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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야기

EPISODE 05

 

 
[ - ]:치킨의 향내가 공간에 퍼진다. 기름진 향기와 그 모습이 포장지에서 모습을 보였다. 윤기가 넘치는 그 모습은 식욕을 달구기는 충분했다. 그리고, 적절한 음료수와 양념까지.
이리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멀티방에서 여자둘이서 이렇게 있어본 게 얼마만이더라. 당신은 그렇게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이리나:"와아…"
 
민시현:오면서 사온 네 개의 캔맥주와 콜라 페트병. 그 중 맥주 캔 하나를 딴다
"크~ 이게 인생이지"
 
이리나:"그러게요. 이렇게 맛있는 건……네. 저도, 꽤나 오랜만인……아니, 전 기억이 없었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리나도 결국에는 식욕에는 이길 수 없었던 모양인지.가볍게, 같이 포장해서 담겨온 나무젓가락을 하나 꺼내서는 하나를 집어본다. 꽤나, 신기하게 여기는 기색이군.
아직까진, 자신이 살아있다는 감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의 감탄일까. 아니면, 치킨의 품질과 맛에 대한 상상에 의한 감탄인가. 어느쪽이든, 알 수 없었다.
 
민시현:나무젓가락으로 순살 양념 한 조각을 반으로 찢곤, 포크마냥 찍어 입에 넣는다
"뭐- 머리는 몰라도 혓바닥이 기억하겠지"
우물거리며 맥주를 다시 한 모금 들이키고, 캔을 탁자에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먹을 땐 맛깔나게 먹어야지
이리나는 맥주와 콜라 중 무엇에 손을 댈까
 
이리나:그렇다면, 이리나는 자연스럽게 콜라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겉으로는 평범한 여고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서는, 주변에 있는 종이컵을 하나 꺼내서는 컵을 채운다.
"…근데,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안하다는 기색으로 앞에 놓여있는 기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육류를 바라본다.
 
민시현:"이쁜 멋쟁이 노처녀 형사님이 사는거니까 오면 고맙다고 해"
"마지막은 빼고"
 
이리나:"그리고보니, 그랬죠. 절도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좋은 생각은 있으세요?"
이리나는 콜라를 가볍게 한모금을 들이마셨다. 그리고서는, 치킨을 한 점을 집어서는 냠! 하고서 야무지게 먹었다.
 
민시현:"네가 이리나라는 증거가 없잖아 지금"
"그냥 미확인 비행소녀 A란 말이지"
"아줌마 인맥 좀 봐야겠는데, 경찰대 나왔으니까 다른 경찰서에 아는 사람 있을거거든"
"그쪽에 소년과에다가 절도 미수로 며칠 좀 들어갔다 나오면 관악서에서 염병 못 할거야"
"흠. 암살은 할수도 있겠네"
 
이리나:"…이리나, 이리나. 정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네요."
 
민시현:"애초에 니가 이리나라고 생각한 이유가 뭐야?"
"명찰?"
 
이리나:"네. 그렇다고 생각했거든요."
 
민시현:찢어놓은 조각을 다시 콱 찍어선 입에 집어넣는다
"그래. 그럼 그냥 기억 안 나는 걸로 해"
"넌 그냥 모르는 옷을 입고 모르는 곳에서 정신을 차렸고"
"혼란스러워서 훼까닥 해가지고 우리 사무실로 무작정 뛰어 들어온거고"
"난 그걸 보고 절도범인 줄 알고 아는 형사한테 넘긴거지"
"자세한 건 아줌마 오면 좀 다듬을테지만 대충 시나리오 써봤다"
 
민시현:확실히 거짓말은 안했다
 
이리나:"으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아주머니라는 분에 대해서 제가 조심해야할 게 있을까요?"
 
민시현:"글쎄다....노처녀라고 하지 말기?"
"말고는 본인한테 들어야지"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넘긴다
 
이리나:이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쯤에──멀티방의 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당연하게도, 그렇다는듯이.
 
김순정:"여기냐? 열어~!"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의 화제의 언급이 되었던 아주머니는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으면, 그냥 문을 열테지.
 
민시현:문을 벌컥 열어주면서 환하게 웃는다
"아. 우리 싸랑하는 멋~쨍이 언니 왔어?"
"덕분에 오랜만에 목에 기름칠한다 캬~"
 
김순정:그녀는 여전했다. 실제로, 담배까지 여유롭게 꼬나문 그녀는 당신의 말에 하, 하고서는 가볍게 웃었다.
"야, 너도 좀 이 언니한테 돈 좀 많이 쓰면 안되냐? 엉?"
"동생이 말야~. 어? 언니한테도 대접을 하긴 해야지~."
 
민시현:"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자원봉사도 하고 응?"
"언니 승진하라고 내조를 이렇게 잘 하는데"
 
김순정:"승진은 개뿔. 너 귀찮은 거 가져온 거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김순정은 가볍게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을 통해서 안쪽의 광경을 바라본다.
 
민시현:문을 닫으면서 실실 웃으며 덧붙인다
"에이 편하게 실적만 챙기는 일이 어딨어~고생하는 만큼 복이 온다 이거쥐"
 
김순정:"여~. 꼬마야. 안녕? 니가 그 우리 시현이가 언급하던 짜파겠디구나? 얘가 뭐 이상한 소리하지 않던?"
 
이리나:"어, 아니요! 안녕하세요!"
 
민시현:아줌마의 등을 슬슬 밀며 탁상 앞으로 돌아간다
 
이리나:그렇게 말하면서, 이리나는 급하게 인사한다. 김순정은 하핫, 하고서는 가볍게 웃으면서 편한 자세로 치킨의 앞에 걸터앉는다.
 
김순정:"그래서, 이야기나 좀 해보자. 뭐, 어디까지 뭘 어떻게 된건데? 엉?"
 
민시현:자연스럽게 둘 사이에 앉아 다시 양념 순살 한 조각을 가져오면서 입을 연다
"내 얘기 먼저? 아니면 우리 파릇한 미확인 청춘소녀 얘기 먼저?"
 
김순정:"너부터. 아, 담배 여기서는 못 피겠네."
 
민시현:"고기먹을때 담배 피는거 아니에요~"
 
김순정:그렇게 말하면서, 김순정은 가볍게 담배를 꺼트린다. 담배꽁초를 적당히 던져버리고서는, 후배의 잔소리에 귀를 후빈다.
"뭐래. 우리 시현이는 한 때 골초였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모범시민인처럼 해도 늦었다? 너 아직도 담배 몇갑씩 하루에 뻑뻑 피우던 때는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이리나:"건강에 안 좋을텐데…"
 
민시현:"아 고기 먹을때랑 커피 마실땐 안핀다니까요~ 나름 성실한 식생활이라니까 그러시네"
"어쨌든 그럼 나부터. 그러니까 이게....오늘 오전이었나? 그때였지? 첫 사건 보도 나온것도"
"얘가 보라매 고등학교 교복이랑 깨진 이리나 명찰을 달고 우리 사무실에 돌격했어"
"아, 근데 하나 물어보자. 새 교복은 어디에 있었던 거야?"
 
이리나:"──마당에요. 아예, 당연하다는듯이 있었어요."
 
민시현:거짓말을 하는 기색이 있었을까?
현장에서 본 단서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탁상 위에 팔꿈치를, 주먹 위에 턱을 올린다
명찰을 굳이 버릴 옷에 갈아끼운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 - ]:그녀는 긴장한 기색을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떨까.
──최소한, 지금의 당신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리나는 실제로 피가 묻은 교복을 입고서는 그대로 뛰어내렸고. 마당에서 옷을 갈아입었다는 소리가 된다.
당신은 이 사실을 이상하다고 여겼을까?
 
민시현:이상하다. 깨진 명찰조각은 2층에 있었고, 그녀는 그렇게 깨진 명찰을 그대로 달고 사무실로 왔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굳이 준비되어 있던 새 명찰을 빼서, 피투성이가 된 옷에 달고
깨진 명찰을 새 옷에 달았다는 소리다. 둘 다 버리면 둘 다 버리고 둘 다 챙기면 둘 다 챙겨야겠지
이상한 점을 머릿속에 기억해둔 채로 말을 잇는다
"갈아입은 옷은 어떻게 했어?"
 
이리나:"──네? 당연히, 그대로 놔두고...왔는데요."
 
민시현:"아니 그걸 좀 버리던가 하지 놔두고 오냐. 어쨌든 그래서 "
 
이리나:"네? 그거야, 명찰도 없었으니까. 당시에는────."
"제가, 잘못한걸려나요?"
이리나는 목소리가 작아졌다.
 
민시현:"응? 글쎄. 이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새삼스럽긴 하다"
"그럼 올 때 달고 있던 명찰은 원래 달려 있었어?"
 
김순정:"엥? 명찰이 없었다고?"
그렇다면, 김순정은 민시현의 말과 엇비슷하게 그렇게 말했다.
 
민시현:김순정을 돌아보곤, 같은 것을 떠올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순살치킨 한 조각을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이리나:"그게……당시에, 찣어진 명찰만이라도 챙겨서 새옷에 달았거든요. 그게, 아무래도 이름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일단, 뭐라도 필요할 거 같아서. 새옷쪽은 당시에 명찰이 없었거든요."
"새옷이, 제가 갈아입은 옷이니까, 당연히 지금 명찰이 있…어야하고요."
 
민시현:"오.. 이거 경찰보다도 빠르게 들린 선객이 있었나본데?"
 
이리나:"제가 갈아입은 옷……처음에 입었던 옷은 명찰이 없어야해요."
"하지만, 혹시 있었나요?"
 
민시현:"수풀에서 명찰 달린 채로 나왔었거든"
 
이리나:"네에…?"
 
[ - ]:그 말에 이리나는 당황한 티를 보였다. 그리고, 그 반응은 거짓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웠다.
 
민시현:"쌔끈한 명찰이 달려 있길래 딱 봐도 작업쳤겠다 싶더라"
"명찰을 누가 스페어를 들고다녀"
 
김순정:"뭐야, 이거? 완전 구린데."
"야, 그래서 쟤는 달려와서, 니들 사무소로 왔다고?"
 
민시현:단말기를 뒤적여 찍은 옷 사진을 띄우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왔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와야 될 것 같았더라고요"
"그래서 누명을 벗겨달라길래, 누명인지 찐인지 확인은 해 주겠다고 했지"
 
김순정:"암시네. 아니면, 어쩌면 비슷한 종류의 환각이나 정신작용."
"아니라면, 진짜로 우연이라는 셈인데 그게 가능할리가 없지."
순정이는 닭다리를 가볍게 들었다. 거침없이 움직이는 손길이었다.
 
민시현:"아마도? 어쨌든 그래서.....누군지도 모르니까 일단 언니한테 찔러보고 현장확인 좀 해봤지 뭐"
 
김순정:"근데, 쟤는 자기 교복도 몰라?"
 
민시현:"그랬더니 현장이 좀 구리구리 하더라고"
"기억상실이래"
 
김순정:"이유는?"
"기억상실이 이유를 알리가 없겠지만."
 
민시현:"알면 기억상실이 아니지~"
 
김순정:"…이름이 뭐라고?"
 
민시현:"명찰에 써있는 건? 안 그래도 애들이 이리나 찾으러 보라매 고교 갔는데"
 
김순정:"야. 내가 볼때는 이건…아마도, 이리나를 찾기는 해야할 거 같은데."
"너무 구리네. 일단 쟤는 이리나가 아니야. 내 생각에는."
 
민시현:"야~ 역시 언니랑 나랑 이심전심 일심동체라니까"
 
이리나:"……"
이리나는 콜라를 마셨다. 아예,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듯이 가볍게 원샷.
 
민시현:"아 근데 언니. 이거 수사 발표 과정이....어떻게 된거야?"
"보통 교복 하나 찍혔다고 고교생 용의자로 보도해달라고 하면"
"기자들 선에서 욕먹고 퇴짜맞잖아"
 
김순정:"하아…"
"……그거야, 억지로 밀어붙였으니 그렇지. 내가 말했던가? 기억이 잘 안나네. 실제로, 폐쇄회로에 찍힌 게 여고생이라고."
 
민시현:"잘 나오지도 않았다며"
 
김순정:"하지만, 신원이 확인이 안된다. 그렇기에, 교복만으로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민시현:"아~ 위에서 맥였네 위에서 맥였어"
 
김순정:"이걸로 어떻게 확정을 짓냐. 나도 그렇게 따졌지. 근데, 갑작스레 서장놈이 이대로 확정을 짓자고 하더라고."
"서장이 낙하산이야. 개구려. 이 사건에 대해서 덮자는 반응이 자꾸 나와."
"걔 입장에서는 그냥 이 사건 빨리 종결내고 치우고 싶어하던 거 같던데."
 
민시현:그 뒤는 대강 예상이 된다. 낙하산 떨어트린 쪽과 친한 언론에서 먼저 보도가 나왔을 테고
그 뒤로는.... 생각 없이 복사 붙여넣기 하던 게 하루 이틀인가
"어쨌든 그래서 현장에 갔는데... 언니쪽에도 얘기 갔지? 얼마나 갔어?"
 
김순정:"글쎄다. 확실히, 수사를 더 집중적으로 해봐야한다는 여론이 흐르고는 있어. 이번에는 서장도 곤란해하고 있더라."
"하지만, 이 상태에서 어떤 진전도 없으면 결국에는 서장의 의도대로 끝나겠지."
 
민시현:"서장님 빽 한번 쎄시네"
 
김순정:"걔 졸라 높은 정치인 아들이잖아. 사실, 능력도 꽤나 좋긴 해. 최소한, 어디가서 망하진 않은 새끼지."
"사실, 나는 얘가 그 자리에 어떻게 앉았냐. 같은 건 별로 관심없어. 문제는,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는거야."
"……그리고, 그 새끼도 당연히 이게 무리한 일이라는 걸 알텐데? 뭐라고 해야하나."
"억지로 움직이는 느낌이 좀 들어. 아오, 진짜."
 
민시현:"그쪽으로 좀 묘한게 있는데, 이건 좀 이따 말하고"
"아, 그리고 방금 좋은 생각 났는데"
"진짜 이리나 찾아서 알리바이 따고 정정보도 요청하면 서장 머리가 더 터지겠지?"
 
김순정:"그렇겠지. 근데, 문제는 이리나가 존재할까?"
 
민시현:"없으면 보라매 고교 교감이나 교장 꼬드겨야지"
"품평피해 오지구요"
 
김순정:"아냐아냐. 내 생각에는, 보라매고가 문제가 아닌 거 같아."
"예시로, 지금 이 앞에 있는 이름없는 소녀가 진짜 보라매고에 다니고 있었다면?"
 
민시현:"그럴수도 있고. 룰렛 돌려서 보라매고 찍은 건 아닐테니까?"
 
김순정:"그래. 사실, 이리나라는 이름이 중요한가. 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고뇌를 더 해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읏차. 하고서는, 김순정은 자연스럽게 맥주를 하나 더 깠다. 그리고서는, 민시현의 치킨을 하나 가져왔다.
 
민시현:"아~ 찢어놓은거 가져가기 치사하다"
젓가락을 물고 있던 탓에 치킨 사수에 실패하고 투덜거린다
 
김순정:"어휴, 귀여운 것. 이럴때만 투정이지."
 
민시현:"내가 좀 어른스럽지. 울 언니가 날 너무 잘알아"
 
김순정:"어휴~. 그래서 심심하면 예전에 사람 패고 다니셨구나~."
 
민시현:검지손가락을 뺨에 찍어보이곤, 새 치킨을 찍어와 찢어내면서 이야기를 되돌린다
"아 그렇게 싸우면서 커서 어른이 된거쥐"
"암튼 현장 얘기로 돌아가서 이상한 게 몇 개 있었는데"
 
김순정:"말해봐."
 
민시현:"옥상에 칼자국이랑 쇠파이프자국? 뭐 아무튼 날붙이랑 짱쇠 내리친 것 같은 자국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집 창고에서 안주인 칼 뽑아보니까 피범벅이더라구"
 
김순정:"안주인님은 임신중이었다며.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휘둘렀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민시현:"그럴수도 있고. 경찰은 루미뇰 반응 없다고 창고 건들지도 않더라"
 
김순정:"그렇겠지. 애초에, 그럴 현장도 아니었고."
"니 생각은?"
 
민시현:"일단 현장 다 까뒤집고 보는게 우리 경찰 스따일 아닌가?"
"그게 맞는거구"
"내 생각엔 음~ 유가족을 책임자라고 보내두니까"
"눈치보여서 안 깐 거 아닌가?"
"보낸 사람 속보이는듯"
아무래도 유가족 앞에서 관련 없어 보이는 곳까지 뒤집기 좀 그렇지
 
김순정:"그거야 그렇겠지. 내 말은, 그 칼에 묻은 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이야."
"누가 사용했을 꺼 같냐?"
 
민시현:"칼 주인?"
"아니면 내가 아직 모르는 이상한 이능력자?"
 
김순정:"그래서 말인데, 쟤."
손가락으로 이리나였던 소녀를 지목한다.
 
민시현:"우리 신입 보니까 막 기술머신 썼는지 따라하기 익혔.....응?"
 
김순정:"생각을 좀 해보면 애초에, 쟤가 그 옥상에서의 관련자가 아닐까?"
"지금 이 사건에서 쟤의 위치가 너무 이상해. 계획된 사건이라면 이렇게 짜여질 수가 없거든?"
"그렇다면, 어디선가에서 계획이 틀어졌다는 소리인데. 쟤밖에 없잖아."
 
민시현:"아마도? 얘가 사실은 민석영이다까지는 생각해봤는데"
"손석희도 저정도까진 못하겠다 싶어서 치웠어"
 
김순정:"민석영은 에비지. 그리고, 그 망할 뱃지."
"……하아, 시발. 그놈의 피카츄가 뭐라고. 무슨 사실 누르면 어디서 빛나서는 UFO라도 부르나?"
 
민시현:"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던데"
"안 그래도 우리 신입이 아는 거라면서 알아보러 가서"
 
김순정:"니들 신입도 그거 가지고 있어?"
 
민시현:"응. 학창시절 우정뱃지라던데?"
"근데 다녔다는 학교가 좀 장난아니더라"
 
김순정:"……우정? 이상하다. 그거 검색해도 인터넷에서는 찾을수가 없던데."
"너무 흔하게 생겨서 나오겠지 싶었걸랑. 근데, 전혀 나오지를 않더라."
 
민시현:"인터넷에 없는게 뭐 한두갠가"
"어쨌든 그 학교엔 어린 초능력자들만 있었대"
"뭐 성적 쩔면 스카웃도 하고 그랬다던데"
 
김순정:"어째, 구린내가 풀풀나는데. 사실, 그 뱃지를 처음에 서장한테 보여줬을때는 별 반응이 없었거든."
"근데, 어디서 몇 번 전화하고 오니까 개지랄이 나더라고."
 
민시현:신경질적으로 맥주를 들이킨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정말 중요한 건 인터넷에 없다
그래...자경단의 그 썩은물도 인터넷에선 찾아볼 수 없으니까
맥주캔을 내려놓고, 단말기를 엄지손가락으로 휙휙 굴려 뱃지 사진을 띄워 흔든다
"아, 그러고 보니 넌 이런거 못봤어?"
 
이리나:"아뇨. 저는……보지 못했어요."
고개를 젓는다. 아는바가 없는 표정이다.
 
민시현:"이런거하고"
잽싸게 찢은 치킨조각을 입에 가져가고는, 다른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채증봉투를 꺼낸다
스웨터 보풀인지, 양모인지 싶은 하얀 보풀이 들어 있을 테다
 
이리나:"……하얀색. 하얀…색?"
이리나는 한참동안 그걸 바라봤다.
"……어디선가, 봤는데."
그렇게, 이리나는 띄엄띄엄 말을 뱉어낸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인가? 하지만, 눈동자는 그 색깔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디선가에서 봤어요. 하지만, 기억이 안나요."
"제가 깨어난 직후는 아니에요. 저 색깔, 어디선가…"
 
민시현:"섬유공장이라도 언제 들러야겠네"
 
이리나:"……"
이리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얀색, 하얀색…의 옷? 그런 걸 입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는데."
 
민시현:단말기를 내려놓고, 김순정을 한번 돌아본다
 
이리나:"예쁜 웃음소리. 하얀색…그리고, 목소리………교실?"
"윽!"
이리나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두통을 호소하면서 고개를 내린다. 인상이 지나치게 구겨진다. 마치, 예쁜 도화지가 접히듯이.
 
민시현:채증봉투도 내려놓곤,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다
 
이리나:"학교, 학교에요."
"학교에……분명히, 있어요."
 
민시현:"학교? 학교라..."
단말기를 들어, 표성현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하얀 양모 보풀이 달린 옷이나, 웃음소리가 특별히 예쁜 사람 보면 좀 찔러봐]
[조건이 좀 이상한데 지금 나오는 게 그것밖에 없네]
 
[ - ]:표성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애초에, 문자를 봤다는 내역도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조금 있으면 보겠지.
 
민시현:나한테 왔으면 꿀밤 다섯대쯤 예약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단말기를 다시 내려둔다
"학교 간 애들한테 부탁은 했고..."
"그 뒤는 설명 쫑쳐도 돼지?"
"아. 그래 이상한 거 하나 더"
 
김순정:"에휴, 우리 시현이…어휘력 좀 키우라니까."
 
민시현:"피가 많아도 너무 많던데...아~ 고등학교가 증발했다고요~"
"아무튼 내탓아님"
 
김순정:"우리 시현이가 못 배웠구나…이 언니가 멍청한 시현이를 배려해주지 못해서 미아내..."
"푸하핫, 뭐, 피라. 엉, 어디서 가져온거겠지."
 
민시현:"괜찮아. 언니의 지갑은 배려해주니까"
"싸랑해"
 
김순정:"망할년이."
때려버린다. 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김순정은 장난스럽게 위협을 가했다.
"여튼, 가져왔겠지. 출처라도 알아봐달라고?"
 
민시현:"너무 조금 가져오긴 했는데"
"국과수에 어련히 넘어가겠거니~ 싶어서"
"좀 많이 삥땅칠걸 그랬네"
(라고 운명점 서술권을 쓰겠습니다)
 
김순정:(예. 쓰세여.)
 
민시현:(서술은 없었지만 조금은 챙겼다!)
 
김순정:"챙겼다고? 잘도 챙겼네. 그렇다면, 얼마나 챙겨왔는데? 애초에, 그거 지금 너희들은 분석도 못하잖아?"
 
민시현:"그치~ 하도 많길래 뭐 혹시나 싶어서?"
채 다 긁어내지 못한 살점 파편이 든 채증봉투를 하나 꺼낸다
 
김순정:이리나는 눈을 감았다. 이 이상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민시현:"우리 싸나이 언니, 두개만 슬쩍했으니까 봐줄거죠"
"이렇게 자진신고까지 하는데~"
 
김순정:"엉?"
"대신에 나중에 비싼 거 한턱 쏘면 생각해봄."
"우리 불쌍한 후배가 언니를 위해서 음식을 사주겠다는 정썽을 보여주면 못할것도 없징~."
 
민시현:"아. 그냥 빵 가서 공범이라고 배 째는걸로"
 
김순정:"이 시발!"
"다 뜯어먹어라! 다 뜯어먹어!"
 
민시현:"네! 감사히 뜯어먹겠습니다!"
잽싸게 경례하곤, 치킨과 맥주를 탐닉하기 시작한다
 
김순정:"어휴, 진짜..."
"그래서, 저 얘는 내가 데려가라고? 관악서말고 다른 경찰서로 인도하면 돼?"
 
민시현:"언니 아는 사람 있으면? 뭐 나보다 잘 알잖아. 어떻게 하면 될지 지시만 줘요"
 
김순정:"뭘 알아. 나보다 잘하면서~. 에휴."
 
민시현:"에이, 난 뺀질거리면서 빠져나가는 것만 잘 하는 거 알면서~"
"일단 생각해둔건 뭐...언니 잘 아는 사람한테"
"대충 절도미수로 넘겨두는 거 생각했는데"
 
김순정:"가출청소년으로 뻥치고 내가 넘길께. 절도미수보다는 그편이 낫겠다."
"기간은 길수록 편하잖아? 그치?"
"아니면, 이대로 우리 집에 박아두던가. 우리 집이 쫌 넓긴 하걸랑."
 
민시현:"그건 그렇지. 네 생각은 어때?"
촉법소년에서 가출청소년, 신원미상으로 몇 초마다 신원이 바뀌고 있는
가칭 이리나에게 묻는다
 
이리나:"───형사님의 집쪽이 좋지 않을까요? 일단은, 제 생각은 그래요."
 
민시현:"소년과는 무섭대"
"근데 괜찮아? 얘 일단은 물린 자국 있는데"
"진짜 물린건진 모르지만"
 
김순정:"가지가지한다. 물렸다고?"
"그러면 애초에 소년과로 넘겨도 안되겠네. 애초에, 물렸으면 지금 너───."
다소,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민시현을 바라본다. 이건, 그러면 달라지는 이야기다. 라고.
 
민시현:"아니 전화로 얘기 했잖아요. 뭐 의사 보인 것도 아니고 그냥 얘가 물렸다니까 일단 그런걸로 치는거고"
"언니 좀 볼줄 알던가?"
 
김순정:"──대충은."
 
민시현:"한번 보여줄래?"
치킨을 우물거리면서 대수롭잖게 묻는다
 
[ - ]:이리나는 정말로 괜찮은가? 하고서는 잠시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물린 자국은 여전했다.
선명하게, 하얀 피부의 위에 남아있다.
김순정은 그 광경을 보고서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물린 자국을 보고서는 살펴보기 시작한다.
 
민시현:역시 한번 살펴본다.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없긴 마찬가지였으니까
진짜 흡혈귀에 물린 흉터인가?
 
[ - ]:──물린 흉터는 확실하다. 선명하게, 나있는 이빨의 자국은 재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김순정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서는, 흉터를 만지고서는, 말했다.
 
김순정:"칼, 가진 거 있냐?"
"상처 좀 찣어야겠다. 물린 건 맞네."
 
민시현:"달궈서?"
 
김순정:"아냐. 작은거라도 충분해. 흉터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
"이대로라면, 얼마안가서 인간성을 잃어. 그럴바에는, 일단은 억제를 좀 해놔야지."
 
민시현:신입이 맡기고 간 컴뱃나이프를 꺼내 넘겨준다. 쿠크리보다야 그게 훨씬 낫겠지
"여기. 뭐 물고 있을거 없나?"
 
김순정:가볍게 받고서는, 나이프를 한 번 휘둘러본다. 그리고서는, 수술대의 메스를 다루듯이 움직인다.
 
민시현: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쿠션을 가져와 물라는 듯 입에 들이댄다
 
김순정:"──있으면 좋고. 깊게는 안팔꺼야. `내 능력`이 통하는 범위까지만 있으면 되니까."
"조금 아플꺼다. 주사보다는 많이. 알겠지?"
 
이리나:이리나는 그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서는, 쿠션을 가져와서 입에 문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 - ]:그리고, 망설임없이 칼날은 흉터를 파고든다. 확실히, 깊게는 파고들지 않았다. 하지만, 칼날에서 핏방울이 흐른다.
그리고서는, 김순정은 망설이지 않고서 손을 뻗었다. 나이프를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상처를 만지고서는 누른다.
─────치직. 그런, 노이즈가 들린 거 같다. 마치, 고장난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같다.
그런 생각이 들때쯤, 순식간에 이리나의 상처가 검게 물들어간다. 정확하게는, 흉터를 포함한 목덜미의 주변이.
초능력자, 소프라면 감지할 수 밖에 없는 초상입자의 변동과 소비를 당신도 눈치챌 수 있었다.
출혈이 멎고, 상처가 멈춘다. 하지만, 검은 멍과 같은 멍은 흉터의 위에 그대로 존재했다.
 
김순정:"──재생도 졸라 빠르네. 얼마나 갈려나."
 
민시현:반대편 팔을 잡고 있다가 덧붙인다
"변하면 내가 태워주기로 했어"
 
김순정:"방해(妨害)로 막아놨어. 최소한의 진행정도는 억제할 수 있을껄. 이건, 그런 능력이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결국에 변해."
"내 능력은 어떤 기계나 생명을 교란시킬수는 있어도 멈출수는 없어."
"그 때는 니가 와야겠다. 얘가 변하면, 일이 좀 심하게 잘못되겠어."
 
이리나:"아, 윽……! 아, 아…!"
 
민시현:"하. 맨날 가장 손해보는 일만 떠맡네. 그래야지 뭐"
팔을 붙잡고 등을 몇 차례 쓸어준다
 
이리나:이리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쿠션을 물고있는 상황에서, 마치 타오르는 고통이 어깨를 달구는 거 같다고 느끼는걸까.
이윽고, 몸을 몇 번이나 떨었다가, 겨우 멈췄다.
 
민시현:"얘가 그렇게 부탁했으니까"
 
김순정:"너도 알다싶이, 흡혈귀는 치료약이 없어. 언젠가는 태워야해. 아니라면, 그렇게 사회에서 살아가던가."
"태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만."
 
민시현:"잘 안다니까요~ 내가 흡혈귀 조기교육을 얼마나 빡세게 받았는데"
"너무 빡세게 받아서 정심 나가서 먹을 뻔했다니까?"
 
김순정:"푸하핫! 너 정작 졸았잖아. 구라도 잘 치네."
 
민시현:"아닌데, 진짠데"
 
김순정:"뭐래~. 그러면, 먼저 가봐. 여긴 내가 얘 챙기고 데려갈께. 언니 믿지?"
 
민시현:애써 장난조로 투덜거리면서, 손을 내민다
"언니 뭐 날붙이 필요해요? 그럼 내 거 가져가고. 그거 우리 신입 거라"
 
김순정:"나는 권총이 있는데 뭐하러. 그리고, 칼이라면 비슷한 게 집에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민시현한테 다시 날붙이를 돌려줬다.
 
민시현:컴뱃나이프를 갈무리하며 덧붙인다
"면회는 내일로 잡아뒀고..."
"목소리 듣고 싶으면 이 언니한테 전화해 달라 그래"
"난 약속 지키러 간다"
 
김순정:"엉. 가봐."
순정이는 당신한테 손을 흔들어주면서, 이리나의 등을 쓸었다. 그리고서는, 남은 맥주캔을 흔들었다. 에휴. 없구만.
 
민시현: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고는, 남은 치킨 박스 하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신의 너무나도 격렬했던 흡혈귀 조기교육. 그 오래 된 기억을 흘려버리며 차로 돌아간다
"맥주 한 캔 했으니 뒷길만 골라서 가야겠구나~"
 
[ - ]:저녁노을이 사라져간다. 이제는, 밤의 시간이다.
당신은, 이제 어디로 가기로 마음먹었을까?
 
민시현:시동을 걸면서, 단말기를 꺼낸다
철진명. 그를 지금 만날 수 있을까?
 
[ - ]:물론이다. 당신은, 그 특이한 남자를 떠올렸다. 다소, 키가 작고. 언제나 기침을 달고살았지만, 일은 착실히 하는 그 사람을.
술이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페달은 멀쩡하게 밟힌다. 눈에도, 운전에도 지장은 없다.
 
민시현:핸들을 잡기 전에, 그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그는 어떤 사람이더라
 
[ - ]:……듣기로는, 고지식한 성격이라던가. 그렇지만, 그렇다고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자신은, 그저 해야할 일을 하고, 그렇게 사라져가는 사람.
그런 태도를 언제나 유지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에서 부자연스러움은 없었다.
듣기로는, 어린 나이에는 절에서 살았다던가.
그렇지만, 절이 모종의 사고로 타버리고 난 뒤에는 사회에 내려와서 생활했다. 라는 정도만 알고있겠지.
 
민시현:나이는 어느정도일까
 
[ - ]:26살.
 
민시현: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뇌리에서 그의 인상을 떠올렸다가, 단말기의 통화 발신음과 함께 지워버린다
 
철진명 :"네. 여보세요."
 
민시현:"아 진명씨.민시현인데요"
"일 때문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괜찮으면 시간 좀"
 
철진명 :"아, 네. 괜찮습니다. 마침, 저도 마지막 사무소에 들린 참이라서."
"제가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민시현:"그럼 좋고. 야식도 챙겨놨으니까 사무소에서 봅시다~"
 
철진명 :"네. 그러면 사무소에서."
 
[ -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민시현:단말기를 안주머니에 갈무리해두면서, 컴뱃나이프를 꺼낸다
창문을 내리고, 그 칼날을 가볍게 엄지손가락으로 훑는다
손가락을 따라 칼날에 후끈한 열기가 내달리겠지
"아 이거, 역시 냉기도 나와야 해먹는다니까"
소독을 마친 나이프를 흔들면서 음악을 튼다
"칼춤에 꽃놀이 도화전에~"
 
민시현:"노랫가락 시리게 흥겨운데~"
흥얼거리며 검지로 핸들을 두드리다, 적당히 열기가 식은 칼날을 조수석 시트에 던져두곤
핸들을 잡는다
천중의 이름 없는 새가 왜 구슬프게 울긴
웃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 거지
흥겨우면서도 울적한 가락과 함께, 사무소로 돌아간다
 
────────────────────
 
[ - ]:당신은 전화기를 놓았다. 역시나, 받지 않았다. 담임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이걸로, 믿을 수 있는 어른이 한 명이 다시 사라졌다.
하늘의 노을이 점점 그늘을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이제는 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화기는 끝까지 그대로였다.
 
이견우:"아하하...." 너털 웃음을 흘린다. 대체, 이게 무슨일이람.
처음 '반복'을 눈치챘던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사실, 그것조차 이제는 믿을 수 없지만.
행복해야 웃는가? 웃어서 행복한가? 라는 내용이 떠오른다. 웃음소리를 내자 조금 마음이 가라앉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겠지.
"...좋아. 그럼."
일단, 일기를 재차 확인해본다.
이것에 기록된 처음...은 언제였을까?
 
[ - ]:───당신의 진짜 일기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개월. 그 공백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견우:그러면...일기는 고등학교 졸업 후 3개월. 그때부터 써져있는거고.
그 전의 내용은 존재하지않는건가.
 
[ - ]:그래. 비어있다. 당신이 채워져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거짓이라는 의미였다.
 
이견우:돌아버리겠군.
그렇지만, 일단 담임 외에도 물어볼 구석이 하나 더 있긴했다.
과거부터 시작한 인연이지만, 최근에도 연락하는 어른.
희망 보육원의 원장님이라 해도 좋고.
잠시 그 사람에 대해 떠올려봤을것이다.
 
[ - ]:이름은 백성의. 두터운 손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자세한 경력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당신들의 상대로는 언제나 따스했다는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은 분명히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두터운 등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터다.
 
이견우:혼란스러웠던 시기에도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였다. 그 분이 있었기에 나름 모범시민...사실 이건 모르겠군. 의지가 되는 분이란건 확실하다.
성격은 어떠했을까?
대체로 우리에게 따스하긴했지만, 그래도 알음알음 듣거다 본것이 있긴야했겠지.
*언제나
 
[ - ]:서툴렀다. 언제나 곰과 같았다. 하지만, 그런 서투름에서는 어린 나이에 믿을 수 있는 듬직함이 있었다. 실제로, 어떻게든 당신을 이렇게 키워냈던게 증거겠지.
 
이견우:──그렇군. 부디, 이것조차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일이 아니여야할텐데.
그에게 전화를 걸었겠다.
 
[ - ]:원장님은 전화를 받았다.
 
백성의:"여보세요."
 
이견우:"아! 여보세요. 원장님. 저 견웁니다. 이견우." 드디어 누군가 전화를 받긴했군. 기대감과 함께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백성의:"그래. 견우구나. 잘 지냈니?"
그렇게 말하는 저음의 목소리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진짜였던 모양이다.
 
이견우:"물론이죠─ 라고 하고싶지만. 좀 힘들거같네요. 혹시 통화 좀 가능하십니까?"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잠시 침을 삼키고 말한다.
 
백성의:"음, 그래. 말해보렴."
무뚝뚝한 성격도 여전했다. 이 사람은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말주변이 너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지.
 
이견우:하지만, 늘 좋은 청취자였을것이다.
"아, 보자. 혹시 저희가 설정했던 안전장치 기억하시나요?"
"일기말입니다."
 
백성의:"──그래. 기억하고 있단다. 나는 아직도 그 유용성을 믿기는 어렵다만."
"너는 종종 그 일기에 의지하고는 했었지."
 
이견우:"아무래도 구구절절 세세하게 다 적는 비밀 일기잖습니까. 저같은 놈한텐 특효약일것같았죠. 근데..."
"그게, 오늘 확인을 해봤더니 옛날 기록이 싹 없더군요."
 
백성의:"어, 그랬니."
 
이견우:"예. 그래서 몇가지 좀 물어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지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혹시 제가 무너져내렸다가 다시 덮어쓰기라도 했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
 
백성의:"보육원에 있는 동안에는 너는 평범했다고 생각한다만."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게 뭐니?"
 
이견우:"옙. 그 뭐야..."
"제 기억상으로는 분명 학교. 그러니까, 일종의 특수학교를 보육원에 다니면서 다녔었는데..."
"제가 다닌게 맞긴합니까?"
 
백성의:"……혹시, 견우야. 너는 보육원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있었다고 생각하니?"
 
이견우:"13살...그러니까 흑야가 좀 지나서부터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백성의:"……음, 맞단다. 정확하게, 너가 중학교쯤이 되는 나이부터 너는 보육원을 나왔어."
 
이견우:"예?"
"그럼. 잠깐."
"잠깐...보자. 정확히 몇살부터입니까?"
 
백성의:"14살부터."
 
이견우:"....저는 19살에 학교 졸업하고 법적인 기간도 차고해서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만."
 
백성의:"……으음, 생각보다 상황이 안좋구나."
"너는, 그 당시에 기숙사에 배정된 학교에 신청해서 보육원에서 나왔어."
"물론, 내가 지원을 해주고 있었지만. 너는 그 이후에 찾아온 적이 거의 없었고."
 
이견우:"허. 하. 잠시..."
"좀 적어놓겠습니다."
 
백성의:"그래. 그러렴."
 
이견우:백성의와의 내용을 오늘 내내 적던 메모장에 추가로 적는다.
그리고 이래저래 전화를 하면서 목이 타 옆에 둔 복숭아 아이스티 한 캔을 다 들이키겠군.
좆된거같은데...아니, 그러니까. 내 생각이상으로 말이다.
"후. 원장님."
"혹시 그 학교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어디 붙어있다던가."
 
백성의:"……그게 말이다."
"너를 데려간 사람들은 나라의 사람들이었어. 나는 그 광경을 기억하고 있단다."
"그 당시에는, 너도 알다싶이…나라가 혼란스럽고, 범죄가 많았잖니."
"나는, 너가 차라리 그쪽에서 보호를 해주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보냈어. 국가에서 보낸 건 확인을 했었거든."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나도 모른다. 미안하다."
 
이견우:"아, 아니죠. 미안하실 일이 뭐 있겠습니까."
"하, 흠. 뭐라고 하시면서 데려갔는지는 기억하세요?"
 
백성의:"……너는 자질이 있다고 하더구나. 그렇기에, 데려가서 자신들이 교육을 하고 싶다."
"그런식으로 그 사람들은 말했었어."
 
이견우:"쓰으..."
"무슨 부처였는지는...아니, 의미없으려나.."
 
백성의:"……글쎄다. 나는 당시에 정신이 너무 없었어.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왔다는 건 알 수 있었단다."
"어떠한 목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는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단다."
 
이견우:"저처럼 데려간 애들은 혹시 더 있습니까?"
"뭐, 나중이나. 그때쯔음이나..."
 
백성의:"……아니, 없었단다. 너뿐이었어."
 
이견우:과연. 그러면 휴대폰에 좀 더 적겠군.
"혹시 그렇게 제가 간 후에, 제가 찾아왔다거나. 연락했던적은 있습니까?"
"거의 없다고 하신거보니까. 있긴 있던 모양인데."
 
백성의:"……세 번, 있었단다."
"그 때에 대해서는……글쎄.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고 해야할까."
"그래.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고민은 없어보였지."
 
이견우:"어쩌다가 찾아오거나 연락했는지는 기억나시나요?"
 
백성의:"너는 그걸 휴가라고 했었단다. 나는, 방학쯤으로 생각했었지."
 
이견우:"휴가."
휴가라.
"그때와 비교하면 또 달라진 시점이 있었을것같은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백성의:"……마지막에 너는, 나를 보지 않겠다고 했었어."
"여기도, 마지막이라고 했었지."
 
이견우:"에? 제가 말입니까?"
"흠."
 
백성의:"그래."
 
이견우:"그게 언제쯤이죠? 사실, 이...일기가 맞다면. 19살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 후에 종종 생존신고겸 원장님 잘 지내시나 연락 정도는 드렸을텐데."
 
백성의:"19살. 1월 1일."
"첫해의 첫날이라서 기억하고 있었지."
 
이견우:"그 후에는 혹시 제가 연락을 정말 안했습니까?"
 
백성의:"……그래. 20살이 되서 성인이 된 이후에, 너가 다시 이렇게 연락을 하고 있지만."
"그때까지는 연락을 하지 않았어."
 
이견우:"이건 뭐, 질풍노도의 사춘기라고 딴 사람이 된것도 아니고..."
"혹시 그 1월 1일 상황을 좀 더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백성의:"갑자기 찾아와서는, 나에게 인사를 건냈지.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은 보지도 않았어."
"그리고, 나를 향해서 작별인사를 던졌단다. 그거뿐이야."
 
이견우:"제 기억상 제가 보육원에서 친구가 좀 있긴했을텐데..."
"혹시 그것도 없었습니까?"
 
백성의:"…너는 중학교 시절에 들어간 이후에 모든 연락이 끊겼단다."
"너가 찾아온 세 번을 제외하면 여기의 누구도 연락을 할 수 없었어."
 
이견우:"과연..."
그러면 당혹스러운 심정을 뒤로하고 내 과거에 대해 좀 더 물어볼 지점이 있나 생각해본다.
'반복' 에 관한것?
과거가 날라간걸 보면 그걸 그에게 말했던지도 모르겠군.
고찰 판정 가능 ㅎㅎ?; 뭔가 놓친게 있을지도 몰라...)
 
백성의:(아니요. 그렇다면, 끝입니다.)
 
이견우:"그러면...마지막으로, 혹시 제가 '반복'에 대해서는 말했는지?"
 
백성의:"……아니, 너는 그거에 대해서 말한 적 없어."
"……슬슬 끊어야겠구나. 손님이 왔으니."
 
이견우:목소리는...진실을 말하는것 같았나?
 
백성의:건너편에서는 백성의가 일어서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서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게 들린다.
그래. 그는 거짓을 말할 사람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진실을 숨길 사람도 아니었고.
 
이견우:그래.
"옙.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됐어요."
 
백성의:건너편에서 큰 소음이 들렸다.
 
이견우:"응?"
 
백성의:그래.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였다.
"……아, 견우야. 그래. 다음에 보자."
 
이견우:"무슨일 있습니까?"
 
백성의:그리고, 다시 나무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이견우:"뭐지?"
부서지는 소리라니.
....신경쓰이는군. 하지만, 아무래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더미였다.
그래도 일단, 믿을만한 사람이 한 명 있긴 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통화였군.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에 내용을 조금 더 적었을것이다.
그 미심쩍은 능력의 존재여부는 더더욱 불투명해졌고.
 
이견우:깊은 한숨을 내쉬다가.
천태희에게 전화를 걸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얘 뿐이였으니까.
 
[ - ]:전화가 끊겼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거절이다.
 
이견우:문자를 보내본다.
[얘기 좀 어떻게 못하겠냐? 우정 피카츄 배지 나눔때문에 그래.] 마지막에는 배지에 적힌 졸업 년도도 적어서 보냈겠군.
 
천태희:싫어. 찾아온다면, 각오해.
그런 문자가 송신됐다.
 
이견우:"좀 쏀데."
일단, 동창...이랄까
뭔지 모를곳에서 인연이 있던건 맞는거같군.
친한 해결사들은 제대로 있던게 맞았을까
내가?
연락처가 개판이라 이것도 애매한데.
 
[ - ]:글쎄. 무엇을 장담할 수 있겠나?
최소한, 당신의 일기가 지표가 되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겠지.
당신은 이리나가 떠올랐다.
다를 게 없군.
 
이견우:맞는말이다.
그러면 일단 나는 이견우라고 생각을 하고. 일기를 뒤적이며 친한 해결사들에 대한 내용을 떠올려봤겠군.
부담없이 연락할 정도는 뭐, 한 둘은 있었는데...
 
[ - ]:결국에는, 남은 건 옛사무소와 관련된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손을 멈춘다. 이대로 연락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 사무소에 다시 손을 빌리는 꼴이 된다.
 
이견우:"하, 씨. 가오떨어지게." 일단. 기억만 해두자. 뭐, 내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떠올려둘 필요는 있으니까.
 
[ - ]:결국에는, 당신은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해도, 선택지는 제한되어 있다.
인간이라는 글자는 인간관의 관계를 나타낸다. 하지만, 그 관계가 봉쇄당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은 한숨을 깊게 뱉어냈다.
 
이견우: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봐야겠지.
난새 협회로 가보기로 했을것이다.
그녀는 각오하라고 했지만, 선택지는 제한되있었고.
이리나처럼, 뭐가 뭔지 모를 상황인건 불안했다.
내심, 여기까지 몰려서야 이리나의 심정이 조금 더 와닿았겠지.
난새협회는 이 근처에서 얼마나 멀었을까?
 
[ -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당신이 찾아가기를 마음에 먹었느냐. 아니냐. 라는 점이겠지.
과정은 생략해도 좋다. 결국에는, 당신은 과거에 의지하지 않고. 현재와 상담하지 않고. 알 수 없는 동창을 보러갔나?
 
이견우:현재와 상담한다 한들, 누가 더 있나?
 
[ - ]:글쎄. 모르지.
하지만, 당신의 이상성에 대해서 동료들과 다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견우:과거는 모르게되버렸고...
동료들이라 함은?
 
[ - ]:지금의 당신이 머물고 있는 곳을 잊은건가?
 
이견우:네오 에티카말이군.
...글쎼다. 한번 상상해본다. 이러한 이상성을 말했을때 오늘 막 본, 절반합격 신입을 제대로 도와주기나할까?
 
[ - ]:────그 사무소의 사람들은, 소장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이견우:소속원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장은...그래. 확실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어나서는 안될 일에 분노하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사람이였던것같으니까.
잠시 벤치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봤을것이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가결 합격이면 아무래도 좋지않나?
안되면말고 되면 좋고로 말이야 꺼내볼 수 있겠지.
어차피 미친놈에 또라이인줄 아는 모양이고. 틀린말도 아닌것같지만.
 
[ - ]:글쎄. 선택의 당신의 몫이다. 이건, 내가 뭐라고 할 내용이 아니군.
당신은, 이 앞에 결국에 어떻게 하기로 했나?
 
이견우:좋아. 흠, 직원...들은 아직 사무소에 있었을까.
일단은 그 두사람은 보라매 고에가서 알아내보기로 했을텐데.
 
[ - ]:그럴리가 없지. 당신은, 아마도 대기를 해야할터다. 아니면, 다른 걸 알아보던가.
전부, 자신들의 일을 하러 나갔을테니.
아니라면, 옛 사무소에 의지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각오는 해야할터다. 그게, 어떤 각오가 되더라도 저렇게까지 엄포를 놓는 태희를 만나는 것보다는 덜하겠지만.
───그것도 마음에 안 내키면, 선택지는 하나뿐이지.
 
이견우:지금 시각은?
 
[ - ]:16:55
 
이견우:한시간 정도 저녁이나 미리 먹으면서 네오 에티카의 사람들을 기다려보자.
그 사이에 올련지는 모르겠지만.
 
[ - ]:(그 선택을 고르면, 오늘은 여기서 끝.)
 
이견우:머라)
시간대 순서상 문제인가)
 
[ - ]:(왜냐면, 사무소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건 필연적으로 시현이라서.)
 
이견우:아. 그렇군)
그럼 저 부분은 취소.
난새 협회....로 가자!
 
[ - ]:───결국, 그렇게 됐군.
──────────────────────
 
 
[ - ]:10분만 쉬고 재개.
 
이견우:
할 수 있다 나
간바레
30분이다
 
[ - ]:그래.
시작할까.
 
이견우:그러죠
 
───────────────────
 
[ - ]:협회를 방문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대략적인 시간의 감각으로는 한 시간도 안 걸렸다. 그리고, 태희의 사무실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난새협회에서도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으니까.
안내원은 처음에는 곤란하다는 표정이었을터다. 하지만, 이윽고, 태희에게서는 허가가 떨어졌다.
즉, 당신의 출입을 허가한 셈이다. 그렇기에, 당신은 상당한 고층에 속해있는 그녀의 사무실의 문앞에서 서있었다.
앞에 보이는 문을 열게된다면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당신은 하고 있었을터다.
 
이견우:이거 좀 후달리는군. 칼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나. 라는 생각도 들었겠지.
그렇지만, 문을 열 생각이 없었다면 애초에 안왔을것이다.
 
[ - ]:당신은, 장비를 챙겼나? 아니면, 챙기지 않았나. 어느쪽인가?
 
이견우:챙기지 않았다. 나는 한바탕 싸우러 온게 아니니까. 라는 의미가 좀 있었겠지.
알아줄지는 모르겠군.
그리고 방에서의 그 난동도 여전히 찜찜했기에. 무기를 들기에는 꺼려졌다.
똑똑 문을 두드린다.
 
천태희:"엉망이구나. 정말."
"경고는 더하지 않아. 좋을대로 해."
문의 안쪽에서는 그런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는 칼날과 같았다. 하지만, 표현하는 말에서는 최후의 최후까지 따스한 경고를 가지고 있었다.
 
이견우:"...그렇게 경고할거라면 그냥 얘기 좀 해줘도 괜찮지않나?" 중얼거리면서 문을 열겠군.
 
[ - ]:사무실은 깔끔했다. 저녁노을의 창에서 들어와서 깔끔하고 세련된 구조를 가진 사무실을 비춘다. 창가는 아름답다. 그리고, 당신의 눈을 이끄는 광경은 자리에 앉아있는 소녀였다.
그녀의 고운 손가락은 책을 넘기고 있었다. 머리칼은 고운 갈색의 머리였다. 생기가 넘치면서도 정돈된 머리는 거울과 같이 노을의 빛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새삼스레 남자라면 두근거리게 만들게하는 요소가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는 눈을 돌렸다.
 
천태희:"───경고에, 경고를 해도 듣지 않는구나."
 
이견우:손을 흔든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경고한다는건 무언가 알고있다는 뜻 아니겠어."
"일단, 안녕. 태희야. 실제로 동창인지는 모르겠지만."
 
천태희:"──안타깝게도, 너와 나는 비슷한 처지야. 동창이라는 표현은 꽤나 정확해."
그녀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서는, 시선을 돌려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의 밤거미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 밤의 장막도 펼쳐지지 않았지. 운이 좋게도, 영웅도 나타나지 않았어."
"영웅이 돌아오기 전에 돌아가."
 
이견우:"너무 어려운 말인데. 영웅은 뭐고?"
 
천태희:"글쎄. 수호자라고 해둘까."
"기사님이라는 표현도 어울릴지는 모르겠네. 여튼,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돼."
"──이래도, 안 돌아갈꺼야?"
 
이견우:"──이유가 납득이 간다면."
그렇게 말하면서 피카츄 배지를 꺼내 흔들어보인다.
 
천태희:"이유는 말했잖아. 그리고, 나는 그거에 대해서 말할 생각이 없어."
"말할수도 없고."
 
이견우:"이게 그렇게 숨길 일...말할 수 없다고?"
 
천태희:"하아──."
"──내가 너한테 말할 수 있는 건 두개뿐이야. 지금은."
"여기서 돌아가라. 혹은, 그 이상의 선을 넘으면 안된다."
"아니면, 나를 설득할 수 있어?"
 
이견우:"설득이라."
"나는 솔직히, 네가 뭐하는 녀석인지 잘 모르겠어. 기억을 믿을수가 없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이 대화를 돌이켜본다.
문을 열고나서도 그녀는 계속 경고를 해왔지.
그것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그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다. 그런 느낌이였을까?
 
천태희:눈치와 기반한 판정으로 난이도 6.
 
이견우:
rolling 4df+3
(
0
0
+
0
)
+3
 
=
4
흠.
운명점을 써보자.
[본심을 숨기는 웃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견우라면, 저 차갑게 얼어붙는 목소리 뒤에 담긴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또한 쾌할한 어조뒤에 많은것을 숨기고는 하니까.
인정된다면 +2.
 
천태희:인정.
 
이견우:(아 이거 특기 들어가나?)
특기 들어가면+1..더)
 
[ - ]:───네. 인정할께요.
결과값은 7. 성공입니다.
 
이견우:진행.
 
[ - ]:───견우는 대화를 통해서 깨달았다. 이건, 정말로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한 경고다. 상대방의 의도는 단순하다. 너는 나와 여기서 더 이상의 대화를 하면 안된다.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그런 수준으로 통할 게 아닌 다른 무언가를 그녀는 신경쓰고 있다.
어떠한 의도인가. 불명확하다. 하지만, 그 말에는 당신을 향한 배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견우:그렇군.
그래서는 안된다라...
무슨, 빅브라더에 감시받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지만 마주보고 대화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같네."
배려. 배려라.
"난 아마 이걸 계속 파볼거같은데, 혹시 말할 생각이 생기고, 말할 수 있으면 나중에 연락이나 주던지."
 
이견우:대체 뭐가뭔지 모르겠어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기나 했겠군.
 
천태희:그녀는 그말에 자신의 입술을 물었다. 입술에서는, 피가 나왔다.
"──태평하구나. 나중에 연락해?"
"너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게 누구의 덕분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짜증나."
"……그리고, 가장 혐오스러운 건 이꼴이 되버린 내 자신이야."
"……사라져. 너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잖아?"
그녀의 입술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원망과 증오가 담겨있었다.
 
이견우:그 핏방울을 빤히 보다가, 살짝 뒤로 물러나면서 뇌리에 떠오른것을 말하겠군.
"──내가 혹시 너랑 같은 곳에 있던 시절에 여자애를 죽여서 그런거냐?" 의혹이 가득한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천태희:"……하, 완벽하진 않았나보네."
"글쎄.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너는 존재하면 안됐어."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고."
 
이견우:이건...좀 당혹스러운데.
갑자기 존재 자체를 하면 안됐다니.
"대체 내가 무슨 개지랄을 하고 다닌거지..?"
"아무튼, 고맙다. 뭘 듣긴했네."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닫으려했겠군.
 
천태희:"잠깐."
 
이견우:"?"
 
천태희:"───반복은 그만해. 그건, 너의 좋을대로 쓸 수 있는 힘이 아니야."
 
이견우:그대로 멈춰서 천태희에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겠군.
확신이 담겨있었나?
 
천태희:당연했다.
그녀는, 당연하게도 담담하게 고했다.
 
이견우:"내가 말했어?"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조금 날카로운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천태희:그녀는 당신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입을 열기 위해서는 사교로 난이도 4. 아니라면,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견우:...사교로 한 번 해보자. 그 전에, 기회만들기를 한 번 해볼 수 있을까? 그녀는 대화를 나눠서는 안된다지만,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입을 열었으니까.
어떤 부분인지 한 번 알아챌 수 있었을까.
 
천태희:──기회만들기로 하려는 것은? 사용하는 기능은?
 
이견우:눈치, 정확하게는 인간관찰로. 그녀가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인 주제에 대한 특징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안된다면 패스.
 
[ - ]:이번에는 불가.
 
이견우:그러면 속임수...에 연동되서, 사교는 2로 판정
rolling 4df+2
(
0
0
-
0
)
+2
 
=
1
 
[ - ]:실패.
 
이견우:실패...로 진행
 
[ - ]:───그녀는 당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서는 뱉었다.
 
천태희:"……말해주지 않아. 아니면, 예전처럼 힘으로 해볼 생각이야?"
 
이견우:"...내가 힘으로 해본적이 있었나봐?"
 
천태희:"그래. 있었지."
 
이견우:"뭔진 모르겠지만. 됐다. 네가 나름 배려를 하고 있는것도 알겠고. 애당초."
"대화를 하러 온거니까."
 
천태희:"…그렇구나."
 
이견우:"그래. 무기도 없어."
"시간 뻇어서 미안하고, 반복은...글쎄다."
"생각 좀 해보고."
"대체로 상황이 곱창나서 했거든 나는."
 
천태희:"……됐어. 싸우지 않을거라면. 가버려. 어차피, 너는 뭐라고해도 안 들었잖아."
 
이견우:"나 처럼 오픈마인드가 어딨다고." 너스레를 흘리면서 문을 닫겠군.
그제서야 작게 중얼 거렸을것이다.
"이런 씨발..."
반복도 알고있고.
여자애를 죽인것도 맞고.
내가 누구때문에 여기 서 있을 수 있었다고?
 
이견우:어지럽다. 어지러운 얘기들이였다.
 
[ - ]:───당신은 문을 열었다. 문앞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당신은, 처음보는 그 사람. 하지만, 어디선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이견우:누구지?
유심히 생김새를 살폈을것이다.
(돌아가는 중에 본건가)
 
[ - ]:남자는 당신이 나오자 당신을 봤다. 태희의 방문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당신을 보고서는 남자는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여의주:"태희는?"
 
이견우:....
들었나?
살짝 식은 땀을 흘렸을지도 모르겠군.
 
여의주:"죽였어?"
 
이견우:"아니요?! 무슨 소리신지 갑자기;"
"저희 어디서 봤습니까?"
 
여의주:"──그렇구나. 여기에는 무슨 볼일로?"
 
이견우:"동창 찾기 모험 중이라서 들렸습니다만."
"제 용무는 끝났으니 일 있으시면..."
그렇게 말하며 슬쩍 방문을 비켜주겠군.
 
여의주:"그렇구나. 그녀석에 대해서구나."
"사건은 놔둬도 알아서 해결돼. 문제아였으니까."
 
이견우:"그 녀석...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아니, 왠지 문맥상 알거같지만.
이 사람은 누군데 그런 소리를 하나?
 
여의주:그 말에 남자는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서는, 잠시간의 침묵을 유지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그랬었지."
"그러면, 한가지만 대답해줄래?"
 
이견우:"그쪽도 대답해주면 생각해보죠."
기이한 사람이로군.
 
여의주:"뱃지는 여전히 잘 가지고 있어?"
 
이견우:"이름이 뭡니까?"
 
여의주:"여의주."
"너에게 그걸 준 사람이야."
 
이견우:...사람 이름이 어떻게 여의주지?
혹시, 연락처중에 있던 이름이였을까.
번호는 다 같은 사람이긴했지만.
 
[ - ]:없었다.
 
이견우:"...혹시 우리 동창이니?"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배지를 보여줬겠군.
 
여의주:"비슷해."
"태희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하지만, 너가 무사히 나왔다는 이야기는, 태희는 결국 말하지 않았구나."
 
이견우:"나름 배려하는것 같아서....라고 해야하나. 잠깐."
"그러면, 너도, 아니. 여의주씨라고 해야할지. 잘 가늠이 안되는데."
 
여의주:"좋을대로 불러."
 
이견우:"뭔가 알고있나?"
"배지를 나눠준 곳이라던지."
 
여의주:"못 말해. 말하면, 너를 베어야해."
"……다만, 사건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범인들은 알아서 잡혀."
 
이견우:"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어봐야할 타이밍인거같은데."
되돌아오기라도 했나?
 
여의주:"응? 이 도시의 모든 일은…"
"……아니, 이건 됐네."
"어떻게든, 알고있어."
 
이견우:"──그런가. 그럼, 그 문제아에 대해서도 말하면 베어버려야하나?"
 
여의주:"───그 녀석이 너에게 뭔가를 남겼어?"
 
이견우:"...."
"사건 현장에서 배지를 주웠을뿐인데."
 
여의주:"저런."
"──지금은, 힘들꺼야. 이기는 건. 나라면 문제없지만."
"하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을려나."
"뱃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려. 어차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이견우:"갑자기, 이렇게 기연처럼 찾아오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연락처 좀 줄래?"
 
여의주:"업무상의 이유로 줄 수 없어."
 
이견우:"문제아라는 친구는?"
 
여의주:"걔는 연락처가 없어."
 
이견우:"막사는구만."
 
여의주:"하지만, 너랑 친했으니까. 아마도 나타날꺼야."
 
이견우:"...그러니까 알아서 나타날거다?"
 
여의주:"너가 흥미를 잃지만 않는다면."
 
이견우:"그럼 배지는 잘 가지고 있어야겠군."
 
여의주:"──다음에는 오면 안돼. 알겠지? 이건, 태희한테 죽지 않은 너를 위한 보상이야."
"원래라면,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돼."
 
이견우:"...또 오면 죽으니까?"
 
여의주:"응. 내가 널."
 
이견우:미친놈이신가?
아니아니. 그래. 이 사람은, 일단 호의적이니까.
업무상의 이유인거겠지. 음.
"....뭐 하나만 물어보자. 혹시 내가 옛날에 개쓰레기였나?"
 
여의주:"응."
"과분한 힘을 들고있었어. 지금도 그렇지만."
 
이견우:"오케이...오케이..."
지랄났군.
"혹시, 거기 다니던 애들. 다 알고있나?"
"그 과분한 힘이란거."
 
여의주:"──글쎄. 잘 모르겠어. 너는 애초에 폐기되야 할 운명이었는데. 운이 좋게 살아났으니."
"나도 너의 정확한 건 몰라."
 
이견우:"그런가."
후우...
"일단, 음. 호의적으로 말해줘서 고맙네.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여의주:"괜찮아. 이 정도는."
그렇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그리 대답한다. 이 남자, 미남이다.
 
이견우:웃음으로 여러 사람 넘겼겠군. 같은 실없는 생각이 조금 들었을것이다.
외려, 상황이 가늠조차 안되니 긴장이 풀린다고 해야할까.
지갑에서 2천원을 꺼내서 손에 쥐어준다.
 
여의주:남자는 그걸 밀었다.
"나에게 돈은 필요하지 않아. 필요도 없고."
 
이견우:"아이스티 사먹으라고 준거야."
"태희는 입술에 상처났던데, 차가운걸로 찜질이나 하라고 해주면 좋겠네."
요점은 아이스티 두캔을 사서 노나먹으란 소리지.
 
여의주:"──아아, 태희를 위해서구나. 그렇다면, 전해둘께."
인형과 대화하는 거 같아. 말에는 생기가 없다.
 
이견우:"너도 마시라고 준건데. 그래..."
확실히 좀 뭔가...뭔가한 느낌이 있군.
다시 돈을 밀어두고 등을 돌린다.
대체 뭔 짓을 했길래 또 오면 죽여버리겠다고 두 사람이나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아볼 가치가 있겠군.
여의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견우:조만간 배지 친구 한명이 더 올테니까.
 
여의주:남자는 방문을 향해서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자연스럽게 문이 닫혔다.
당신도, 그 장소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을테지.
 
이견우:그래.
대체 뭘 어디까지 말해야할지는 모르겠으니. 돌아가는 내내 고민에 빠져있었겠다.
까먹기 전에, 휴대폰에 적어두는것은 잊지않았겠군.
오늘이 지나가버릴지도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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