 시현이는 한 때 골초였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모범시민인처럼 해도 늦었다? 너 아직도 담배 몇갑씩 하루에 뻑뻑 피우던 때는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어쨌든 그럼 나부터. 그러니까 이게....오늘 오전이었나? 그때였지? 첫 사건 보도 나온것도"
"얘가 보라매 고등학교 교복이랑 깨진 이리나 명찰을 달고 우리 사무실에 돌격했어"
"아, 근데 하나 물어보자. 새 교복은 어디에 있었던 거야?"


현장에서 본 단서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탁상 위에 팔꿈치를, 주먹 위에 턱을 올린다
명찰을 굳이 버릴 옷에 갈아끼운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최소한, 지금의 당신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리나는 실제로 피가 묻은 교복을 입고서는 그대로 뛰어내렸고. 마당에서 옷을 갈아입었다는 소리가 된다.
당신은 이 사실을 이상하다고 여겼을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굳이 준비되어 있던 새 명찰을 빼서, 피투성이가 된 옷에 달고
깨진 명찰을 새 옷에 달았다는 소리다. 둘 다 버리면 둘 다 버리고 둘 다 챙기면 둘 다 챙겨야겠지
이상한 점을 머릿속에 기억해둔 채로 말을 잇는다
"갈아입은 옷은 어떻게 했어?"



"제가, 잘못한걸려나요?"
이리나는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럼 올 때 달고 있던 명찰은 원래 달려 있었어?"

그렇다면, 김순정은 민시현의 말과 엇비슷하게 그렇게 말했다.

다시 순살치킨 한 조각을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일단, 뭐라도 필요할 거 같아서. 새옷쪽은 당시에 명찰이 없었거든요."
"새옷이, 제가 갈아입은 옷이니까, 당연히 지금 명찰이 있…어야하고요."


"하지만, 혹시 있었나요?"




"명찰을 누가 스페어를 들고다녀"

"야, 그래서 쟤는 달려와서, 니들 사무소로 왔다고?"

"어떻게 왔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와야 될 것 같았더라고요"
"그래서 누명을 벗겨달라길래, 누명인지 찐인지 확인은 해 주겠다고 했지"

"아니라면, 진짜로 우연이라는 셈인데 그게 가능할리가 없지."
순정이는 닭다리를 가볍게 들었다. 거침없이 움직이는 손길이었다.



"기억상실이래"

"기억상실이 이유를 알리가 없겠지만."




"너무 구리네. 일단 쟤는 이리나가 아니야. 내 생각에는."


이리나는 콜라를 마셨다. 아예,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듯이 가볍게 원샷.

"보통 교복 하나 찍혔다고 고교생 용의자로 보도해달라고 하면"
"기자들 선에서 욕먹고 퇴짜맞잖아"

"……그거야, 억지로 밀어붙였으니 그렇지. 내가 말했던가? 기억이 잘 안나네. 실제로, 폐쇄회로에 찍힌 게 여고생이라고."




"서장이 낙하산이야. 개구려. 이 사건에 대해서 덮자는 반응이 자꾸 나와."
"걔 입장에서는 그냥 이 사건 빨리 종결내고 치우고 싶어하던 거 같던데."

그 뒤로는.... 생각 없이 복사 붙여넣기 하던 게 하루 이틀인가
"어쨌든 그래서 현장에 갔는데... 언니쪽에도 얘기 갔지? 얼마나 갔어?"

"하지만, 이 상태에서 어떤 진전도 없으면 결국에는 서장의 의도대로 끝나겠지."


"사실, 나는 얘가 그 자리에 어떻게 앉았냐. 같은 건 별로 관심없어. 문제는,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는거야."
"……그리고, 그 새끼도 당연히 이게 무리한 일이라는 걸 알텐데? 뭐라고 해야하나."
"억지로 움직이는 느낌이 좀 들어. 아오, 진짜."

"아, 그리고 방금 좋은 생각 났는데"
"진짜 이리나 찾아서 알리바이 따고 정정보도 요청하면 서장 머리가 더 터지겠지?"


"품평피해 오지구요"

"예시로, 지금 이 앞에 있는 이름없는 소녀가 진짜 보라매고에 다니고 있었다면?"


읏차. 하고서는, 김순정은 자연스럽게 맥주를 하나 더 깠다. 그리고서는, 민시현의 치킨을 하나 가져왔다.

젓가락을 물고 있던 탓에 치킨 사수에 실패하고 투덜거린다




"아 그렇게 싸우면서 커서 어른이 된거쥐"
"암튼 현장 얘기로 돌아가서 이상한 게 몇 개 있었는데"


"그 집 창고에서 안주인 칼 뽑아보니까 피범벅이더라구"



"니 생각은?"

"그게 맞는거구"
"내 생각엔 음~ 유가족을 책임자라고 보내두니까"
"눈치보여서 안 깐 거 아닌가?"
"보낸 사람 속보이는듯"
아무래도 유가족 앞에서 관련 없어 보이는 곳까지 뒤집기 좀 그렇지

"누가 사용했을 꺼 같냐?"

"아니면 내가 아직 모르는 이상한 이능력자?"

손가락으로 이리나였던 소녀를 지목한다.


"지금 이 사건에서 쟤의 위치가 너무 이상해. 계획된 사건이라면 이렇게 짜여질 수가 없거든?"
"그렇다면, 어디선가에서 계획이 틀어졌다는 소리인데. 쟤밖에 없잖아."

"손석희도 저정도까진 못하겠다 싶어서 치웠어"

"……하아, 시발. 그놈의 피카츄가 뭐라고. 무슨 사실 누르면 어디서 빛나서는 UFO라도 부르나?"

"안 그래도 우리 신입이 아는 거라면서 알아보러 가서"


"근데 다녔다는 학교가 좀 장난아니더라"

"너무 흔하게 생겨서 나오겠지 싶었걸랑. 근데, 전혀 나오지를 않더라."

"어쨌든 그 학교엔 어린 초능력자들만 있었대"
"뭐 성적 쩔면 스카웃도 하고 그랬다던데"

"근데, 어디서 몇 번 전화하고 오니까 개지랄이 나더라고."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정말 중요한 건 인터넷에 없다
그래...자경단의 그 썩은물도 인터넷에선 찾아볼 수 없으니까
맥주캔을 내려놓고, 단말기를 엄지손가락으로 휙휙 굴려 뱃지 사진을 띄워 흔든다
"아, 그러고 보니 넌 이런거 못봤어?"

고개를 젓는다. 아는바가 없는 표정이다.

잽싸게 찢은 치킨조각을 입에 가져가고는, 다른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채증봉투를 꺼낸다
스웨터 보풀인지, 양모인지 싶은 하얀 보풀이 들어 있을 테다

이리나는 한참동안 그걸 바라봤다.
"……어디선가, 봤는데."
그렇게, 이리나는 띄엄띄엄 말을 뱉어낸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인가? 하지만, 눈동자는 그 색깔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디선가에서 봤어요. 하지만, 기억이 안나요."
"제가 깨어난 직후는 아니에요. 저 색깔, 어디선가…"


이리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얀색, 하얀색…의 옷? 그런 걸 입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는데."


"윽!"
이리나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두통을 호소하면서 고개를 내린다. 인상이 지나치게 구겨진다. 마치, 예쁜 도화지가 접히듯이.


"학교에……분명히, 있어요."

단말기를 들어, 표성현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하얀 양모 보풀이 달린 옷이나, 웃음소리가 특별히 예쁜 사람 보면 좀 찔러봐]
[조건이 좀 이상한데 지금 나오는 게 그것밖에 없네]

아마도, 조금 있으면 보겠지.

"학교 간 애들한테 부탁은 했고..."
"그 뒤는 설명 쫑쳐도 돼지?"
"아. 그래 이상한 거 하나 더"


"아무튼 내탓아님"

"푸하핫, 뭐, 피라. 엉, 어디서 가져온거겠지."

"싸랑해"

때려버린다. 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김순정은 장난스럽게 위협을 가했다.
"여튼, 가져왔겠지. 출처라도 알아봐달라고?"

"국과수에 어련히 넘어가겠거니~ 싶어서"
"좀 많이 삥땅칠걸 그랬네"
(라고 운명점 서술권을 쓰겠습니다)




채 다 긁어내지 못한 살점 파편이 든 채증봉투를 하나 꺼낸다


"이렇게 자진신고까지 하는데~"

"대신에 나중에 비싼 거 한턱 쏘면 생각해봄."
"우리 불쌍한 후배가 언니를 위해서 음식을 사주겠다는 정썽을 보여주면 못할것도 없징~."


"다 뜯어먹어라! 다 뜯어먹어!"

잽싸게 경례하곤, 치킨과 맥주를 탐닉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저 얘는 내가 데려가라고? 관악서말고 다른 경찰서로 인도하면 돼?"



"일단 생각해둔건 뭐...언니 잘 아는 사람한테"
"대충 절도미수로 넘겨두는 거 생각했는데"

"기간은 길수록 편하잖아? 그치?"
"아니면, 이대로 우리 집에 박아두던가. 우리 집이 쫌 넓긴 하걸랑."

촉법소년에서 가출청소년, 신원미상으로 몇 초마다 신원이 바뀌고 있는
가칭 이리나에게 묻는다


"근데 괜찮아? 얘 일단은 물린 자국 있는데"
"진짜 물린건진 모르지만"

"그러면 애초에 소년과로 넘겨도 안되겠네. 애초에, 물렸으면 지금 너───."
다소,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민시현을 바라본다. 이건, 그러면 달라지는 이야기다. 라고.

"언니 좀 볼줄 알던가?"


치킨을 우물거리면서 대수롭잖게 묻는다

선명하게, 하얀 피부의 위에 남아있다.
김순정은 그 광경을 보고서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물린 자국을 보고서는 살펴보기 시작한다.

진짜 흡혈귀에 물린 흉터인가?

그리고, 김순정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서는, 흉터를 만지고서는, 말했다.

"상처 좀 찣어야겠다. 물린 건 맞네."


"이대로라면, 얼마안가서 인간성을 잃어. 그럴바에는, 일단은 억제를 좀 해놔야지."

"여기. 뭐 물고 있을거 없나?"



"조금 아플꺼다. 주사보다는 많이. 알겠지?"


그리고서는, 김순정은 망설이지 않고서 손을 뻗었다. 나이프를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상처를 만지고서는 누른다.
─────치직. 그런, 노이즈가 들린 거 같다. 마치, 고장난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같다.
그런 생각이 들때쯤, 순식간에 이리나의 상처가 검게 물들어간다. 정확하게는, 흉터를 포함한 목덜미의 주변이.
초능력자, 소프라면 감지할 수 밖에 없는 초상입자의 변동과 소비를 당신도 눈치챌 수 있었다.
출혈이 멎고, 상처가 멈춘다. 하지만, 검은 멍과 같은 멍은 흉터의 위에 그대로 존재했다.


"변하면 내가 태워주기로 했어"

"내 능력은 어떤 기계나 생명을 교란시킬수는 있어도 멈출수는 없어."
"그 때는 니가 와야겠다. 얘가 변하면, 일이 좀 심하게 잘못되겠어."


팔을 붙잡고 등을 몇 차례 쓸어준다

이윽고, 몸을 몇 번이나 떨었다가, 겨우 멈췄다.


"태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만."

"너무 빡세게 받아서 정심 나가서 먹을 뻔했다니까?"




"언니 뭐 날붙이 필요해요? 그럼 내 거 가져가고. 그거 우리 신입 거라"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민시현한테 다시 날붙이를 돌려줬다.

"면회는 내일로 잡아뒀고..."
"목소리 듣고 싶으면 이 언니한테 전화해 달라 그래"
"난 약속 지키러 간다"

순정이는 당신한테 손을 흔들어주면서, 이리나의 등을 쓸었다. 그리고서는, 남은 맥주캔을 흔들었다. 에휴. 없구만.

자신의 너무나도 격렬했던 흡혈귀 조기교육. 그 오래 된 기억을 흘려버리며 차로 돌아간다
"맥주 한 캔 했으니 뒷길만 골라서 가야겠구나~"

당신은, 이제 어디로 가기로 마음먹었을까?

철진명. 그를 지금 만날 수 있을까?

술이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페달은 멀쩡하게 밟힌다. 눈에도, 운전에도 지장은 없다.

그는 어떤 사람이더라

그런 태도를 언제나 유지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에서 부자연스러움은 없었다.
듣기로는, 어린 나이에는 절에서 살았다던가.
그렇지만, 절이 모종의 사고로 타버리고 난 뒤에는 사회에 내려와서 생활했다. 라는 정도만 알고있겠지.





"일 때문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괜찮으면 시간 좀"

"제가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창문을 내리고, 그 칼날을 가볍게 엄지손가락으로 훑는다
손가락을 따라 칼날에 후끈한 열기가 내달리겠지
"아 이거, 역시 냉기도 나와야 해먹는다니까"
소독을 마친 나이프를 흔들면서 음악을 튼다
"칼춤에 꽃놀이 도화전에~"

흥얼거리며 검지로 핸들을 두드리다, 적당히 열기가 식은 칼날을 조수석 시트에 던져두곤
핸들을 잡는다
천중의 이름 없는 새가 왜 구슬프게 울긴
웃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 거지
흥겨우면서도 울적한 가락과 함께, 사무소로 돌아간다

하늘의 노을이 점점 그늘을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이제는 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화기는 끝까지 그대로였다.

처음 '반복'을 눈치챘던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사실, 그것조차 이제는 믿을 수 없지만.
행복해야 웃는가? 웃어서 행복한가? 라는 내용이 떠오른다. 웃음소리를 내자 조금 마음이 가라앉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겠지.
"...좋아. 그럼."
일단, 일기를 재차 확인해본다.
이것에 기록된 처음...은 언제였을까?


그 전의 내용은 존재하지않는건가.


그렇지만, 일단 담임 외에도 물어볼 구석이 하나 더 있긴했다.
과거부터 시작한 인연이지만, 최근에도 연락하는 어른.
희망 보육원의 원장님이라 해도 좋고.
잠시 그 사람에 대해 떠올려봤을것이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은 분명히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두터운 등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터다.

성격은 어떠했을까?
대체로 우리에게 따스하긴했지만, 그래도 알음알음 듣거다 본것이 있긴야했겠지.
*언제나


그에게 전화를 걸었겠다.




그렇게 말하는 저음의 목소리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진짜였던 모양이다.


무뚝뚝한 성격도 여전했다. 이 사람은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말주변이 너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지.

"아, 보자. 혹시 저희가 설정했던 안전장치 기억하시나요?"
"일기말입니다."

"너는 종종 그 일기에 의지하고는 했었지."

"그게, 오늘 확인을 해봤더니 옛날 기록이 싹 없더군요."


"지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혹시 제가 무너져내렸다가 다시 덮어쓰기라도 했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게 뭐니?"

"제 기억상으로는 분명 학교. 그러니까, 일종의 특수학교를 보육원에 다니면서 다녔었는데..."
"제가 다닌게 맞긴합니까?"




"그럼. 잠깐."
"잠깐...보자. 정확히 몇살부터입니까?"



"너는, 그 당시에 기숙사에 배정된 학교에 신청해서 보육원에서 나왔어."
"물론, 내가 지원을 해주고 있었지만. 너는 그 이후에 찾아온 적이 거의 없었고."

"좀 적어놓겠습니다."


그리고 이래저래 전화를 하면서 목이 타 옆에 둔 복숭아 아이스티 한 캔을 다 들이키겠군.
좆된거같은데...아니, 그러니까. 내 생각이상으로 말이다.
"후. 원장님."
"혹시 그 학교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어디 붙어있다던가."

"너를 데려간 사람들은 나라의 사람들이었어. 나는 그 광경을 기억하고 있단다."
"그 당시에는, 너도 알다싶이…나라가 혼란스럽고, 범죄가 많았잖니."
"나는, 너가 차라리 그쪽에서 보호를 해주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보냈어. 국가에서 보낸 건 확인을 했었거든."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나도 모른다. 미안하다."

"하, 흠. 뭐라고 하시면서 데려갔는지는 기억하세요?"

"그런식으로 그 사람들은 말했었어."

"무슨 부처였는지는...아니, 의미없으려나.."

"어떠한 목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는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단다."

"뭐, 나중이나. 그때쯔음이나..."


"혹시 그렇게 제가 간 후에, 제가 찾아왔다거나. 연락했던적은 있습니까?"
"거의 없다고 하신거보니까. 있긴 있던 모양인데."

"그 때에 대해서는……글쎄.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고 해야할까."
"그래.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고민은 없어보였지."



휴가라.
"그때와 비교하면 또 달라진 시점이 있었을것같은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여기도, 마지막이라고 했었지."

"흠."



"첫해의 첫날이라서 기억하고 있었지."


"그때까지는 연락을 하지 않았어."

"혹시 그 1월 1일 상황을 좀 더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나를 향해서 작별인사를 던졌단다. 그거뿐이야."

"혹시 그것도 없었습니까?"

"너가 찾아온 세 번을 제외하면 여기의 누구도 연락을 할 수 없었어."

그러면 당혹스러운 심정을 뒤로하고 내 과거에 대해 좀 더 물어볼 지점이 있나 생각해본다.
'반복' 에 관한것?
과거가 날라간걸 보면 그걸 그에게 말했던지도 모르겠군.
고찰 판정 가능 ㅎㅎ?; 뭔가 놓친게 있을지도 몰라...)



"……슬슬 끊어야겠구나. 손님이 왔으니."


그래. 그는 거짓을 말할 사람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진실을 숨길 사람도 아니었고.

"옙.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됐어요."



"……아, 견우야. 그래. 다음에 보자."



부서지는 소리라니.
....신경쓰이는군. 하지만, 아무래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더미였다.
그래도 일단, 믿을만한 사람이 한 명 있긴 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통화였군.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에 내용을 조금 더 적었을것이다.
그 미심쩍은 능력의 존재여부는 더더욱 불투명해졌고.

천태희에게 전화를 걸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얘 뿐이였으니까.

상대방의 일방적인 거절이다.

[얘기 좀 어떻게 못하겠냐? 우정 피카츄 배지 나눔때문에 그래.] 마지막에는 배지에 적힌 졸업 년도도 적어서 보냈겠군.

그런 문자가 송신됐다.

일단, 동창...이랄까
뭔지 모를곳에서 인연이 있던건 맞는거같군.
친한 해결사들은 제대로 있던게 맞았을까
내가?
연락처가 개판이라 이것도 애매한데.

최소한, 당신의 일기가 지표가 되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겠지.
당신은 이리나가 떠올랐다.
다를 게 없군.

그러면 일단 나는 이견우라고 생각을 하고. 일기를 뒤적이며 친한 해결사들에 대한 내용을 떠올려봤겠군.
부담없이 연락할 정도는 뭐, 한 둘은 있었는데...

하지만, 당신은 손을 멈춘다. 이대로 연락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 사무소에 다시 손을 빌리는 꼴이 된다.


인간이라는 글자는 인간관의 관계를 나타낸다. 하지만, 그 관계가 봉쇄당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은 한숨을 깊게 뱉어냈다.

난새 협회로 가보기로 했을것이다.
그녀는 각오하라고 했지만, 선택지는 제한되있었고.
이리나처럼, 뭐가 뭔지 모를 상황인건 불안했다.
내심, 여기까지 몰려서야 이리나의 심정이 조금 더 와닿았겠지.
난새협회는 이 근처에서 얼마나 멀었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당신이 찾아가기를 마음에 먹었느냐. 아니냐. 라는 점이겠지.
과정은 생략해도 좋다. 결국에는, 당신은 과거에 의지하지 않고. 현재와 상담하지 않고. 알 수 없는 동창을 보러갔나?


하지만, 당신의 이상성에 대해서 동료들과 다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료들이라 함은?


...글쎼다. 한번 상상해본다. 이러한 이상성을 말했을때 오늘 막 본, 절반합격 신입을 제대로 도와주기나할까?


일어나서는 안될 일에 분노하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사람이였던것같으니까.
잠시 벤치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봤을것이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가결 합격이면 아무래도 좋지않나?
안되면말고 되면 좋고로 말이야 꺼내볼 수 있겠지.
어차피 미친놈에 또라이인줄 아는 모양이고. 틀린말도 아닌것같지만.

당신은, 이 앞에 결국에 어떻게 하기로 했나?

일단은 그 두사람은 보라매 고에가서 알아내보기로 했을텐데.

전부, 자신들의 일을 하러 나갔을테니.
아니라면, 옛 사무소에 의지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각오는 해야할터다. 그게, 어떤 각오가 되더라도 저렇게까지 엄포를 놓는 태희를 만나는 것보다는 덜하겠지만.
───그것도 마음에 안 내키면, 선택지는 하나뿐이지.



그 사이에 올련지는 모르겠지만.


시간대 순서상 문제인가)


그럼 저 부분은 취소.
난새 협회....로 가자!

──────────────────────


할 수 있다 나
간바레
30분이다

시작할까.


왜냐하면, 그녀는 이 난새협회에서도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으니까.
안내원은 처음에는 곤란하다는 표정이었을터다. 하지만, 이윽고, 태희에게서는 허가가 떨어졌다.
즉, 당신의 출입을 허가한 셈이다. 그렇기에, 당신은 상당한 고층에 속해있는 그녀의 사무실의 문앞에서 서있었다.
앞에 보이는 문을 열게된다면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당신은 하고 있었을터다.

그렇지만, 문을 열 생각이 없었다면 애초에 안왔을것이다.


알아줄지는 모르겠군.
그리고 방에서의 그 난동도 여전히 찜찜했기에. 무기를 들기에는 꺼려졌다.
똑똑 문을 두드린다.

"경고는 더하지 않아. 좋을대로 해."
문의 안쪽에서는 그런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는 칼날과 같았다. 하지만, 표현하는 말에서는 최후의 최후까지 따스한 경고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고운 손가락은 책을 넘기고 있었다. 머리칼은 고운 갈색의 머리였다. 생기가 넘치면서도 정돈된 머리는 거울과 같이 노을의 빛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새삼스레 남자라면 두근거리게 만들게하는 요소가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는 눈을 돌렸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경고한다는건 무언가 알고있다는 뜻 아니겠어."
"일단, 안녕. 태희야. 실제로 동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서는, 시선을 돌려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의 밤거미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 밤의 장막도 펼쳐지지 않았지. 운이 좋게도, 영웅도 나타나지 않았어."
"영웅이 돌아오기 전에 돌아가."


"기사님이라는 표현도 어울릴지는 모르겠네. 여튼,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돼."
"──이래도, 안 돌아갈꺼야?"

그렇게 말하면서 피카츄 배지를 꺼내 흔들어보인다.

"말할수도 없고."


"──내가 너한테 말할 수 있는 건 두개뿐이야. 지금은."
"여기서 돌아가라. 혹은, 그 이상의 선을 넘으면 안된다."
"아니면, 나를 설득할 수 있어?"

"나는 솔직히, 네가 뭐하는 녀석인지 잘 모르겠어. 기억을 믿을수가 없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이 대화를 돌이켜본다.
문을 열고나서도 그녀는 계속 경고를 해왔지.
그것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그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다. 그런 느낌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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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운명점을 써보자.
[본심을 숨기는 웃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견우라면, 저 차갑게 얼어붙는 목소리 뒤에 담긴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또한 쾌할한 어조뒤에 많은것을 숨기고는 하니까.
인정된다면 +2.


특기 들어가면+1..더)

결과값은 7. 성공입니다.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그런 수준으로 통할 게 아닌 다른 무언가를 그녀는 신경쓰고 있다.
어떠한 의도인가. 불명확하다. 하지만, 그 말에는 당신을 향한 배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라...
무슨, 빅브라더에 감시받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지만 마주보고 대화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같네."
배려. 배려라.
"난 아마 이걸 계속 파볼거같은데, 혹시 말할 생각이 생기고, 말할 수 있으면 나중에 연락이나 주던지."


"──태평하구나. 나중에 연락해?"
"너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게 누구의 덕분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짜증나."
"……그리고, 가장 혐오스러운 건 이꼴이 되버린 내 자신이야."
"……사라져. 너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잖아?"
그녀의 입술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원망과 증오가 담겨있었다.

"──내가 혹시 너랑 같은 곳에 있던 시절에 여자애를 죽여서 그런거냐?" 의혹이 가득한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너는 존재하면 안됐어."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고."

갑자기 존재 자체를 하면 안됐다니.
"대체 내가 무슨 개지랄을 하고 다닌거지..?"
"아무튼, 고맙다. 뭘 듣긴했네."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닫으려했겠군.




확신이 담겨있었나?

그녀는, 당연하게도 담담하게 고했다.


────그녀의 입을 열기 위해서는 사교로 난이도 4. 아니라면,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부분인지 한 번 알아챌 수 있었을까.


안된다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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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하러 온거니까."


"시간 뻇어서 미안하고, 반복은...글쎄다."
"생각 좀 해보고."
"대체로 상황이 곱창나서 했거든 나는."


그제서야 작게 중얼 거렸을것이다.
"이런 씨발..."
반복도 알고있고.
여자애를 죽인것도 맞고.
내가 누구때문에 여기 서 있을 수 있었다고?



유심히 생김새를 살폈을것이다.
(돌아가는 중에 본건가)

당신을 보고서는 남자는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들었나?
살짝 식은 땀을 흘렸을지도 모르겠군.


"저희 어디서 봤습니까?"


"제 용무는 끝났으니 일 있으시면..."
그렇게 말하며 슬쩍 방문을 비켜주겠군.

"사건은 놔둬도 알아서 해결돼. 문제아였으니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아니, 왠지 문맥상 알거같지만.
이 사람은 누군데 그런 소리를 하나?

"…아, 그래. 그랬었지."
"그러면, 한가지만 대답해줄래?"

기이한 사람이로군.



"너에게 그걸 준 사람이야."

혹시, 연락처중에 있던 이름이였을까.
번호는 다 같은 사람이긴했지만.



"태희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하지만, 너가 무사히 나왔다는 이야기는, 태희는 결국 말하지 않았구나."

"그러면, 너도, 아니. 여의주씨라고 해야할지. 잘 가늠이 안되는데."


"배지를 나눠준 곳이라던지."

"……다만, 사건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범인들은 알아서 잡혀."

되돌아오기라도 했나?

"……아니, 이건 됐네."
"어떻게든, 알고있어."



"사건 현장에서 배지를 주웠을뿐인데."

"──지금은, 힘들꺼야. 이기는 건. 나라면 문제없지만."
"하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을려나."
"뱃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려. 어차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연락처 좀 줄래?"









"원래라면,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돼."



아니아니. 그래. 이 사람은, 일단 호의적이니까.
업무상의 이유인거겠지. 음.
"....뭐 하나만 물어보자. 혹시 내가 옛날에 개쓰레기였나?"

"과분한 힘을 들고있었어. 지금도 그렇지만."

지랄났군.
"혹시, 거기 다니던 애들. 다 알고있나?"
"그 과분한 힘이란거."

"나도 너의 정확한 건 몰라."

후우...
"일단, 음. 호의적으로 말해줘서 고맙네.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그렇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그리 대답한다. 이 남자, 미남이다.

외려, 상황이 가늠조차 안되니 긴장이 풀린다고 해야할까.
지갑에서 2천원을 꺼내서 손에 쥐어준다.

"나에게 돈은 필요하지 않아. 필요도 없고."

"태희는 입술에 상처났던데, 차가운걸로 찜질이나 하라고 해주면 좋겠네."
요점은 아이스티 두캔을 사서 노나먹으란 소리지.

인형과 대화하는 거 같아. 말에는 생기가 없다.

확실히 좀 뭔가...뭔가한 느낌이 있군.
다시 돈을 밀어두고 등을 돌린다.
대체 뭔 짓을 했길래 또 오면 죽여버리겠다고 두 사람이나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아볼 가치가 있겠군.
여의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신도, 그 장소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을테지.

대체 뭘 어디까지 말해야할지는 모르겠으니. 돌아가는 내내 고민에 빠져있었겠다.
까먹기 전에, 휴대폰에 적어두는것은 잊지않았겠군.
오늘이 지나가버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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